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알라딘에서 온다리쿠의 <나비>를 연작하기 시작했을 때 초조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그녀의 작품을 만나고 싶었던 마음과 스크롤이 아닌 책장을 넘기면서 읽는 느낌을 맛보고 싶었던 마음간의 갈등으로 이 책이 나오기 한달동안은 계속해서 초조하고 갈등할 뿐이었다.. 그래도 조금씩 찔끔찔끔 만나기보다 한자리에서, 그리고 책장을 한장씩 넘겨가며 읽어야겠다는 마음의 승리로 지금에서야 이 책을 읽게 되었다..그리고 나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한자리에서 계속해서 책을 읽으며 각 단편의 색다른 느낌에 푹 빠져있어 헤어져 나오지 못하고있으니말이다.. 

더불어 각 단편마다  매겨진 「씨네21」의 김용언, 이다혜 기자와 배명훈 작가의 별점과 짧지만 단편이 주는 느낌을 정확히 묘사한 서평은 또 하나의 재미였다.. 읽기전에 별점을 보고, 읽고 난후 내가 생각한 느낌과 서평이 어떻게 다른지 다시 한번 보는 재미랄까? 아직 이 세분처럼 간략하면서도 많은 것을 내포하는 서평을 쓰진 못하지만, 그래도 나의 느낌과 비교할 수 있어 좋았을 뿐이었다. 그래서 나도 큰 맘먹고 각 단편마다 나만의 별점을 주기도 했다...

관광여행 - ★★★★☆ 

땅에서 자라나는 거대한 손이야기는 어디선가 읽은 이야기였다.. 아마도 신화쪽이었던것 같은데.. 어느날 갑자기 바다에서 거대한 손이 나타나 손가락으로 3을 나타내고 있었고, 어느 현자가 그 손이 나타내는 질문에 대답을 하자 손이 사라졌다는 이야기였는데.. 너무나도 유사한 거대한 손의 등장에 어떤 이야기일지 정말 궁금했다.. 땅에서 자라나고 어느 순간 사라지며 자신을 모욕한 사람을 벌하기도 하는 손의 모습에 꽤 독특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마지막 반전은 정말 섬뜩해지는 이야기였다.. 나라도 그렇게 했을것같은 생각에 더 섬뜩하다고 할까나?  

스페인의 이끼 - ★★★☆☆ 

남이 보기엔 사소한 작은 로봇과 그 안에 들어있는 스페인의 이끼에 관한 이야기..겉보기에는 전혀 관련이 없던 이 두가지가 하나로 연결될때의 놀라움이란.. 어릴적의 고통으로 조금은 독특한 아이가 되었고 그렇게 어른이 된 소녀의 이야기.. 독특은 하지만 별다른 감흥이 없던 이야기이다.. 

나비사와 봄, 그리고 여름 - ★★★☆☆ 

나비를 통해 유가족의 슬픔을 잠재워주는 나비사라는 직업의 독특함이 눈을 끌었던.. 하지만 나비사가 되기위해선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야만 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아프게 하던 이야기다.. 처음 만나는 소재답게 환상적이고 아련한 느낌이 드는 이야기.. 어쩌면 이 책의 제목인 나비는 이 이야기에서 가져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리 - ★★☆☆☆ 

만약 일본이 독일이나 우리나라처럼 분단을 겪었거나 겪고있다면 쓰지못했을 이야기.. 우리는 현재 겪고있는 아픔이기에 다리에서 드러난 분단을 통해 겪는 주인공들의 시련은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그래봐야 그들은 불과 하나의 다리를 사이에 두고 나뉘어졌으며, 이 이야기에서처럼 다리에서 얼굴을 볼 수도 있는 방법이 있기에..

뱀과 무지개 - ★★★☆☆ 

뱀과 무지개의 한자가 같은 변을 쓰는 것에 착안해 하늘을 기는 것은 무지개이고 땅을 기는 것은 뱀이라는 상상력을 통해 뱀이 무지개를 목졸라 죽인다는 독특한 상상력이 긷들여있었다.. 더군다나 읽는 내내 조금은 나이가 있는.. 20대에서 30대초반 정도의 언니와 20대 초반의 동생의 대화인줄 알았는데 마지막의 반전에 놀랄 수 밖에 없던 이야기

저녁식사는 일곱 시 - ★★★★☆ 

처음 듣는 단어를 들으면 자기들의 멋대로 상상하여 각종 이상한 것들을 보는 남매..그리고 그 이상한 것을 물리치는 방법이 주머니 속의 후추를 뿌리는 것이라니..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인 "호랑이와 곶감(혹은 편지인 경우도 있다..)"이 떠오른달까? 자신의 이름을 듣고도 계속해서 울던 아이가 자신이 처음 들어본 "곶감"이라는 단어에 울음을 멈춘 것을 보고 자기 멋대로 곶감을 상상하던 호랑이와 똑닮은 모습의 남매이야기다.. 

틈 - ★★★★☆ 

누구나 느낄수 있는 틈의 무서움.. 왠지 공포영화가 떠오르는 이야기였다.. 몬스터주식회사의 몬스터들이 아이에게 나타날때도 장롱의 틈을 이용하고, 누군가 무서운 일을 당하거나 호기심에 들여다 본 곳에 있는 귀신이 떠오르는 듯한 이야기..틈새에서 우연히 본 것이 귀신이여도 무서울텐데 자신이 틈새를 무서워하는 그 이유조차 모를때의 무서움이란..

