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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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보통 책을 선전할 때 '한 번 잡으면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놓을 수 없는 책'이라고들 하지요? 오늘 오랜만에 그런책을 만났네요. 정말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멈추지 않고 달렸습니다. 이 책을 샀더니, 아내도 첫장을 열고는 새벽 2시까지 읽더군요.^^

   히가시노 게이고, 원래 본업은 추리소설 작가입니다. '용의자 X의 헌신'이라는 작품으로 특히 유명해졌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얻다가 아예 유승범과 이요원이 주연을 맡는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습니다. (솔직히 영화는 생각보다 별로였답니다--;;) 그 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들이 속속 출간되었지요. 저도 추리소설을 워낙 좋아해서 여러권 읽었는데요, 확실히 일본 추리소설은 서양 추리소설과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하는데 탁월하지요. 추리소설이 아닌 이 책에서도 그런 심리묘사가 탁월합니다. 그리고, 추리소설 작가답게 복선을 깔고 반전을 보여주는 솜씨가 매우 훌륭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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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타, 고헤이, 아쓰야. 이 3인조는 좀도둑입니다. 어느 마을의 빈집을 털다가 '일이 틀어지면서' 근처에 있던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폐가에 허겁지겁 숨지요. 30년 정도 방치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 집에서 하룻밤만 보내고 도망칠 생각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닫혀진 셔터의 우편함에서 편지 한통이 툭 떨어집니다. 이 시간에 이런 집에 편지라니! 누군가 우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뭔가 알려주기 위해서 편지를 넣은것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편지가 제법 두툼합니다. 그들을 보고 급히 쓴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누군가 그냥 넣은 것입니다. 이런 폐가에 편지를? 무슨 이유일까요?
   궁금해진 그들, 편지를 뜯습니다. 그런데 정말 기묘한 편지입니다. 고민상담편지였거든요. 그것도 완전 진지한 고민상담 편지.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섬세함이 떨어지겠지만 지면관계상 요점만 정리해볼게요.


   "저는 현역 여자 운동선수입니다. 내년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맹훈련중이지요.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이 병에 걸려서 반년 밖에 안남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는 자기 상황에 개의치 말고 저에게 훈련에만 집중해서 올림픽에 나가라고 합니다. 제가 올림픽에 나가는게 자신의 마지막 소원이라구요. 그래서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운동도 그만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훈련에도 집중할 수 없구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나미야 잡화점에 고민 편지를 넣으면 좋은 충고를 해 주신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엥? 이게 뭡니까? 3인조 백수 좀도둑은 영문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다가 집안에 있던, 40년전에 발행된 주간지에서 그 답을 알게 되지요.
   40년 전에 이 곳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곳의 주인 나미야 할아버지가 동네 아이들의 고민에 너무 진지하게 답해주다가 그게 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고민 편지를 우편함에 넣으면 꼭 다음날 아침에 그 할아버지가 답을 써서 우유상자에 넣어준다는 기사였습니다.

   그렇다면 아직도 그분의 자손들이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일까요? 그래서 잡화점은 망했는데도 계속 고민상담은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이 여자는 이제는 고민 상담을 안한다는 것도 모르고 이렇게 편지를 보낸 것일까요? 어쨌든 신기한 일입니다.

   뭐, 어떻게 된 일이든 그들과는 상관이 없지요. 어차피 내일 아침이면 도망칠 테니까요. 그런데, 묘하게도 그들은 궁금해집니다. 이 여자선수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하고 말이지요. 그리고는 마침내 엉뚱하게도 자기들이라도 답장을 보내기로 합니다. 자기들 처신도 제대로 못하고 빈집이나 터는 신세여서 제대로 된 현명한 답을 해주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누군가 열심히 살라고만 해도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지요. (이런 오지랖하고는..마음씨는 착하다니까요.)
   그래서 고민고민하다가 이렇게 씁니다.

 

  "편지 잘 읽었습니다. 힘드시겠네요. 그런데 혹시 전지훈련을 갈 때 남자친구를 데려가면 안될까요? 별로 좋은 충고를 못해서 죄송합니다. - 나미야 잡화점"
(죄송하긴 뭐가 죄송해요.ㅋㅋ 일본인들 특유의 스미마셍 문화가 드러나네요)

   그렇게 써서 우유상자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아참! 답장에 지문이 묻었을 수도 있습니다! 허겁지겁 우유상자를 열었는데 으악! 방금 넣은 답장이 없어졌어요! 놀라고 있는데 또 으악! 우편함에 편지가 또 도착합니다.

