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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8년 11월
평점 :
'암색텐트'라는 극단이 외딴 곳에 고립된 저택에서 살인사건에 연루된다는 점만 보곤, 소년탐정 김전일에서 수없이 읽어온 극단 내에서의 주연자리에 의한 살인으로 연극연습 중에 살해되는 이야기는 아닐까라고 생각했었는데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은 인디언 인형노래를 따라 살인하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살인방식을 응용한(그러고 보면 노래에 따라 살인이 벌어지는 이야기는 참 많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마산장살인사건"도 그렇고, 또 다른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인 "쥐덫"도 그렇고, 이 외에도 잘 생각은 나지않지만 노래나 어떤 이야기에 빗대어 저지르는 살인은 트릭을 숨기기 위해 흔히 이용되는 방법같다.. ), 두려움과 자신의 이기심에 의해 벌어진 살인사건이였다. 그리고 많은 추리소설을 보았지만 이처럼 느린 전개의 책은 처음인것 같다. 600여페이지라는 방대한 양도 양이지만, 살인이 처음 일어나는게 150여페이지를 넘게 읽은 후여서, 그리고 두번째 살인 역시 한참 후에나 일어나는 듯한 느낌이기에 조금은 지루하게 읽었던 것도 사실이다.
솔직히 우연히 방문했음에도 자신들의 이름이 곳곳에 숨겨져있고, 자신의 의지를 갖은채 움직이는 듯한, 기묘한 느낌의 키리고에 저택의 모습을 보며 조금은 색다른 느낌의 추리소설을 기대했지만 키리고에 저택에서 사건을 암시하는 듯한 몇가지 사건외엔 그저 평범한 추리소설이었다. 그리고 지나치게 트릭에 매달린 그런 이야기였다. 특히 이 사건의 범인을 밝힐 때 나온 정말 어이없는 표지를 보며, 이것 역시 어거지가 아닌가싶기도 했다. 어떻게든 신비로운 느낌, 그리고 키리고에 저택의 기묘한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집어넣은 듯한 느낌이랄까? 차라리 이야기 전반에 걸쳐 그 신비롭고 기묘한 분위기를 조금 더 표현하지라는 생각도 들고, 살인자의 동기마저 이해하지 못할정도로 사이코같을 뿐이었다. 요즘 세상에 아무 이유없이 다른 사람을 죽이고 자살하며, 정신병에 의해, 피해망상에 의한 살인도 많이 일어나지만 그래도 이 책의 살인동기는 전혀 공감할 수 없는 그런 동기였기에 오히려 결말을 알게된 후 한숨이 나오는 이야기였다.
일본 미스터리계의 주류였던 사회파 리얼리즘 스타일의 변격 미스터리에 반기를 들고, 추리문학 고전기의 본격 미스터리로 돌아가고자 했던 '신본격 운동'의 효시가 된 작품 <십각관의 살인>을 시작으로 트릭을 중심으로 한 "관"시리즈로 유명한 아야츠지 유키토의 작품은 다 비슷하다는 평도 있고, 이 책엔 실망을 했지만 그의 또다른 작품을 차근차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