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역차별의 문제..

편지 - 랜덤하우스 히가시노 게이고 문학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하나씩 읽을 때마다 이제 몇권밖에 남지않았네라는 후련함과 이 다음엔 누구의 책을 읽나라는 걱정이 동시에 든다.. 오늘 편지를 읽고나니 이제 정말 읽어야할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 몇권 남지않아서인지 후련함과 아쉬움이 밀려오는 것같다.. 

이제까지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말해주던 히가시노 게이고.. 범인을 사랑한 남자가 알리바이를 만들어주던 용의자 X의 헌신, 인간복제에 대한 이야기였던 레몬, 자식을 위해 어머니를 버리려던 붉은 손가락, 입시부정에 대한 이야기였던 호숫가 살인사건, 체육계의 비리에 대한 이야기였던 아름다운 흉기, 기계를 이용해 살인을 하려던 부르투스의 심장, 한 남자의 죽음 이면에 놓인 진실을 밝히던 11문자 살인사건, 여고생의 심리를 묘사한 동급생, 유성을 구경하러간 날 부모님이 살해당하신 이야기인 유성의 인연, 청소년법에 의해 보호되는 용의자를 그린 방황하는 칼날 등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범인의 심정이나 희생자의 가족이야기는 충분히 들어왔던 것 같다.. 범인의 가족이야기였던 붉은 손가락도 결국엔 자신의 아들을 지키려는 부모의 심정만 나타났었기에 살인과 같은 범죄를 저지른 가족이 정말 이 사회에서 겪는 모습에 대해선 몰랐던 것이 사실이다.. 

편지는 범죄자를 지른 범인도 희생당한 피해자의 모습도 아닌 범인의 가족에 의해 고통을 당하는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물론 자신은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지만 범인과 같은 피가 흐른다는 이유로 노골적으로 무시를 당하거나 불쾌함을 표시하는 경우는 없지만 알게모르게 마음에 벽을 쌓는 주변 사람들.. 그리고 안쓰러워하고 꼭 다시 일어서기를 바라지만 정작 자신의 손을 선뜻 내밀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어떻게 보면 냉정해보이기도 하였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단지 자신의 가족중에 범죄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취직에 문제가 생기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어려워지며 결혼조차 힘든 세상이다,. 단순한 범죄에도 편견이라는 안경을 쓰고 사람을 보는데 하물며 살인이었을때의 차별이란 직접 겪어보지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고등학교에서도 나름 공부를 잘했고 대학진학까지 생각하던 나키오에게 형의 살인은 충격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단 하나뿐인 형인데,..범죄동기도 자신의 대학등록금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형으로 인해 나키오의 인생은 수많은 태클의 연속이었다.. 고등학교 선생님의 추천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식당에서도 자신을 꺼리기 시작하여 그만두어야했고, 밴드에 들어가 가수가 되려고도 했지만 형에 의해 자신만 거절당했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지만 결국엔 형에 의해 좌절되고, 겨우 입사한 회사에서도 한직으로 발령을 받고, 겨우 안정을 찾은 줄 알았는데 따돌림을 당하는 딸과 부인의 모습을 봐야만 하는 나키오.. 이런 차별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잔인함에 나도 모르게 화가나고 나키오가 안쓰러울 뿐이었다..  

형이 범죄자이기에 받는 차별의 대가가 너무 크다고 생각될 뿐이었는데.. 나키오 회사의 사장이 모든 사람은 범죄자와 연관되고 싶어하지 않기때문에 차별은 당연하다는 말을 하는 모습을 보며 어쩌면 나역시도 나키오와는 한걸음 멀리 떨어져있었기에 안쓰러움을 가지진않았나 생각했다.. 분명 그렇다.. 나와 관련이 없기에 안쓰러운 사람인 것이지 나역시 내 자식이 혹은 내 가족이 나키오와 같은 사람과 결혼을 한다거나 친구라고 한다면 어느정도 반대할 것이다.. 어쩔수없다.. 내 가족의 행복과 안정이 먼저이기에..그렇기에 나오키의 차별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당연한 차별이라고 해서 희망없이 살라는 말은 아니었다..  

양손에 든 떡처럼 둘 다 포기하기 힘든 것이지만 둘 중에 하나는 포기해야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려줄 뿐이었다.. 그렇기에 형에게 다시는 편지를 쓰지말라던 나오키의 말은 슬프면서도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면서도 혼자남는 형, 그것도 나오키만을 위하던 형의 미래를 생각하면 너무나도 마음이 아플 뿐이었다.. 

이제까지 뉴스를 보면 범인만을 보며 참 나쁜 사람이라고만 생각할 뿐 내주변에 범인의 가족혹은 친척이 없었기에 가해자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단지 강호순이 자신이 벌인 사건에 대해 책을 출판해 인세를 자기자식들에게 준다는 말을 들으며 그래도 지자식은 이쁜가보네라는 생각만 들었을 뿐이지, 그 아들들이 얼마나 힘겹게 살아갈지에 대해선 관심조차 없었을 뿐이다. 그러다 이 편지를 읽고나니 그들이 살아갈 험난한 세상에 조금은 안쓰럽기도 하고, 강호순은 왜 이 사장과 같은 사람을 범죄 이전에 못만났는지 안타까울 뿐이었다.. 자살은 자기자신을 죽이는 것이지만 범죄는 사회적인 죽음을 택하기에 범죄자 자신만이 아닌 자신의 모든 가족이 고통을 당한다는 사실을 범죄자들이 알아주었으면 한다는 사장의 말처럼 한순간에 혹해 범죄를 저지르기보단 사랑하는 자신의 가족을 먼저 떠올려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을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며 살아가고 싶다.. 아니 책이 아니더라도 이 사장의 말만은 항상 기억하며 여러 사람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다른 사람도 아닌 고통받은 자신의 가족을 위해 사회적인 죽음을 택하는 사람이 없어지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