당첨자 - ★★★★★ 

만약 실제로 이런 복권이 있다면.. 당첨자가 살해되어야하는 2주동안 많은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그 사람을 찾아내 서로 죽이려고 하지않을까? 자신에겐 너무나도 끔찍하지만 주변사람들에겐 돈을 가져다주는 당첨소식..어쩌면 이런 복권은 보험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곁에 이미 존재하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달팽이 주의보 - ★★★☆☆ 

밤중에 이동하는 거대 달팽이에 대한 이야기나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겐 너무나도 사실적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우의적으로 보이는 차오르는 풍경에 대한 이야기는 독특하긴 하나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이다..

당신의 선량한 제자로부터 - ★★★★★ 

만약 나에게도 이런 제자가 있다면..(물론 직업이 선생님도 아니고 아직은 누군가를 제자로 들일 수도 없지만 말이다..) 나는 어떤 느낌일까? 한순간 자신의 행한 행동이 낳은 그릇된 선..그리고 그 그릇된 선이 자신에게도 손을 내민다면,.. 담담히 쓰여져있는 제자의 편지는 그 말투와는 달리 너무나도 무서운 이야기였기에 더욱 인상적인 이야기였다.. 내용은 다르지만 기리노 나쓰오의 <잔학기>에서 범인이 남긴 편지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편지랄까?

엔드 마크까지 함께 - ★★★★☆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뮤지컬이야기!! 잠에서  깨어나면서부터 시작되며 출근하는 길에도 직장에 도착해서도 끊임없이 노래를 하고 춤을 춰야하는 일상..그리고 처음에는 놀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지만 뮤지컬임을 알고는 묵인하는 사람들.. 조금은 독특한 발상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그 분위기에 한껏 빠져있었는데 맥없는 결말에 실망이다.. 사자도 노래를 하고, 일을 안한다며 화를 내는 사장도 노래를 통해 화를 내는 모습까진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계속 달려라, 한 줄기 연기가 될 때까지 - ★★★☆☆ 

스스로 움직일 줄 알았던 코코로코(온다리쿠의 또다른 단편집인 도서실의 바다 중 <오디세이아>)가 생각나는 작품..우연한 계기로 움직이게 되었고 끊임없이 달리는 왕국..그리고 끊임없이 달리는 사이에 왕국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모습이 현재의 우리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해서 씁쓸함을 느낀다..

주사위 놀이 - ★★★★☆ 

마치 주사위 놀이의 말처럼 세자매의 말에 따라 한칸 혹은 여섯칸까지 앞으로 전진하거나 뒤로 가거나 한번 쉬거나, 출발점으로 돌아가기도 하는 소녀들.. 과연 '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를 골라내기위한 한가지 방법에 불과한 것일까? "나는"것이 무엇인지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지만 '나기'를 바라는 사람과 '나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의 모습은 파라다이스로 갈 사람을 추첨을 통해 뽑던, 하지만 파라다이스로 가는 것이 아닌 복제품에 불과한 자신의 장기를 갖기위해 자신이 죽어야만 했던 영화 아일랜드를 연상케한다.. 

생명의 퍼레이드 - ★★☆☆☆ 

온갖 동물들이 열을 맞추어 안단테로 걸어가는 모습을 그린 이야기.. 걸음이 느린 느림보와 같은 동물은 다른 동물의 등에 타서 이동도 하고 도도새처럼 인간에 의해 멸종된 동물도 그 행렬에 참여하고 있으며 바다의 생물이나 하늘을 나는 새, 거기다 네안데르탈인이 그 행렬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퍼레이드.. 왠지 노아의 방주가 떠오르면서도 노아의 방주에는 있던 인간이 생명의 퍼레이드에는 끼어있지 못한 모습이 씁쓸하다..

야상곡 - ★★★☆☆ 

온다리쿠의 작품중에 이 제목과 유사한 것이 있었는데라는 생각을 하며 찾아보니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서 <이즈모 야상곡>을 찾을 수 있었다..어쩐지 많이 본 제목이라 생각했다..밤의 분위기에 영감을 받아 작곡되거나 밤을 환기시키는 음악작품이라는 뜻을 지닌 야상곡답게 작품을 쓰는 사람은 누구나 만나고 싶어하는 영감이 찾아오는 이야기.. 인간이 아닌 로봇이 슬퍼하고, 다른 사람을 평가를 하는 모습은 바이센터리얼맨의 감정을 가진 로봇을 떠오르게 할 뿐이다.. 

이처럼 나비는 열다섯편의 독특한 단편으로 이루어져있었다.. 예전에 읽은 온다리쿠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책이라는 것이 전체적인 느낌이었다.. 독특한 분위기에 온다리쿠다운 신선한 소재의 작품이라고 생각한 이 작품들이 온다리쿠가 그동안 막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말해 온 환상 문학의 대가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쓴 작품들로, 셜리 잭슨, 로버트 세클리, 잭 피니, 찰스 버몬트, 존 콜리어 등이 쓴 기괴한 단편에 직접적인 뿌리를 두고 있다니...이런 사실을 알게된 이상 이분들의 작품을 읽어보지않을 수도 없으니..어휴.. 책을 읽을때마다 느끼지만 아직도 많은 책을 접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새로나오는 책과 더불어 고전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책에 기가 죽기도 할 뿐이다.. 그래도 뿌리를 두고있는 이야기를 읽고난 후에 읽는 느낌과 전혀 모르고 읽을 때의 느낌은 너무나도 다르니 꼭 시도는 해봐야겠다고 생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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