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세계사 창비청소년문고 5
이영숙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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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좋아하시나요?

   사실 학창 시절에 역사는 국사건 세계사건 '외울 것이 무지 많은 과목'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연도를 외우는 것이 고역이었지요. (뭐, 사실 그 덕분에 1392년-조선 건국, 1492년-콜롬버스의 신대륙 발견, 1592년-임진왜란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것이겠지만요^^)

   그렇게 역사를 공부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역사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린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가 현재의 세계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이해해야만 하니까요. 더 나아가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데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영국의 수상 처칠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도 없다"고 까지 이야기한 것이지요.)

   이 책의 저자 또한 학창 시절에는 세계사를 싫어했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성인이 되어 뉴스를 보다가 의문이 드는 부분을 찾아보면 오늘날 벌어지는 많은 논란거리들이 과거의 사건과 맥락이 닿아 있음을 알게 되면서 세계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구요.

  

   세계사를 소재로 책을 쓸 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법도 다양하겠지요? 시대순으로 사건을 죽 나열하는 방법도 있겠고, 인물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방법도 있겠지요. 철학이나 사상을 중심으로 풀어낼 수도 있겠구요. 저자의 창의성은 여기서 발휘되는데요, 음식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세계사를 종횡으로 엮어 나갑니다. 그러면서 형식은 식탁에서 음식을 먹으며 자녀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체를 사용했구요. "얘들아, 간식 먹자. 엄마가 감자 쪘어. 맛있겠지?"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실제로 자녀들과 나눈 이야기들이 토대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내용을 좀 자세히 들여다 보지요. 첫번째 주인공은 감자입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감자를 보면서 저자는 제일먼저 빈센트 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에 대해서 언급합니다. 우리에게는 간식인 감자가 당시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고마운 작물이었다고 말이지요. 우리도 저자가 들려주는 감자 이야기를 따라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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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는 원래 남아메리카의 적도 부근에서 재배되던 작물인데 16세기에 스페인 탐험가들에 의해서 유럽으로 전파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유럽사람들이 감자를 '악마의 과일'이라면서 기피했다는 것을 아시나요? 일단 감자가 땅속에서 자라니까 이미지도 좋지 않았고, 울퉁불퉁하게 생겨서 예쁘지도 않은데다가, 날것으로 먹다가 감자 싹에 있는 독소 때문에 배탈이 나기도 했기 때문이지요. 심지어 1630년 프랑스의 의회에서는 "감자를 먹으면 나병에 걸리므로 재배를 금한다."라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고 하는군요.^^

 

   오스트리아와 7년 전쟁을 벌인 프로이센의 황제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의 애칭이 '감자 대왕'이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1744년에 황제가 군대까지 동원해서 감자를 강제로 재배하고 보급했기 때문이지요. (그때까지도 사람들이 감자재배를 꺼렸다는 뜻이지요. 당시에 독일군은 돼지와 포로에게만 감자를 먹였다고까지 합니다.) 이후 감자가 널리 보급되고 군대 식량으로도 활약을 해서 프로이센이 7년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날에도 참배객들이 그를 기리는 묘석 위에 감자를 올려놓는다고 하더군요. 참 재미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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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이 책을 특히 좋아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하나는 과거의 역사와 현대의 문제를 연결한다는 것이구요, 또 하나는 약자의 시각으로도 세계를 본다는 것이지요. 그냥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들을 죽 열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역사를 통해 어떻게 현재의 세상을 바라보아야 할 지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씀 드린,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주는 책인 것입니다.


