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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밤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2월
평점 :
차가운 밤에라는 책 제목덕분에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의 느낌은.. 어두운 밤 눈이 휘몰아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뒷표지는 보지 못했던 상황이고, 단지 파란 배경에 하얀 것이 가득해 제멋대로 눈바람이라고 생각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약간은 쓸쓸한 사랑이야기겠거니 지레짐작을 해버렸다.. 근데 알고보니 하얀 것은 듀크의 털이었다.. 뒷표지를 보니 까만 코와 입때문에 바로 강아지임을 알아보게되었다.. 정말 어이가 없어서.. 혼자 멋대로 상상하고 이별이야기일거라 생각해 이제까지 안읽다니.. 만약 뒷표지를 안보았더라면 끝까지 내멋대로 상상하고 안읽었을테니 이제라도 듀크인것을 알아낸 게 다행인 것일까?
내멋대로 상상하다 읽기를 미뤄온 차가운 밤에는 단편집이었다,, 우리 모모코의 이름과 똑같은 단편 <모모코>와 책 표지의 <듀크>를 포함 총21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전반적으로 느낌이 좋았던 책이었다.. 유난히도 짧은 단편이라 읽는 동안 느끼지 못했던 것을 마지막 문장에서 한꺼번에 느낀다고 할까나? 다른 단편집을 읽을 때와는 약간은 다른 느낌이었다.. 21편의 단편중에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역시 듀크였다.. 우리집에도 강아지는 아니지만 고양이가 있기때문에..우리 모모코도 나중에 듀크처럼 와 줄까하는 약간은 슬픈 생각이 들어 가슴이 찡하기도 하고, 자신을 너무나도 사랑해준 주인에게 찾아와 그 사랑을 표현해준 듀크의 모습이 아름답게도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작품해설에는 한편의 괴담이라고 쓰여있는데..과연 누가 이런 작품을 괴담이라고 여길까!!
그리고 낮의 아이들이 사라진 후 찾아오는 밤의 아이들이란 이야기나 양로원(?)에 계신 할머니 도키와 도키오의 우정을 담은 마귀할멈, 건강식단을 강조하는 부모님이 동반외출을 하자 자기들이 먹고싶어하던 건강에 좋지않은 음식을 잔뜩 먹으며 좋아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아이들의 만찬, 할아버지의 쓸쓸함이 묻어나는 맑게 갠 하늘 아래, 이혼한 아내에게 "당신은 외톨이가 아니야"라는 기운돋는 이야기를 해주는 남편의 이야기인 체리 파이,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 아침의 행복함을 느끼게 해준 어느 이른 아침은 짧지만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거나 웃음을 주는 이야기였다..
먼저번에 본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같은 경우에는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도 없을 뿐더러 시작하자마자 어중간히 끝나는 느낌때문에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작품의 길이가 더 짧은 차가운 밤에에서는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않는다..그냥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이야기가 마무리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 솔직히 개와 한 상에서 밥을 먹는 삼단찬합같은 경우에는 어이없는 부인의 행동에 황당하기도 했지만 이것을 제외하곤 잔잔히 그러면서도 행복감 혹은 웃음..그리고 애잔함을 느끼게 해주어서인지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