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요 언덕
차인표 지음, 김재홍 그림 / 살림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봇물터지듯 쏟아져나오는 연예인들의 책을 보면 관심이 가는 한편 유명인이라는 자신의 이점을 이용한 단발성의 작품은 아닌가 싶어 선뜻 읽지못하고 있었다.. 유일하게도 읽은 책이라곤 옛날에 출간된 이적의 지문사냥꾼뿐이었다.. 그것도 여러 사람의 평을 통해 확인된 후에야 읽은 것이었다.. 이번 차인표씨의 잘가요 언덕도 읽기까지 많이 망설였다.. 많은 사회봉사를 하며 신애라씨와 이쁘게 사는 모습으로 좋은 이미지였던 차인표씨가 이 한권의 책으로 이미지가 바뀌는 것이 두려워 쉽게 선택하지 못하던 중이었다. 그러다 알라딘의 리뷰와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모습을 보니 더 늦기전에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캄보디아에서 보내신 위안부 할머니인 훈할머니의 사연을 알게 된후 쓰기시작했다는 작가의 말을 듣곤 위안부할머니의 그 불행했던 날들이 주가 되는 이야기인줄로만 생각하며 읽기시작했다.. 첫 문장을 읽으면서부터 설레기 시작했다.. 요즘 많이 읽은 책들은 보통 "-이다"의 어조였는데 동화책에서 접하는 듯한 "-습니다"라는 어조에서부터 왠지 따스함이 묻어나기 시작하였다.. 거기다 다른 사람을 배웅하는 장소이기에 잘가요 언덕이라 이름붙은 언덕에 대해 보지못한 장소임에도 아련함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첫문장부터, 그리고 이야기의 배경의 모습에서따스함을 느꼈던 것처럼 잘가요 언덕은 처음부터 끝까지 따뜻한 이야기였다.. 

호랑이사냥꾼으로 백호에게 아내를 잃은 황포수와 용이가 호랑이 마을에 나타났을때에도 호랑이와 더불어 사는 것이라며 호랑이사냥을 만류하던 촌장님, 그리고 백호와 사람들을 괴롭히던 육발호랑이 외에는 다른 동물들에겐 해를 끼치지 않겠다던 황포수, 자신의 집에 버리고 간 아이를 돌보며 눈이 멀지않게 매일 눈물샘을 자극해주던 마음착한 순이, 따뜻한 말이나 행동은 보이지않지만 마을의 아이들에게 놀림받던 훌쩍이의 친구가 되어주는 용이, 돈을 아무리 주더라도 용이를 잡으려는 일본군인들의 제안을 거절했던 포수들, 일본군인임에도 호랑이마을사람들과 어울리며 정중히 대해주던 가즈오의 부대.. 이들 모두 남을 배려하며 조선인으로 조선인을 위한다거나 일본인으로 일본인을 위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을 존중하며, 한낱 동물이라도 공존하는 것에 대해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어쩌면 수많은 영화를 통해, 그리고 역사서를 통해 본 일본군대의 모습은 잔인하게 우리 민족을 짓밟을 뿐만 아니라 아무 이유없이 죽이고, 조선인이라며 무시하는 일본의 잔혹한 모습만을 보여주었기 때문인지 가즈오부대의 모습은 우리가 보지못했던 모습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에 의해 순이가 끌려가게된 것을 알게된 가즈오의 고뇌를 보며 일제치하에서 우리나라의 일부사람들도 자신만 살겠다고 친일행동을 했던 것(이 책에선 돈에 의해 용이를 팔아넘긴 장포수가 대표적이지 않을까?)처럼 일본의 군인들도 명령에 복종하며 승진하기 위해 그런 잔인한 일을 한 경우도 있겠지만 어떤 심리학자의 실험에서처럼 위의 명령에 복종할 수 밖에 없어 그런 행동을 하며 끊임없이 괴로워하지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일제치하에서도 조금은 우리 민족도 숨통을 트고 살았지않았을까(예전의 어떤 역사서를 보니 독립운동가를 위해 자신의 집 다다미밑에 구멍을 파서 숨겨주었던 일본인도 있었기에.. 무조건 억압하에 산것이 아닌 조금이나마 도움의 손길이 있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생각지도 않던 면을 보았기때문인지 무조건 일본이, 그것도 일본 국민 모두가  나빴다는 시각은 많이 사라졌으며 무조건 배타적인 교류가 아닌 진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용서를 빌지않더라도 용서를 하라는 말은 아름다운 말이면서도 쉽게 용서가 되지않았다.. 물론 살인자에 의해 자신의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결국엔 자신들에게 용서를 빌지않은 살인자를 용서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었다..이들은 그런 용서를 통해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며 용서를 강조하지만.. 나라면 쉽게 그들을 용서할 수 있을까? 아니 그 용서는 자신의 마음의 평안을 가져올 뿐 살인자의 행동의 변화는 가져오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 잔인한 역사를 남겨준 일본의 행동을 용서를 빌지 않음에도 우리가 용서를 한다면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부르며 호시탐탐 노리는 저 일본이 오히려 더 날뛰진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면에서 난 아진 포용력이 있는 것 같진않다.. 그래서인지 용서이전에 그들의 진심어린 사과한마디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될 뿐이다.. 

1930년대.. 벌써 8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때 위안부로 끌려간 10대의 꽃다운 소녀들은 이제 얼마남지 않은 삶을 살고있는 할머니가 되어 수요일이면 집회를 찾아가고 있다.. 예전엔 뉴스에서도 그런 모습을 많이 담으며 일본의 사과를 요구했었는데.. 16년의 세월동안 무뎌졌는지 이젠 그런 뉴스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이다.. 만약 집회에 나가시던 마지막 할머니마저 돌아가신 후엔 누가 일본에 사과를 요청하고 용서를 할지.. 나 또한 조금씩 무뎌져가며 관심없어 하던 위안부할머니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 잘가요 언덕은 따뜻한 이야기이전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끔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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