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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 보이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p.82
단 하루도, 1분 1초도 미래나 과거를 생각하는데 허비하지 말고 현재를 살아가는데 집중하라고. 용감한 전사가 되라고 말이다..
할아버지가 제스에게 하시던 이 말은 할아버지의 삶을 지탱하는 용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다섯살의 나이에 화재로 부모를 잃고, 열다섯살에 자신의 고향을 떠나 평생을 살았지만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자신의 고향을 찾아간 할아버지.. 병원에 입원해야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않았지만 자신의 그림을 완성하고자 고집을 꺾지않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1분 1초 후의 미래를 걱정하기 보단 자신의 그림을 완성하고자 하는 의지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할아버지를 보며 제스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할아버지를 도와드릴 수 밖에 없었다.. 정해진 죽음이라지만 서서히 자신의 근처에 다가오는 죽음의 모습에 도망치고 싶을 것도 같은데 그렇게 하기보단 할아버지의 뜻을 도와드리는 제스와 그런 그녀에게 나타나는 리버보이..
이제껏 내가 읽은 팀 보울러의 소설은 형과 동생의 갈등(꼬마 난장이 미짓), 불량한 친구와의 갈등(스타시커),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스쿼시)가 그려져있으며 그런 갈등을 극복하기위해 너무나도 잔인한 방법을 사용하였기에 조금은 팀보울러식 결말에 화가 날 뿐이었다. 하지만 리버보이는 이제까지의 이야기와는 달랐다. 친구를 잔인하게 괴롭히는 모습도,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힘겨워하는 소년의 모습도 없었다. 단지 할아버지의 정해진 죽음을 받아들이는 가족의 모습만이 그려졌을 뿐.. 리버보이가 삶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이 아니지만 스스로 멈추는 법이 없이 계속 흘러간다고 했던것 처럼, 죽음역시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니라 죽어가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을 뿐이라는 사실을 제스에게 깨우쳐주던 이야기..
할아버지의 죽음은 마음이 아팠지만 그런 죽음조차 담담히, 그리고 마음 속 깊이 슬퍼하던 가족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다.. 240여페이지의 짧은 이야기였지만 이제까지의 팀 보울러의 소설보다 더 따스했던 이야기.. 왜 사람들이 리버보이에 감탄을 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