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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들의 도서관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4월
평점 :
매번 김중혁작가의 책을 읽어봐야지라는 생각만하고 계속해서 쏟아져나오는 신간과 다작의 일본작가들의 글을 읽다보니 손도 못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만우절이 계기가 되어버렸다,.. 다름아닌 알라딘의 이벤트로 가짜책을 찾는 것이었는데.. 난 아무리봐도 중혁소리라는 작품이 진짜로 출간된 책인줄알고 다음번엔 읽어야지라는 생각을 했는데..이 책이 가짜책이라는 것을 알고난 후에는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았을 뿐이었다.. 단지 이벤트에 불과한 것인데 직접 진짜 책같은 모습으로 작업을 한 작가의 노력에 감동했달까? 그래서 이제까지 읽으려고 쌓아두었던 책은 다 제쳐두고 악기들의 도서관을 읽기 시작하였다..
처음 자동피아노를 읽기시작했을 때는 그냥 별다를 것 없는 이야기를 읽는 것 같았다.. 공연장에서 무수히 연주를 해온 남자와 뛰어난 실력을 갖고있음에도 아직 한번도 공연장에서 연주는 물론이고 관람도 해보지 않았던 남자.. 그리고 친해져서 전화를 통해 서로 연주를 들려주고, 남에게 보이기 위한 연주를 하던 남자가 바뀐 이야기는 어디선가 접한 듯한 그런 이야기였기에 평범하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매뉴얼 제너레션을 읽으면서부터 어 괜찮은데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매뉴얼을 고안하는 사장, 지구촌 플레이어라는 제품명답게 독특한 매뉴얼의 시작과 그런 매뉴얼을 모아 출간한 잡지, 그리고 독특한 방식의 오르골의 이야기는 다른 일상적인 제품의 매뉴얼도 이와같다면 소설을 읽는 느낌일텐데라는 유쾌한 상상을 하며 읽기에 충분하였다.. 그리고 아련히 들리는 듯한 오르골의 소리에 그 느낌이 고조된달까? 이어지는 비닐광시대에서는 DJ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악기들의 도서관에서는 음악이 아닌 악기의 소리를 다루는 이야기였기에 점차 악기들의 도서관이라는 책 제목답게 음악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구나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20여번의 면접에서 떨어진 후 우연한 계기로 인터넷에 사진이 실려 행위예술가로 변모한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도대체 언제쯤 음악이 나올까라는 생각을 하며, 끝내 음악이 등장하지 않았을때에는 실망할 뿐이었다.. 물론 독특한 자기들만의 방식(끈기를 보여주기위해 엉킨 실을 풀고, 영업사원모집에서 지하철에서의 판매모습을 보여주고, 마술쇼를 하는 등)으로 면접을 보던 사람이 면접관이 되어 독특한 방식으로 평가하며 면접장의 분위기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이야기는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그래도 음악에 대한 미련이 남는달까?
다행히도 이어지는 나와 B에서는 전기기타와 음악에 대한 이야기로 되돌아왔지만 말이다(무방향버스에서 다시 음악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사라진 엄마를 다루지만..그래도 마지막 이야기였던 엇박자 D는 음악과 관련되어 있었다,).. 더불어 엇박자 D에서의 무성영화와 음악공연의 조화장면을 읽으면서는 저런 공연을 한 번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처음엔 느끼지 못했지만 어느 순간 귓가에 계속해서 맴도는 듯한 음악소리에 반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누군가 나를 위해 전화기를 통한 연주회를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고 수많은 레코드에 파묻혀 좋은 음악을 찾아보고도 싶고, 악기들의 도서관에 가서 악기 고유의 소리도 직접 들어보고 싶으며, 한번쯤은 기타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과 더불어 더블더빙의 무대를 보고싶어지는 책!!
어쩐지 책을 읽었다기보단 음악을 들은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물론 평론가의 글도 읽었지만 평론가의 글을 통해 본 시선과 내가 이 책을 본 소감이 다르다고 문제될 것도 없었기에 키치라던가 비트 개인주의에서 리믹스 공화국으로의 이전이라는가라는 말은 그냥 스쳐지나갈 뿐이었다.. 그리고 <책임에도 음악이 느껴지는 책!!>이라는 느낌만 남아있을 뿐이다.. 아직은 김중혁작가의 작품스타일에 대해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왠지 내가 좋아하는 류의 글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기에 얼른 펭귄뉴스를 읽고, 다른 단편을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