 

   "어젯밤 편지에 이렇게 빨리 답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충고는 고맙습니다만, 그 사람 건강이 너무 나빠서 같이 갈 수는 없답니다. 뭔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다시 충고해주세요. 내일 아침에 우유상자를 열어 보겠습니다"

 

   이건 또 무슨 일입니까! 아니, 5분전에 우유상자에 답장을 넣었는데 두 번째 편지라니요! 누군가 집 안에서 이들이 하는 일을 지켜보면서 놀리고 있는 걸까요?
   이들은 이제 그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다시 시도합니다. 대충 답장을 썼지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휴대폰으로 영상통화를 하시면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 나미야 잡화점"

 

   그렇게 답장을 써서 우유상자에 다시 넣고 주변을 감시하지요. 그런데... 그 누구도 우유상자에 접근하지도 않았는데 세 번째 편지가 다시 날아옵니다.

 

   "두 번째 답장 감사합니다. 그런데..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어요. 휴대폰이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뭔가 전화와 관계된 것 같기는 한데 아무래도 모르겠네요. 죄송합니다."

 

   자.. 이제 3인조 도둑 겸 상담가는 진짜로 이게 무슨 일인지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상한 점들을 발견하기 시작하지요. 지금은 2013년, 작년에 런던 올림픽이 끝났습니다. 그런데 내년에 올림픽에 나가려고 훈련한다니요? 등등..

   여러분도 이제 눈치채셨습니까? 아, 이 나미야 잡화점은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어 있는 장소였던 것입니다! 영화에서도 가끔 나오잖아요. (2000년도에 유지태와 김하늘이 나왔던 '동감', 이정재와 전지현이 나왔던 '시월애'가 있었지요.) 이제 이 소설은 판타지소설이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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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이제 약간의 사명감을 가지고 다시 과거로 답장을 씁니다. 자기들 같은 사람이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듣고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에도 감격하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편지를 두 번 정도 주고 받아본 그들은 경악합니다. 그녀가 살고 있는 시대는 1979년 이었고, 그녀가 말하는 올림픽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이었거든요. 그게 왜 놀랍냐구요?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그 올림픽을 보이코트했거든요! 으악!


   이제 뭐라고 상담해주어야 하는지는 결정되었습니다. 어차피 노력해도 나갈 수 없는 올림픽이니까요. 그렇다고 미래에서 편지를 쓰고 있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들은 이제 그녀가 올림픽을 포기하고 애인 곁에 있게 해주려고 열심히 답장을 씁니다. "그까짓 올림픽이 뭐가 중요하냐, 그래봐야 큰 운동회에 불과하다^^.. 사랑한다면 마지막까지 곁에 있는게 맞다..."

   이러면 그녀가 자기들 말을 듣고 마음을 정할 줄 알았는데, 어라? 그녀의 편지는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계속 망설이는 것이지요. 자신의 진심을 잘 모르겠다나요.
   이것 참.. 3인조 얼치기 고민상담가들은 가슴이 타들어갑니다. 이걸 어떻게 말려야 할까요? 이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뒷부분은 읽어보세요. 반전이 있답니다.^^)


   이 고민상담소 나미야 잡화점을 배경으로 해서 이런 이야기들이 몇개가 더 펼쳐집니다. 계속해서 이 3인조 도둑이 주인공이 되는 것은 아니구요, 시대와 장소를 넘나들면서 이 고민상담이 처음 시작되었던 나미야씨의 이야기, 그의 아들 이야기, 그리고 그곳을 통해 도움을 받고 연결되는 현재와 과거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펼쳐지지요. 하나하나 모두 감동적인 이야기들입니다. 낄낄거리게도 하고, 울컥하게도 하지요.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의 삶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어갈 수록 점점 드러나는 등장인물들 사이의 관계들을 보면서 작가의 솜씨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심지어 마지막 부분에는 3인조 도둑이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들게 된 사연까지도 모두 연결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아.. 이렇게까지 이야기들을 엮어내다니요. 정말 흥미진진해서 끝까지 책을 놓을 수 없다니까요!