   저자가 감자에 대해 계속 이어가는 이야기를 더 들어볼까요? 저자는 2011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가 아일랜드를 방문해서 아일랜드 독립 추모 공원에 들러서 헌화하고 묵념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영국의 군주가 아일랜드 땅을 밟은 것이 100년 만의 일이라고 하네요. (한국과 일본 사이보다도 더 먼 것 아닙니까?) 왜 이렇게 두 나라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은 것일까요?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저자는 감자도 거기에 한 몫 했다고 소개합니다. 무슨 이야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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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랜드가 영국의 식민지로 있던 1845년, 아일랜드에 병충해로 인한 '감자 대기근'이 일어납니다. 당시 감자는 아일랜드인의 주식이었습니다. 영국이 아일랜드의 작물들을 수탈해가면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감자는 그냥 놔두었기 때문이었지요. 이 때문에 1851년까지 계속된 감자기근으로 인해 800만명 인구 중에서 백만 명이 굶어 죽고 백만 명은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갔습니다. (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아일랜드인의 후손 중 한명이 존 F. 케네디라고 하네요. 오바마의 외가 쪽도 아일랜드계라고 하구요.) 그런데 영국인 지주들은 그 와중에도 원조는 커녕 아일랜드에서 계속 곡물을 공출해 갔다고 합니다. (일제 시대 때 우리의 쌀을 무지막지하게 공출해 간 일본이 생각나는 대목이지요.) 그래서 '감자를 망친 것은 신의 뜻이었지만, 대기근으로 만든 것은 영국이다'라는 말까지 있었다고 하네요.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는 이 대기근을 기억하기 위한 조형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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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후, 아일랜드인들은 더욱 거세게 독립운동을 했고, 결국 1920년에 축구 경기장에서 영국군의 발포로 선수와 관중 14명이 죽고 60여명이 부상한 '피의 일요일'사건이 일어나자 양국은 6개월 동안 전쟁에 돌입합니다. 그리고 1921년 12월 6일 휴전을 맺고 아일랜드의 자치권을 인정하게 되지요. 그러나 아직까지도 앙금이 풀리지 않아서 으르렁거리고 있습니다. 헐리우드 영화에서는 IRA(아일랜드 공화국군)가 보통 테러리스트처럼 그려지곤 하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엄연한 독립군인 것입니다. 우리의 영웅 안중근 의사가 일본 입장에서 보면 테러리스트인 것처럼 말이지요.  

  

   자, 감자 하나로 이런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며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하게 하는 저자의 요리 솜씨가 대단하지 않습니까? 이런 식으로 바나나, 포도, 소금, 돼지고기, 빵, 후추, 옥수수, 차, 닭고기를 집어들고 그것에 얽힌 이야기들을 맛있게 풀어냅니다. 일종의 '세계사 먹방'을 보는 느낌이예요. 이런 독특한 방식과 묵직한 주제의식, 편안하고 깔끔한 글솜씨를 인정받아서 이 책은 제2회 창비청소년도서상을 받았고, 저자는 여세를 몰아 '옷장 속의 세계사','지붕 밑의 세계사'를 출간합니다. 의식주시리즈라고나 할까요^^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는 것도 참 좋겠고, 엄마들이 이 책을 읽고 식탁에서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주어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아, 청춘이라면 소개팅 나갔을 때 식탁에서 이야기를 끌어나갈 수도 있겠네요. 지적으로 보여서 호감도가 급상승할 것입니다. 너무 잘난척 하지는 않도록 조심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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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제게 왜 이러세요? - Why God? 결코 사라지지 않는 질문 필립 얀시 시리즈
필립 얀시 지음, 이용복 옮김 / 규장(규장문화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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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이 확 와닿지요?^^ 누구나 한 번쯤 (속으로라도) 해 보았을 질문 아닙니까? 이 책의 원제목은 "The Question That Never Goes Away (결코 사라지지 않을 질문)"입니다. 한국어판 제목이 훨씬 감성적으로 와 닿네요. (읽고 싶게 제목을 잘 붙였어요) 어떻게 보면 원제목은 한국어판 제목에 대한 설명으로 보이구요.

 

   정확하게 '결코 사라지지 않을 질문'이란 무엇일까요?

   "선하고 전능하신 하나님이 정말 살아계신다면, 이런 악한 일이 왜 일어나는가?"입니다. 아.. 정말 이 문제는 수천년 동안 수많은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을 어렵게 했고, 여러 가지 대답이 제시되고 무수히 많은 책이 쓰여졌지만 그 어떤 대답도 모두를 설득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물론 가장 과격한 대답은 있지요. "신은 없다!"ㅜㅜ


   저자는 2012년에 비극의 장소 세 곳에 설교 초청을 받아 방문하면서 이 책을 저술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장소는 일본의 도호쿠 지역. 2011년에 있었던 쓰나미로 인해 19,000명이 사망한 곳이었지요. 두 번째는 보스니아의 사라예보. 4년동안 포위 공격을 받으며 11,000명의 희생자를 낸 도시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미국의 코네티컷 주의 뉴타운. 2012년 12월 14일에 정신질환자의 광란의 총격에 의해 초등학교 1학년 20명과 교사 6명이 죽었던 곳이지요. 아.. 정말 설교하기 힘든 장소들입니다. 그런 곳에서 도대체 뭐라고 설교할 수 있겠습니까ㅜㅜ


   저자가 이런 곳들에 특별히 초청되었던 이유는 그가 30년 전에 <내가 고통당할 때 하나님은 어디 계십니까?>라는 책을 썼기 때문입니다. 뉴타운에서 총기난사사건이 일어나자 출판사에서 이 책을 일시적으로 무료 다운로드받을 수 있게 하고 페이스북에 링크를 걸었다고 합니다. 대대적으로 광고를 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저자와 출판사는 1000건 정도 다운로드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며칠 동안 십만 건 이상 다운로드되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질문을 여전히 던지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저자는 다시 한 번 이 어려운 주제를 다루게 된 것입니다.

