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의사 장기려
손홍규 지음 / 다산책방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슈바이처는 알아도 의사 장기려에 대해서 몰랐다는 사실이 창피하다고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어릴적에 위인전을 통해, 우리나라사람도 아닌 하지만 아프리카의 수많은 사람을 살린 슈바이처의사의 희생정신을 알면서도 어떻게 한국사람을 위해, 그리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온 장기려박사님에 대해 몰랐는지...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난 장기려 박사님은 일제시대 먹고 살일이 중해 기술을 배우려고도, 교사가 되려고도 하였다.. 하지만 사람을 살리는 일에 대한 권유와 자신의 친구의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열심히 노력하여 의사가 되신 장기려박사님이였다.. 천재가 아닌 노력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입학은 31등이었으나 1등이 되기까지 수많은 노력을 하시고, 병원에 올 수 있는 사람보다 병원에도 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시간이 날때마다 찾아가시던 모습, 이념을 따지기보단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시던 장기려박사님의 모습은 "희생"이라는 단어외에는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장기려박사님 모습과 더불어 묘사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부끄럽고 참혹한 역사는 마음을 아프게 할 뿐이었다.. 자신만 살기위해 친일활동을 하던 사람들, 광복이 되고나니 친일파를 청산하여야 한다며 기독교를 마구자비로 처형하는 사람들, 그런 공산주의자들의 모습에 복수처럼 공격을 하는 기독교인들과 친일파들.. 결국엔 한 민족끼리 동족상잔의 칼을 들게만든 6.25전쟁이 일어나는 모습까지.. 어떻게 한 민족으로 누구보다 서로의 고통을 알고있었을 것임에도 이렇게 행동하는지.. 일제에 지배당했던 것은 부끄러운 역사가 아닌 슬픔의 역사이다.. 하지만 광복을 한 후에 서로에게 칼을 든 우리민족의 모습은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그 속에서 기독교인이면서도 민족주의자로 뜻을 같이하던 친구들의 죽음을 보던 장기려박사님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을지..
이런 슬픔속에서도, 월남한 후 모진 고문을 당하셨어도, 환자에 대한 치료를 멈추지 않으셨던 장기려박사님의 모습을 보며 의사가 아니더라도 사람이라면 사람으로써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보여주시는 것 같았다.. 얼마전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사명과 영혼의 경계"에서도 나오듯 사람은 누구나 사명을 갖고 태어나며 사명을 다해 살아야한다는 말.. 장기려 박사님께서 의사의 사명을 가지고 태어나셔서 사람을 살리는 의사의 사명을 다하셨듯..나도 어떤 어려움속에서도 나의 사명을 다해 나 이외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p.s 일제치하에서 창씨개명에 대해, 일부는 일본의 앞잡이가 되기위해 일부는 어쩔수 없이 했다고만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장기려 박사님의 친구셨던 함석헌님의 말에 따르면 한 가지 경우가 더 있었다.. 바로 위장!! 독립운동을 하기위해 남들보다 앞서 창씨개명을 하여 위장하고 독립운동을 할 수도 있다는 그말..창씨개명에 대해 고민을 하던 장기려박사님에게 남겨주신 그 말은 비단 창씨개명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만일 내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된다면 함석헌님의 말씀대로 뱀의 지혜로 잠깐 욕됨을 참고 더 많은 사람을 구하는 길을 택하도록 노력해야겠다..
p.181
창씨개명을 한 장선생이 여전히 사람을 살리는 의사인 한 장기려는 나의 친구입니다. 하지만 창씨개명을 하지않았더라도 사람을 살리지 못하는 의사라면 장기려는 나의 친구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창씨개명을 거부하더라도 하나님의 뜻에 충실하지 못한 함석헌은 장기려의 친구가 될 수 없습니다. 내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씨개명을 거부하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들과 함께 이 농토에서 땀의 소중함을 알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장선생, 냉혹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뱀같이 지혜로울 필요도 있습니다. 잠깐 욕됨을 참고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하는 길을 택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