  

   이 '잡화점 고민 상담'을 시작한 나미야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나오는 에피소드에서는 그의 철학을 들을 수 있게 됩니다. 나미야 할아버지는 어떤 질문에도 진지함을 가지고 답을 해 줍니다. '공부 안하고 100점 받는 방법이 뭐지요?','산타클로스가 오면 좋겠는데, 굴뚝이 없어요'와 같은, 장난이 분명한 질문에 대해서도 말이지요. 그런 모습을 보며 답답해하는 아들에게 나미야씨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널 아직 뭘 모르는구나. 진지한 상담자들이나 이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이나 근본적으로는 같아.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휑하니 뚫렸고 거기서 중요한 뭔가가 쏟아져 나온거야. 증거를 대볼까? 그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반드시 답장을 받으러 찾아오거든. 그들도 내가 어떻게 답을 할 지 궁금한거야. 그래서 진지하게 답을 해 줘야 해.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돼."

 

   아... 이런 마음이었군요.
   저도 이렇게 저렇게 고민을 들어주고 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정답'을 말하는 때가 많아요.  아니,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설교'를 하는 것입니다. 상담을 청하는 사람의 입장에 함께 서서 열심히 그 고민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제 입장에서 답을 말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려서, 제가 지혜로워봤자 얼마나 지혜로우며, 경험해봤자 얼마나 더 경험했겠습니까?  혹시, 저는 인간의 마음 속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너무 가볍게 받아서 또한 가볍게 답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아무래도 장난 같은 질문에도, 심지어는 백지 질문지에도 밤을 새워가며 답을 고민하고 적어준 나미야 할아버지에게 한 수 배워야 할 듯 합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표면적으로는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신기한 현상을 의미할 것입니다. 하지만, 진짜 기적은 그 공간에서 진지한 경청과 대답을 통해 서로를 치유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아, 우리 공동체에도 이런 기적이 일어나야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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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인 2017-08-11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에도 나미야 할아버지가 있었어요!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도 ‘나미야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페이스북에 ‘나미야 잡화점을 현실로‘라고 검색하니 실제로 누군가가 익명 편지 상담을 운영하고 있더라구요.
namiya114@daum.net 여기로 편지를 받고 있고, 광주광역시 동구 궁동 52-2, 3층 나미야할아버지 로 손편지를 보내면 손편지 답장도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아마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대부분 저같은 생각을 한번쯤 해보셨을 거라 생각돼 이곳에 공유합니다.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
고든 맥도날드 지음, 홍화옥 옮김 / IVP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책이 좋은 책일까요? 뭐,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책은 좋은 책일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단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책을 베스트셀러라고 한다면, 장기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책은 스테디셀러라고 하지요. 베스트셀러는 뭐랄까요, 좀 시류에 영합하는 면이 없지 않아서 한순간에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서점에 가서도 스테디셀러코너에 가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스테디셀러의 경우, 출판사에서 계속 우려먹습니다. 뭐, 증보판, 개정증보판, 보급판 등등 이름을 바꾸어가면서 계속 출간하지요.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책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매출이 보장되어 있거든요. 새로운 책을 출간하는 것은 아무래도 모험이 따르는 일이니, 안전한 길을 걷는 것이지요.

 

   IVP출판사에서도 가끔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책'과 같은 이름으로 이전에 출판되었던 책들 중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책을 다시 인쇄합니다. 그 때 빠지지 않고 포함되는 책이 바로 오늘 소개하는 고든 맥도널드의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이에요. (그리고 빌 하이벨스의 '너무 바빠서 기도합니다', 폴 트루니에의 '모험으로 사는 인생', 김영봉의 '사귐의 기도' 등이 포함되겠네요.) 이 책은 1984년에 처음 출간되었는데 한국에서 20만부 이상 팔렸다고 하네요. 우와! 기독교 책이 20만권 팔렸다는 것은 일반 책으로 따지면 100만부 쯤에 해당하는 '초대박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답니다.

 

   이 책은 어느날 아침 저자에게 찾아온 경험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아주 활동적으로 바쁘게, 인정받으면서 큰 교회의 목사로 사역을 하고 있던 30세의 어느날 아침, 영문도 모르는 채 울음이 터져나왔거든요. 그 동안 쌓여 있었던 무언가가 내면에서 폭발했던 것이지요. 저자는 그것을 '씽크홀증상'이라고 부릅니다.

