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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태동출판사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와 식스티나인을 읽은 후에 오랜만에 만나는 무라카미 류의 작품이었다. 앞의 두 작품이 그다지 인상깊지 않은 작가라 별 관심이 없다고 할까나? 솔직히 두작품을 읽은 이유도 무라카미 하루키와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였으니... 그래도 오랜만에 무라카미 류의 이름을 보자 반가운 마음에 읽게 되었다.
각 장의 제목이 사람이름으로 되어있어 특이하다 생각했는데.. 장편소설이라 생각했던 나의 생각이 완전히 잘못된거였다니!!! 각 장의 제목이 결국은 그 다음장의 주인공이라니!!! 이어질 것같지 않던 이야기가 마지막쯤해서 다음이야기와 이어지는 단편소설이라니!!! 오쿠다 히데오의 라라피포는 5명의 주인공의 이야기가 특정 사건에서 연결되어있다면 라인의 주인공들은 마지막부분에서 서로에게 바통을 터치하듯이 이어져있을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이야기만 고집스럽게 내뱉는 듯한,, 타인과의 소통이 없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고보면18명의 인물들이 하나같이 문제를 가지고 있다니.. 처음 등장하는 남자는 아내의 이혼요구에 전화내용을 알고싶어할 뿐인.. 아내와의 대화조차 없는 남자.. 그리고 성매매업소에서 일하면서 다른 사람을 무시하지만 결국 이상한 남자에게 폭행을 당하는 여자.. 애인에게 맞고살면서도 그 이유를 정당화하는 여자나 자기보다 나약한 인간에게 접근해 해괴망측한 이야기를 하는 정신병자같은 사람... 자신보다 어린 여자를 동생처럼 돌보다 버리는 여자.. 전화선과 같은 통신이 흐르는 선을 통해 영상과 소리를 봐 쭉 정신병원에서 살았고 그래서인지 아무 남자나 끌여들어 성관계를 맺는 여자, 그리고 그런 여자를 보호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는 남자와 그런 남자의 여동생으로 전화를 무시하는 여자까지... 하나같이 보기 힘든 듯한 사람의 모습이랄까? 고독한 존재로서의 인간은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스스로 고독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결국 주변인들과의 단절된 관계('라인'으로 일축된다)를 회복하고자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작가의 바램이며 이 소설이 시사하는 바라지만 그런 모습보다는 너무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모습만이 인상적인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