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20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한 반에서 월등히 체격이 좋고, 나이도 1~2살이 많다고 하며, 매번 전교 1등을 하고, 급장으로 선생님께 많은 것을 위임받은 엄석대의 모습은 서울에서 온 한병태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낯선 모습이다. 급장이란게 결국엔 반장이고, 반장이란 그저 성적이 어느정도 되며 친구들의 투표로 뽑힌, 선생님과 학생사이의 연결체일뿐 약간의 권력은 있지만 엄석대처럼 왕과같은 권력은 아니기에 도대체 무슨 이유로 아이들이 단합하여 그에게 복종하는지가 의문이었다. 

할 얘기가 있어도 자신이 오는 것이 아니라 부르고, 선생님조차 시키지않는 물심부름을 시키며, 좋은데 혹은 빌려달라는 말로 물건을 갈취하는 석대의 모습은 이름만 급장일뿐 깡패의 모습과 다를바가 없었다. 그런 석대의 모습과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반항을 하던 한병태 역시 그의 세계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선생님과 부모님을 통해서도 깨어지지않던 그의 세계, 그리고 그 세계를 깨려는 자신을 계속해서 회유하고 괴롭히던 석대였기에 권력의 단맛을 그에게도 맛보게 해주었기에 그도 그 세계에 익숙해질 뿐이었다. 역시 권력이 좋은걸까? 하지만 권력이란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어진 후엔 너무나도 큰 대가를 치뤄야하기에 조금은 위험한 마약과도 같은 것인데.. 결국 권력에 의해 모든 아이들의 지배자로 존재하던 석대로 새로운 선생님의 등장과 함께 몰락했을 뿐만 아니라 더 이상 그 마을에조차 발을 대지 못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 석대가 체포되는 결말은 어릴 적 자라온 모습대로 계속해서 살다 결국엔 철창행이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이 결말외에 이문열씨의 또 다른 결말인 강릉과 서울에서 성공해 또 다시 부의 권력을 잡고있는 석대의 이야기도 왠지 어울리는 것 같았다. 악의 승리가 아닌, 어릴 적 어떤 이유로 권력을 잡고 그 권력을 통해 아이들을 자신의 수하로 삼았던 석대라면 6학년때의 담임선생님같은 사람을 다시 만나지 않는 한 결국엔 자신이 했던대로 다시 한번 권력을 잡을 수있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결말의 모습을 보며 씁쓸함을 느끼기는 하지만 세상이란게 모두 공평하고, 공정하며 뜻대로 이루어지는 곳이 아니니 가능한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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