  

   저자는 솔직하게 '왜 이 땅에 고통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할 수 없다고 고백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한 성경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대답을 회피한다고 하지요. (제가 보기에도 그렇습니다.) 대신 성경은 '고통의 원인'에서 '고통에 대한 반응'으로 강조점을 옮깁니다. 이 땅의 고통을 무시하지도 않고, 고통이 없어질 것이라는 헛된 기대도 하지 않으면서 우리가 그 고통들에 어떻게 반응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고통에 반응할 수 있을까요? 첫 번째는 고통 가운데서 의미를 찾는 것이고, 두 번째는 고통당하는 자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 저자는 논리를 전개하는 대신에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곳들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상황을 이야기하고, 그 사건을 겪었던 사람들의 황망한 마음을 그들의 입을 통해 들려줍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런 비극 가운데서도 믿음을 잃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 상처 받았지만 위로하고 치유하는 사랑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고통의 의미를 발견한 사람들, 고통받는 자들을 실제로 도운 사람들의 이야기지요. 논리가 아니라 이야기이기에 더욱 절절하게 가슴에 와 닿습니다.


    "왜 고통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 저자는 대신 "고통의 시간에 하나님은 어디에 계신가?"에 대해 책의 말미에 세 가지로 조심스럽게 대답합니다.

   그 첫 번째 대답은 '고통받는 사람과 함께 계신다.'입니다. 그 가장 큰 증거는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의 고통에 동참하신 사건이지요. 그 고통의 순간에 하나님께서는 침묵하셨지만 함께 계셨고, 그 고통을 속량해서 선을 이루셨습니다.

   두 번째 대답은 '교회 안에 계신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통의 시간에 하나님은 어디에 계신가?'라는 질문은 '고통의 시간에 교회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모든 환난 중에 있는 자들을 능히 위로하는 사명을 감당하는 사람들을 통해 하나님이 드러나시는 것입니다.

   마지막 대답은 '우리를 위해 새 집을 준비하고 계신다.'입니다. 우리들은 새하늘과 새땅이 드러나고, 주님의 시선에 우리의 고통이 눈 녹듯 사라질 그 날을 사모하는 것입니다.


   저는 첫 번째 대답은 지금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두 번째 대답은 그들의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필요한 대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대답은 물론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대답이구요.

   고통의 의미는 고통을 겪은 사람만 깨닫고 이야기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옆에 있는 사람이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요.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말들은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말입니다. (설사 아무리 선한 의도이고 옳은 이야기라고 해도 말이지요,)

   "하나님의 뜻이 있을 꺼예요."

   "성경에 감당하지 못할 시련은 주시지 않는다고 했어요."    

   "성경에 모든 것이 합력해서 선을 이룬다고 했어요."

   "고통은 위장된 축복이예요"...

이런 말들입니다.

   심지어, "혹시 뭔가 죄 지은것이 있지 않나요?"라거나 "이런 일은 하나님의 심판이다."라는 막말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폭력에 다름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설교를 하시는 분들이 계시니..ㅜㅜ)

   예수님처럼 위로와 치유를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의 슬픔에 충분히 공감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하나님께서 당신보다 더 슬퍼하십니다..." 


   이 책을 읽어도 여전히 악과 고통에 대한 질문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말 그대로 '절대로 끝나지 않는 질문'이니까요. 계속해서 여기저기서 엄청난 재해와 끔찍한 테러들, 어이없는 사고들이 일어날 것이고, 우리들은 육체가 병들고 마음이 상처받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정말 살아계신가?"라는 의문이 거세게 들겠지요.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고통의 때에도 조금은 더 힘을 내고, 조금은 더 빨리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은 덜 원망하고, 조금은 더 기도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다시 꺼내어 읽게 될 것 같습니다. 나보다 먼저 힘든 일을 겪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시 들으며 목놓아 울 것 같습니다. 

