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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낙원
온다 리쿠 지음, 현정수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처음엔 그저 까만 벽의 고풍스런 창문이 그려진, 약간은 환상적인 모습의 표지였다. 아마도 낙원이라는 책 제목에 의해 창으로 보여지는 노란 풍경과 나비가 환상적이면서도 아름답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장한장 책을 읽어나갈때마다 어쩐지 이 책의 표지가 무서워졌다. 처음엔 보이지않았던 흐릿한 사람의 모습에 이런게 있었나하며 놀라고 그 사람들의 무표정한 모습이 너무나도 무서워지게 되는 그런 이야기였다.
평범한 대학생같지만 다른 사람이 보지못하는 것을 보던 사토시, 그리고 내면은 비슷하지만 너무나도 달라보이는 사토리의 누나 카오리, 감각있는 신인작가 리츠코, 너무나도 완벽해 보이는 아츠시, 연구자도 학생도 아니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카즈시게, 아츠시의 약혼녀 나츠미와 세계적인 아티스트이며 어딘가 독특한 분위기를 내뿜는 카라스야마 쿄이치가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다. 처음엔 사토시와 쿄이치, 그리고 카오리만 등장해 이 정도의 주인공은 가볍게 소화하지라는 생각했는데 갑자기 등장하는 카즈시게와 아츠시, 그리고 아츠시의 실종과 나츠미의 등장, 거기다 리츠코의 등장까지 초반엔 정말 계속해서 새로운 등장인물의 등장으로 머리가 혼란스러워지는 듯했다..거기다 그 등장인물들 사이에 접점도 보이지않았으니 어떤 이야기가 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할정도였다.
그리고 카라스야마 쿄이치와 아츠시를 중심으로 등장인물들의 접점이 모아졌다. 쿄이치의 초대로 커튼이란 영화를 찍은 곳에 도착한 사토시와 리츠코, 그리고 아츠시를 찾기 위해 역시 같은 장소에 도착한 나츠미와 카즈시게.. 두 무리는 서로 다른 목적을 위해, 아니 어쩌면 내가 모르는 같은 이유를 위해 G.O.G(신의 정원)이라 불리는 곳의 뮤지엄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의 두려움이 환상 혹은 현실처럼 느껴지고 보여지며 사람을 극한의 공포로 몰고가는 기이하면서도 미묘하게 세상과는 뒤틀린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런 공간에서 이들이 겪는 공포는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내 눈앞에서 손목아래가 없는 아이들이 걸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고, 내가 눈 속에서 동사한 소녀와 눈이 마주친 것 같으며 끊임없이 공포로 몰아넣는 듯한 여러개의 방을 직접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온다리쿠는 그 모든 것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결말을 아는 순간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기묘하고 독특한 분위기, 그리고 공포가 어우러지며 클라이막스로 다가가던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런 긴장감을 고조시키던 카오리의 등장으로 과연 무사히 이야기가 끝날지 기대를 하며 어떻게 될까 흥분하며 읽었는데.. 너무 어이없는 결말이랄까? 이 모든 고통과 공포가 단 한순간에 바뀌다니!! 그리고 그 변화로 인해 커튼이라던 DVD의 제목이 바뀌며 뭔가 허전한 느낌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되버리다니.. 500여페이지가 넘는 이야기로 어쩐지 400페이지가 넘어서기 시작했을 때에도 어떻게 끝내려나 싶었는데.. 50여페이지밖에 안남은 상태에서 급하게 결말을 내다보니 이런 용두사미형의 이야기가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온다 리쿠 특유의 독특함과 신선함이 가득한 이야기이긴 했지만..조금만 결말이 더 좋았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