   '씽크홀'이 무엇인지 아시지요? 몇해전부터 도로 곳곳이 침몰하면서 이 단어가 뉴스에 자주 등장했지요. 지반 아래 있던 암석이 침식되거나 지하수가 고갈되거나 기타의 이유로 지반이 갑자기 꺼져 내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작은 구멍이 생길 수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자동차나 나무, 심지어 집이 빨려 들어가는 대형 구멍이 생기기도 하지요. 그날 아침 저자에게 일어났던 것이 바로 그런 현상이었던 것입니다. 내면에서 뭔가 무너져 내렸던 것이지요. 그날의 경험을 곰곰히 생각해본 저자는 내면 세계에 대해서 주목하게 되고, 내면 세계를 잘 관리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이 책은 그런 묵상과 훈련의 결과물인 것이지요.

 

   저자는 우리들 대부분이 내면 세계의 관리에 소홀하다고 지적합니다. 외부 세계는 가시적이고 현실적이어서 관리를 하기가 쉽지만 내면 세계는 보이지 않을 뿐더러 무시되더라도 외부 세계만큼 큰 소리로 아우성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내면 세계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때가 오면 무너져 내리는 것이지요. 피로, 환멸, 실패, 패배가 무섭게 엄습하고 나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게 되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내면 세계로부터 외부 세계를 지향할 때 가장 잘 살 수 있도록 만드셨습니다. 잠언은 이 사실을 이렇게 이야기하지요. "그 무엇보다도 너는 네 마음을 지켜라. 그 마음이 바로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잠 4:23) 

   '마음을 지키라'구요.. 이것이 명령의 형태로 주어진 것에 주목해 주십시오. 즉, 이것은 우리가 선택하고 따라야 할 명령입니다.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마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먼저 지키기로 선택하고 힘을 써야된다는 의미지요.

   이제 저자는 어떻게 하면 마음을 지킬 수 있는지, 조금 더 거창하게 번역해서 어떻게 하면 '내면 세계의 질서'를 세울 수 있는지에 대해서 동기부여, 시간 사용, 지혜와 지식, 영적인 힘, 회복이라는 주제로 나누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읽어보세요^^

 

   이 책에서 가장 사람들에게 도전을 주었던 부분은 첫 번째로 제시했던 동기부여라는 주제였습니다. 여기서 저자는 사람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있지요. 하나는 '쫓겨다니는 사람'이고, 또 하나는 '부름받은 사람'입니다.

   당연하게도 저자는 쫓겨다니는 삶에 대해서 부정적입니다. 그들이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그들이 사회에 공헌을 하는 경우도 많지요. 조직을 창설하고 업적을 이루어냅니다. 종종 매우 명석해서 수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을 주는 새로운 방법과 수단을 만들어내기도 하지요. 하지만 어쨌건 쫓겨다니는 것은 쫓겨다니는 것이며, 스스로를 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쫓겨다니는 사람들을 가려내는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한 번 죽 읽어보시면서 스스로 체크해 보실까요?

 

1. 쫓겨다니는 사람은 오직 무엇인가를 성취했을 때에만 만족감을 느낀다.

2. 쫓겨다니는 사람은 성취를 표시하는 상징에 집착한다.

3. 쫓겨다니는 사람은 보통 고삐 풀린 팽창욕에 사로잡혀 있다.

4. 쫓겨다니는 사람은 온전한 인격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경향이 있다.

5. 쫓겨다니는 사람은 대인 관계 기술을 닦는데 신경쓰지 않는다.

6. 쫓겨다니는 사람은 보통 경쟁심이 강하다.

7. 쫓겨다니는 사람은 화산처럼 격렬한 분노를 품고 있다.

8. 쫓겨다니는 사람은 대개 비정상적으로 바쁘고, 노는 것을 싫어하고, 영적인 예배를 피한다.

 

   그렇다면 부름받은 사람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요?

 

1. 부름받은 사람은 자신이 청지기임을 알고 있다.

2. 부름받은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3. 부름받은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다.

4. 부름받은 사람은 굳은 헌신을 몸소 실천한다.

 

   쫓겨다니는 사람도 과연 변화될 수 있을까요? 저자는 이에 대해 'YES!'라고 대답합니다. 그런 변화는, 쫓겨다니는 사람 스스로가 자신이 부르심이 아니라 충동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이야기하지요.