  

   그 때, 하나님은 제 곁에 계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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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살벌한 연애상담소
김지윤 지음 / 포이에마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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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인지 재작년에 교회 청년들이 카톡으로 돌려보던 동영상이 있었습니다. 결국 돌고돌아 제게도 전달되었지요. 너무 웃기는 강의라는 추천사와 함께. 그런데, 정말 빵 터졌습니다. 기독교계에 이런 스타급 강사가 있었다니!! 이미 일가를 이루고 계신 장경동 목사님과는 또 다른 매력의 강의였습니다. 뭐랄까요.. 좀 능청스럽다고 해야할까요? 얼굴은 못보고 음성으로만 들었는데, 왠지 아무 표정없이 웃기는 그런 사람일 것 같더라구요. 아, 개그맨으로 치면 전유성씨가 되겠네요. 그 웃음 뒤에 날카로운 통찰과 따뜻한 공감, 실제적인 충고가 들어 있기까지 했으니 스타가 될 만도 했지요.

 

  그녀의, 지금은 너무도 유명한 강의 한토막을 소개합니다. (며칠전 신문에도 다시 인용되었더라구요.)

 

"남자들은 여자를 너무 모른다. 여자랑 대화할 때는 세 마디만 기억하면 된다. 정말? 대박! 헐~ 이 세가지다. 예를 들어 여자가 '오빠, 아까 신도림역에서 영숙이 만났다.'라고 하면 그 셋 중에 한가지만 반응하면 된다. 그러면 그냥 여자는 다른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런데 '그래서?'라고 대꾸하다가는 싸움이 된다. 만약 이 말이 기억나지 않으면 그냥 여자들의 끝말을 따라하라. 방금의 예를 들자면, '아~ 영숙이 만났구나'라고 하면 된다. '이 얘기를 왜 하는 걸까? 그래서 어쨌다는 걸까?' 이런 생각하지 마라."

"요즘 아이들은 우리들과 또 다르다. 얼마전에 조카 페이스북에 들어갔는데 케익 사진을 찍어서 올려놓았는데 댓글이 10개씩이나 달려 있었다. 그래서 도대체 그 또래 아이들은 뭐라고 댓글을 달았나 싶어서 들어가보았더니, 우와~ , 맛있겠당, ** , 하트하트 이런 식이더라."

  아.. 이럴 때 글의 한계를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그녀의 강의 말투는 아무래도 재현할 수가 없으니까요. 이런 건 직접 들으셔야 빵 터진다니까요.

 

  어쨌든  IVF에서 청춘남녀를 위한 강의를 하던 이 강사, 김지윤간사는 너무 유명해져서 공중파에까지 진출합니다. 지금 저자소개를 보니, 강의가 책으로 출간되면서 전국적으로 히트를 쳤다고 되어 있네요. 처음에 나온 책이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좋은연애연구소' 소장이라는 직함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교회만큼 노총각, 노처녀들이 많은 곳도 드물 것입니다. 하나님의 최초의 축복이자 명령인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말씀은 힘을 잃고 있지요. 사회환경 자체도 점점 결혼하기 힘들게 하는데 교회는 또 '신앙'이라는 최대중요변수까지 고려해야하니 더욱더 짝을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더구나 이미 교회는 남녀 구성비율이 3:7 정도로 여자가 훨씬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믿음이 있는 신실한 미혼남성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말았지요. 그래서 모든 교회에는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한, (하고 싶은데도!) 괜찮은 아가씨들이 많고, 지금처럼 가을로 접어들면 담임목사님이나 청년부 담당 사역자의 가슴에는 또 돌이 하나 얹힙니다. '올해도 그냥 넘어가는가..' 그러다보니 'Goddate'와 같은 크리스쳔 미혼 남녀 만남 주선 모임도 생겼고, 몇 교회가 연합해서 합동미팅을 주선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교회는 솔직히 연애에 대해 고민이 더욱 많습니다. 보통의 청춘남녀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에다 신앙에 관한 고민까지 더해야하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런 고민들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나눌 공간이 의외로 적다는 것입니다. 교회 선배들의 고민은 감사하지만 솔직히 따분한 정답일 때가 많습니다. 공감하기보다는 먼저 당위를 앞세우는 경우가 많지요. 또한 성경은 별로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성경이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주려는 책이 아니니까요. 당연히 인생의 원리들은 모두 발견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사랑을 발견할 수는 있지만, 당장 내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답은 공동체에 위임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동안 250여차례에 걸쳐 진행한 강의에서 받은 질문들 300개중에서 80개를 추려서 Q&A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굉장히 실제적인 질문들이지요.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마흔 넘은 모태솔로입니다

-그에게 자꾸 끌리는데 두려워요

-결정적 순간에 발뺌하는 남자

-남자 친구가 저의 외모를 자꾸 지적해요

-오빠가 좀 가난해요

-남자 친구와 종교가 달라요

-부모님이 스펙 안좋은 남친을 반대해요

-결혼 후에는 어느 교회로 가지요?

