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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살벌한 연애상담소
김지윤 지음 / 포이에마 / 2013년 4월
평점 :
작년인지 재작년에 교회 청년들이 카톡으로 돌려보던 동영상이 있었습니다. 결국 돌고돌아 제게도 전달되었지요. 너무 웃기는 강의라는 추천사와 함께. 그런데, 정말 빵 터졌습니다. 기독교계에 이런 스타급 강사가 있었다니!! 이미 일가를 이루고 계신 장경동 목사님과는 또 다른 매력의 강의였습니다. 뭐랄까요.. 좀 능청스럽다고 해야할까요? 얼굴은 못보고 음성으로만 들었는데, 왠지 아무 표정없이 웃기는 그런 사람일 것 같더라구요. 아, 개그맨으로 치면 전유성씨가 되겠네요. 그 웃음 뒤에 날카로운 통찰과 따뜻한 공감, 실제적인 충고가 들어 있기까지 했으니 스타가 될 만도 했지요.
그녀의, 지금은 너무도 유명한 강의 한토막을 소개합니다. (며칠전 신문에도 다시 인용되었더라구요.)
"남자들은 여자를 너무 모른다. 여자랑 대화할 때는 세 마디만 기억하면 된다. 정말? 대박! 헐~ 이 세가지다. 예를 들어 여자가 '오빠, 아까 신도림역에서 영숙이 만났다.'라고 하면 그 셋 중에 한가지만 반응하면 된다. 그러면 그냥 여자는 다른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런데 '그래서?'라고 대꾸하다가는 싸움이 된다. 만약 이 말이 기억나지 않으면 그냥 여자들의 끝말을 따라하라. 방금의 예를 들자면, '아~ 영숙이 만났구나'라고 하면 된다. '이 얘기를 왜 하는 걸까? 그래서 어쨌다는 걸까?' 이런 생각하지 마라."
"요즘 아이들은 우리들과 또 다르다. 얼마전에 조카 페이스북에 들어갔는데 케익 사진을 찍어서 올려놓았는데 댓글이 10개씩이나 달려 있었다. 그래서 도대체 그 또래 아이들은 뭐라고 댓글을 달았나 싶어서 들어가보았더니, 우와~ , 맛있겠당, ** , 하트하트 이런 식이더라."
아.. 이럴 때 글의 한계를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그녀의 강의 말투는 아무래도 재현할 수가 없으니까요. 이런 건 직접 들으셔야 빵 터진다니까요.
어쨌든 IVF에서 청춘남녀를 위한 강의를 하던 이 강사, 김지윤간사는 너무 유명해져서 공중파에까지 진출합니다. 지금 저자소개를 보니, 강의가 책으로 출간되면서 전국적으로 히트를 쳤다고 되어 있네요. 처음에 나온 책이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좋은연애연구소' 소장이라는 직함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교회만큼 노총각, 노처녀들이 많은 곳도 드물 것입니다. 하나님의 최초의 축복이자 명령인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말씀은 힘을 잃고 있지요. 사회환경 자체도 점점 결혼하기 힘들게 하는데 교회는 또 '신앙'이라는 최대중요변수까지 고려해야하니 더욱더 짝을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더구나 이미 교회는 남녀 구성비율이 3:7 정도로 여자가 훨씬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믿음이 있는 신실한 미혼남성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말았지요. 그래서 모든 교회에는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한, (하고 싶은데도!) 괜찮은 아가씨들이 많고, 지금처럼 가을로 접어들면 담임목사님이나 청년부 담당 사역자의 가슴에는 또 돌이 하나 얹힙니다. '올해도 그냥 넘어가는가..' 그러다보니 'Goddate'와 같은 크리스쳔 미혼 남녀 만남 주선 모임도 생겼고, 몇 교회가 연합해서 합동미팅을 주선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교회는 솔직히 연애에 대해 고민이 더욱 많습니다. 보통의 청춘남녀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에다 신앙에 관한 고민까지 더해야하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런 고민들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나눌 공간이 의외로 적다는 것입니다. 교회 선배들의 고민은 감사하지만 솔직히 따분한 정답일 때가 많습니다. 공감하기보다는 먼저 당위를 앞세우는 경우가 많지요. 또한 성경은 별로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성경이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주려는 책이 아니니까요. 당연히 인생의 원리들은 모두 발견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사랑을 발견할 수는 있지만, 당장 내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답은 공동체에 위임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동안 250여차례에 걸쳐 진행한 강의에서 받은 질문들 300개중에서 80개를 추려서 Q&A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굉장히 실제적인 질문들이지요.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마흔 넘은 모태솔로입니다
-그에게 자꾸 끌리는데 두려워요
-결정적 순간에 발뺌하는 남자
-남자 친구가 저의 외모를 자꾸 지적해요
-오빠가 좀 가난해요
-남자 친구와 종교가 달라요
-부모님이 스펙 안좋은 남친을 반대해요
-결혼 후에는 어느 교회로 가지요?
-교회에 푹 빠진 여자친구 이해할 수 없어요..
정말 실제적이지요?
저자는 '연애는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연애의 기술, 작업의 정석을 가르쳐 주는 책이 아닙니다. 연애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책이지요. 그래서 어떤 청년이 '연애 배우려다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는 댓글을 달게 되는 것이지요. 맞습니다. 연애를 하면 인간을 배우게 되고 나를 배우게 되지요. 연애는 가장 위선을 떨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밑바닥이 드러나는 시기니까요.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제발, 이 중요한 연애를 가슴으로만 하려들지 말자. 연애에는 뜨거운 가슴 말고도 좋은 가치관, 성숙한 인격, 정서적 근력, 선의지, 책임감과 같은 인격에 담긴 좋은 태도가 필요하다."
정말 맞는 말이지요? 이 책을 죽 읽어보면 제가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거의 다 들어있습니다. 따뜻한 시선으로 문제를 공감해주면서 잘 말해주는 교회언니, 교회누나인 셈이지요. 그러면서 본질적인 문제와 실제적인 노하우까지 일러주니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역시 이 책의 큰 장점은 빵 터지게 하는 유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김지윤간사의 목소리가 떠오른 사람이 아마 저뿐은 아닐 껍니다. 예를 들어 이런 Q&A를 볼까요?
Q : 저는 이상형 리스트를 만들어 오래 기도해 왔습니다. 정말 최고의 가정을 꾸리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지금 소개팅을 해서 괜찮은 사람을 만나기는 했는데 제가 오래 기도했던 사람과는 좀 맞지 않아요. 계속 만나도 될까요?
A : 제발 만나라. 제발,제발,제발,부디. 많은 여성들과 대화를 해 보니 그녀들은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 누군가는 차라리 막연하면 좋겠는데 안타깝게도 구체적이다. 키 180센티에, 스포츠에 능하고, 자상하며, 유머도 있고, 신앙도 좋고, 옷을 잘 입고, 시댁이 먼 남자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오랜 시간 기도했을 것이다. 진실한 마음으로. 그리고 못 만났을 것이다. 하나님도 주고 싶다. 그런데 없어서 못 준다.
아.. 이런 대사는 그녀의 그 무심한 듯 말하는 목소리로 직접 들어야 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