-교회에 푹 빠진 여자친구 이해할 수 없어요..

 

정말 실제적이지요?

 

  저자는 '연애는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연애의 기술, 작업의 정석을 가르쳐 주는 책이 아닙니다. 연애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책이지요. 그래서 어떤 청년이 '연애 배우려다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는 댓글을 달게 되는 것이지요. 맞습니다. 연애를 하면 인간을 배우게 되고 나를 배우게 되지요. 연애는 가장 위선을 떨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밑바닥이 드러나는 시기니까요.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제발, 이 중요한 연애를 가슴으로만 하려들지 말자. 연애에는 뜨거운 가슴 말고도 좋은 가치관, 성숙한 인격, 정서적 근력, 선의지, 책임감과 같은 인격에 담긴 좋은 태도가 필요하다."

  정말 맞는 말이지요? 이 책을 죽 읽어보면 제가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거의 다 들어있습니다. 따뜻한 시선으로 문제를 공감해주면서 잘 말해주는 교회언니, 교회누나인 셈이지요. 그러면서 본질적인 문제와 실제적인 노하우까지 일러주니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역시 이 책의 큰 장점은 빵 터지게 하는 유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김지윤간사의 목소리가 떠오른 사람이 아마 저뿐은 아닐 껍니다. 예를 들어 이런 Q&A를 볼까요?

 

 Q : 저는 이상형 리스트를 만들어 오래 기도해 왔습니다. 정말 최고의 가정을 꾸리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지금 소개팅을 해서 괜찮은 사람을 만나기는 했는데 제가 오래 기도했던 사람과는 좀 맞지 않아요. 계속 만나도 될까요?

A : 제발 만나라. 제발,제발,제발,부디. 많은 여성들과 대화를 해 보니 그녀들은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 누군가는 차라리 막연하면 좋겠는데 안타깝게도 구체적이다. 키 180센티에, 스포츠에 능하고, 자상하며, 유머도 있고, 신앙도 좋고, 옷을 잘 입고, 시댁이 먼 남자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오랜 시간 기도했을 것이다. 진실한 마음으로. 그리고 못 만났을 것이다. 하나님도 주고 싶다. 그런데 없어서 못 준다.

 

  아.. 이런 대사는 그녀의 그 무심한 듯 말하는 목소리로 직접 들어야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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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귐의 기도 - 개정판
김영봉 지음 / IVP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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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 많이 하시나요?'

  으.. 저를 늘 부끄럽게 하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신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소나무 뿌리를 두어개는 뽑아야 한다는 둥, 누구는 하루에 몇시간 이상 기도한다는 둥 하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저는 부끄럽게도 실제로 기도를 많이 하거나 깊이 하지 못하는 목사이거든요. 방언기도도 하지 못하고, 3일 금식을 작정하고 기도원에 갔다가 이틀만에 내려온 적도 있습니다. 부목사 시절 새벽예배에 나가서 매일 뒤에 앉아 꾸벅꾸벅 졸기나 했구요. 솔직히 '내 기도하는 그 시간 그 때가 가장 즐겁다'는 찬송가 가사는 저에게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지요. 어느 교회 강대상에는 '하루에 5시간 이상 기도하지 않는 자, 여기에 설 자격이 없다!'라고 까지 적혀 있다는데, 저는 그 교회 입구도 들어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ㅠㅠ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누가 이 몸에서 나를 건져내랴!.. 그런데! 저를 건져낼 그 분(책)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김영봉목사님의 '사귐의 기도'입니다.

  

  요즘 한국교회에 기도가 많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습니다. 실제로 각 교회에서 많이 행하던 부흥회도 많이 사라졌고, 기도원에 가봐도 집회인원이 확 줄어든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재작년엔가 금요일에 그 유명한 한얼산 기도원에 갔었는데, 모인 사람의 수가 100명 정도 밖에 안되지 뭡니까!! 그것이 한국교회의 침체의 원인이라고 하면서 다시 기도의 불을 붙여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요. 확실히 기도의 부흥은 다시 일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기도의 부흥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는 이 책을 읽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기도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르게 기도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저자는 기도로 흥한 한국교회가 기도로 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보기에 한국교회에서 기도의 모델은 '얍복강가의 야곱'입니다. 따라서 기도는 하나님과의 씨름으로 표현되고, 우리는 일사각오의 자세로 기도에 임하게 되지요. 저자는 우리가 기도를 '하나님께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기도의 모델로 되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므로 한국교회에서 기도의 응답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고, 그래야 능력있는 기도이며, 얻지 못하는 이유는 기도하지 않기 때문이고, 기도해도 얻지 못하는 것은 기도를 덜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자가 제안하는 기도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바로 '하나님과의 사귐'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사귐의 기도'입니다) 하나님과의 사귐이란 하나님을 사모하여 지속적으로 만나는 것입니다. 마음과 영혼을 열고 하나님과 소통하는 것입니다. 말로만이 아니라 때로는 침묵으로,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격렬한 감정으로 마음을 주고 받는 것입니다. 그렇게 기도가 깊어질 수록 하나님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하나님을 더욱 사랑하게 되며 그분을 닮아가게 됩니다. 

  그런 관점에서 저자는 우리가 그려야 할 기도자의 모델은 시편 131편에 등장하는 '젖 뗀 아이'라고 주장합니다. 시편 131편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호와여

내 마음이 교만하지 아니하고

내 눈이 오만하지 아니하오며

내가 큰 일과 감당하지 못할 놀라운 일을 하려고

힘쓰지 아니하나이다
실로 내가 내 영혼으로 고요하고 평온하게 하기를

젖 뗀 아이가 그의 어머니 품에 있음 같게 하였나니

내 영혼이 젖 뗀 아이와 같도다
이스라엘아

지금부터 영원까지 여호와를 바랄지어다


아..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능력있는 기도'와 너무도 다르지 않습니까? 이런 이미지가 지나치게 정적이고 소극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기도자가 이런 영성을 지녀야 진정으로 인생의 성취가 시작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영성을 가진 사람은 '부산하지 않되 부지런히, 나서지 않되 은밀하게, 열광하지 않되 뜨겁게 살아가며 소명을 위해 목숨이 다할 때까지 헌신한다'고 이야기하지요. 사실 이 시편을 쓴 다윗이야말로 가장 적극적인 사람 아니었습니까?


  저자가 이 책을 쓴 동기는 저자 안에 있었던 공허함 때문이었습니다. 교회 안에서 모범생으로 자라 목사가 되고 신학자가 되었지만 저자의 내면에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무엇'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그 해답을 '영성생활'에서 찾으려고 했고, 결국 기도의 대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기도를 연습하기 시작했지요. 그렇게 몇년이 흐른 뒤, 서서히 공허감이 사라지고 말과 행동에서 변화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들을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들에게 나누어주기 시작했고, 결국 정리해서 책으로 낸 것입니다. (사실, 10년전에 이 책이 처음 발간되었을 때는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켰었지요. 발간 10주년을 맞이해서 내용을 대폭 추가하고 손질했습니다) 아, 그가 가지고 있던 고민은 지금 저의 고민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책은 5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기도가 무엇인가?'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봅니다. 그동안 우리가 기도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던 것들을 하나씩 밝혀서 벗겨내고, 시각을 교정해 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가 상황을 바꾸기보다는 기도자를 바꾸는 것이며, 하나님과의 협상이 아니라 상담이며, 하나님을 내 뜻대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나를 바꾸는 것이고,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사귀는 것 자체가 기도 응답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지요.


  2부에서는 사귐의 기도를 위한 준비로 시간과 장소에 대해 조언합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일정한 시간을 내어 일정한 장소에서 기도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지요.


  3부는 기도를 주제별로 분류해서 설명합니다. 회개기도, 감사찬양기도, 청원기도, 치유기도, 내적치유기도, 중보기도인데요, 각각의 기도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뛰어난 통찰력과 날카로운 비판, 그리고 실제적인 대안을 아름다운 글로 보여주지요. 하나하나 떼어서 깊이 생각해 볼 내용들입니다.


  4부는 사귐의 기도를 위한 도구들입니다. 말씀묵상, 묵상하는 삶, 묵상기도, 침묵기도, 금식기도, 기도문기도, 호흡기도, 기도일기, 통성/방언기도이지요. 이것 역시 깊이 생각하면서 읽어야 할 내용들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5부는 사귐의 기도를 통해 맺어지는 열매를 소개합니다. 내적 안정감, 전인적 건강, 영적 충만, 진리로 자유함, 사랑의 능력, 새로운 의식인데요, 이 부분을 읽으면 '아.. 나도 정말 이런 것들을 맛보고 싶다!'는 갈망이 마구마구 샘솟게 됩니다. 이 땅에서 누구나 꿈꾸는 그런 모습이 그려지고 있거든요. 


  저는 감히 이 책이 이 시대의 고전이 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도에 관한 고전은 참 많지만, 우리와 같은 한국인의 관점과 정서를 가지고 기도에 대해 이렇게 잘 정리하고 표현한 책이 다시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지요. 그만큼 내용이 깊으면서도 쉽고, 표현도 아름답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 기도하고 싶어집니다. 하나님과의 사귐을 갈망하게 됩니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형식적이고 세속적인 신앙에서 벗어나 하나님과의 역동적이고 깊은 만남의 관계로 들어가고 싶어집니다. 처음에 저자가 이야기했던 '젖 뗀 아이'의 평안을 이 땅에서 실제로 맛보아 알고 싶어집니다. 말로만 들었던 하나님을 이제 뵙고 싶어집니다. 

 

  아.. 저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 삶으로 기도하면 된다고 핑계를 대지 않고 기도하는 시간을 따로 떼어 하나님께 집중해야겠습니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나와의 사귐을 갈망하시면서 나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믿고 하나님 앞에 엎드려야겠습니다. 말을 늘어놓기 전에 침묵해야겠습니다. 처음에는 어렵더라도 꾸준히 나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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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가지 사랑의 언어 - 개정증보판
게리 채프먼 지음, 장동숙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추석 잘들 보내셨나요? 추석 얼마전에 뉴스를 보니 명절아이템으로 '가짜 기브스'가 불티나게 팔린다고 하더군요.ㅋㅋ  원래는 아마 만우절 아이템 아니었을까요? 그걸 명절 때 사용할 생각을 하다니, 정말 천재적이지 않습니까?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했으면 그랬을까 생각도 해보구요. 남편인 저로서는 알 수 없는 며느리들의 고충이겠지요? (아니, 요즘에는 시어머니들도 스트레스라고 하더라구요.) 이제 추석이 지나고 명절후 스트레스가 집집마다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을 지금, 부부간의 사랑에 대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이제야 읽었냐구요? 그럴수도 있죠 뭐. 그래도 저처럼 한발 늦은 분들도 계실 테니 이미 읽으신 분들은 그냥 되새겨보는 차원에서 보아주시길.^^)

  사실 이 책은 읽지 않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이런저런 통로로 무지 많이 들었습니다. 부부세미나같은 곳에서 단골로 나오는 이야기이거든요. (그래서 굳이 읽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미국에서는 1992년에 처음 출간되었고, 한국에서는 1997년에 처음 번역되었다가 2010년에 개정판이 나왔더군요. 벌써 '10대를 위한 5가지 사랑의 언어', '싱글을 위한 5가지 사랑의 언어', '자녀들을 위한 5가지 사랑의 언어'도 번역되었더군요. 사실 궁금합니다. 그렇게 5가지 언어가 대상마다 달라지는 것인지, 아니면 똑 같은 이야기를 분위기와 사례를 바꿔서 계속 하는 것인지. (아직 책들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추측을 한다면... 후자입니다.ㅋㅋ)

  이전에 이 책 이상으로 히트를 쳤던 책,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결론을 알고 계시나요? 그 책 마지막에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지금까지 이 책에서 한 이야기를 다 잊어도 좋다. 이것만 잊지 말라.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라고.

  이 책을 비슷하게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사람들마다 사랑의 언어는 다르다.'쯤 될 것 같네요. 그리고 상당히 공감이 갑니다. 사실 우리들은 다 다르잖아요?

  저자는 오랜 시간의 상담과 연구를 통해 왜 사람들 (이 책의 1차 대상은 부부이지만, 사실 모든 대인관계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이 서로 사랑을 원하면서, (심지어는 사랑하면서도!) 서로에게 실망하고 헤어지기까지 하는지에 대해 원인을 제시하고 해결책을 제안합니다. (사실, 원인만 알게 되어도 절반은 해결한 셈입니다.)

  저자의 결론은, 사람들마다 자신이 사랑받는다고 생각이 들게 하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언어라는 표현이 참 적절한 것 같네요. 그게 통하지 않으면 외국어로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고 하거든요. 한쪽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있는데, 상대방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지요. 우리 모두 그런 경험들이 있잖아요? 대화가 통하지 않고 상대방이 내 진심을 몰라줘서 답답한. 그런데 그 언어들을 연구해보니, 결국 5가지 유형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언어들을 가르쳐주지요. (이제 외국어 강의 시간이 되었네요.)

  첫번째는 '인정하는 말'입니다. 상대방이 나를 인정하고 칭찬해줄 때 내가 사랑받는다고 확 느끼는 것이지요. 이 사랑의 언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꾸 장점을 칭찬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제 생각에는 많은 남자들이 이 유형에 속할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함께하는 시간'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 유형은 여자들에게 좀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런 유형은 대화를 중요시합니다. 아니, 대화 자체보다는 상대방이 나에게 집중하고 공감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는 것이 더 낫겠네요. 그러니까 이런 사람과는 함께 대화하면서 산책하거나 커피 한잔 하는 것이 좋겠지요? 핸드폰보는 것은 절대 금물이겠구요!

  세번째는 '선물'입니다. 사실, 선물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작은 선물에도 감동하고 감격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지요. (흠.. 왠지 부담스럽군요..) 

  네번째는 '봉사'입니다. 상대방이 나를 위해서 일을 해 줄 때 (부부관계라면 청소를 하거나 요리를 하거나..그런 것들이겠지요?)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확 받게 되는 사람들이지요.

  다섯번째는 '스킨십'입니다. 깊게는 성관계에서 작게는 살짝 손을 잡거나 어깨를 두드리는 것에 큰 의미를 두는 사람들입니다.

  자, 당신은 어떤 유형인가요? 그냥 딱 '나는 이거네.'라고 감이 오시나요? 그러면, 상대방의 사랑의 언어는 무엇인가요? 그것도 딱 감이 오시나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오랜 세월을 같이 한 부부 사이에도 그렇게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지고 있는 것도 모르는채 지낸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서로 외국어로 사랑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었고, 그래서 상대방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어떤 사람들은 그냥 이렇게 사는데에 익숙해져 버렸고, 어떤 사람들은 결국 오해로 인해 싸우고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사랑의 언어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와 상대방의 사랑의 언어를 알아내고, 그 언어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방법입니다. 그래서 이 책 마지막에는 스스로를 진단할 수 있는 질문지도 첨부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사랑의 언어를 5가지 유형으로 정리하고 각각 풍성하고 유익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 각론부분도 좋았지만, 사실 더욱 중요한 것은 총론이었습니다.

  먼저, 저자는 '사랑탱크'라는 용어를 제시합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잖아요? 그것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지요. 이 사랑탱크가 채워지면 우리의 행동이 변합니다. 반대로 이 사랑탱크가 비어 있으면 쉽게 짜증내고, 공격적으로 변하게되지요. 그러니까 먼저 서로의 사랑탱크를 채워주기 위해서 행동하라고 제안합니다. 아니면 '지금 내 사랑탱크가 비어 있어요.'라고 설명하라고 제안하지요. 

  그리고 나서 저자는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합니다. '사랑은 선택이다.'라구요. 사랑은 감정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특히 아직 결혼하지 않은 미혼들에게) 저자는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의 욕구는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본능이 아닌 이성과 선택에서 나온 사랑을 알고 서로 진정으로 사랑받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사랑은 따라서 '노력'과 '훈련'을 필요로 하지요. 휴.. 사랑도 참 어렵습니다. 그렇죠?

  생각해보면 사실 이런 사랑을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이 들어서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지요. 성경에서는 그 사랑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우리가 아직 연약할 때에 기약대로 그리스도께서 경건하지 않은 자를 위하여 죽으셨도다. 의인을 위하여 죽는 자가 쉽지 않고 선인을 위하여 용감히 죽는 자가 혹 있거니와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롬 5:6-8)" 우리는 이런 사랑을 이미 받았던 것입니다! (아, 그런데 왜 우리의 사랑탱크는 그토록 쉽게 고갈되는 것일까요 ㅜㅜ)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저자가 사랑의 '언어'라고 표현한 것은 참 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알다시피 외국어를 습득하는 데에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사랑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이렇게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요. 또한 아무리 연습해도 외국어는 영 어색하듯이, 다른 사랑의 언어를 말하는 것도 역시 어렵다고 저자는 인정합니다. 예를 들어, 어릴 때부터 스킨십을 잘 하지 않았던 집안에서 자란 사람이 스킨십이 사랑의 언어인 배우자를 만나면 정말 어색하고 힘들겠지요. 하지만, 외국어처럼, 사랑의 언어도 연습을 통해 점점 더 늘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정말 능통한 bilingual person 이 될 수도 있을 것이구요! 그런 기대와 소망을 가지고 외국어를 연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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