   그럼 그런 사실은 어떻게 직시하게 될까요? 인생에서 한동안 예수님의 말씀을 듣게 되면 쫓기는 삶의 뿌리와 모든 양상들이 폭로된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쫓겨다니는 삶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사람은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르는 성숙한 이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권하지요.

   이 책은 그 역할을 잘 해줍니다. 저자가 반드시 영적으로 성숙해서가 아니라, 쫓겨다니는 삶을 직시하고 방향을 내면으로 바꾸기 시작한 후 조금씩 성장한 과정에서 얻은 통찰과 경험을 솔직하게 전달해주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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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1 : 성경대로 비즈니스하기
하형록 지음 / 두란노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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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솔직히 이런 책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책이냐구요? 간증스토리지요. 특히나 '어려웠는데 하나님에 대한 믿음으로 역경을 이기고 성공했다.'는 류의 책은 잘 안 읽습니다. 왜 그러냐구요? 흠.. 저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당장 '그럼 신약성경에서 말하는 고난은 뭐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들거든요. 거기에 더해서 '그럼, 지금 어려운 사람들은 믿음이 부족해서라는 말이야?'라는 반감도 들어요. 사실 실제로 '하나님을 열심히 믿으면 (게다가 믿음으로 헌금까지 많이 하면) 하나님께서 성공하게 해 주신다.'는 식의 간증이 판을 쳐서 안그래도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더 상처주고 힘들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잖아요.


   그런데, 저도 나이를 먹은 걸까요..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꼭 그렇게만 볼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지요. 어쨌든 그 분들도 어려움 가운데서 정말 진실하게 하나님께 매달렸고, 하나님께서 그 분들에게 물질적인 축복을 내리시고 은혜의 통로로 사용하실 수도 있는 건데 말입니다. 제가 한쪽 극단의 폐해에 대해 분노한 나머지 반대쪽 극단으로 넘어갔을 수도 있겠더라구요. 제가 좀 욱하는 성격이 있어서 말이지요. 하지만 세상의 일들이 어디 그렇게 단순하게 나눌 수 있겠습니까.


  아무튼, 세상적으로 성공하고 물질적으로 복 받는 것에 대해서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기로 마음을 바꾸고 있는 때에 친구가 이 책을 선물했습니다. 작은 회사의 CEO를 하고 있는 친구인데요,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뜻대로 회사를 이끌어갈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하며 기도하다가 우연히(!) 서점에서 이 책을 보게 되었고 조금 읽어보고는 마음에 들어서 서점에 있던 재고 5권을 다 사서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이전 같았으면 고맙다고 하고 받아서는 그냥 안 읽었을텐데 마음도 조금씩 바뀌고 있는데다가 '이런 책은 어떤 이야기들을 하고 있나?'하는 궁금증도 들어서 책을 죽 읽어보았습니다. 그런데, 괜찮더라구요. '열심히 기도하면 복 주신다'는 식의 간증은 아니었습니다.


   저자는 제법 유명하더군요. KBS의 글로벌 성공시대에서도 방영해서 더욱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한센병 환자촌에서 목회하신 부모님 아래에서 어렵게 자랐지만, 미국 선교사의 도움으로 13살에 미국으로 건너가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미국 최고의 주차빌딩 건축 설계 회사인 워커사에 입사해서 29세의 나이에 중역의 자리에 오를 정도로 승승장구합니다.

   그런데 33세가 되던 해 (그러고 보니 예수님이 돌아가신 해로군요),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어버리는 사고를 당했고, 심실빈맥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2년의 투병생활을 보내면서 그동안 자신이 하나님의 자녀로 살기는 했지만 하나님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살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것을 저자는 자신의 신앙이 '수직적'이었다고 표현하더군요. 하나님과의 관계에는 이상이 없다고 확신했지만 그 사랑 안에서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자신만 바라보았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하나님과의 수직적인 관계는 반드시 이웃을 향해 수평적으로 나타나지 않습니까? 저자는 병상에서 성경을 읽으면서 이 사실을 깊이 깨닫고 삶의 중심을 자신이 아닌 남에게 두기로 결심을 합니다. 그리고 심장이식수술을 받고 퇴원해서 그 결심을 실현할 수 있는 회사를 창업합니다.


   저자가 병원에서 성경을 읽다가 특히 감명을 받은 성경은 잠언 31장이라고 합니다. 잠언 31장에는 현숙한 여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데요, 그래서 성경적 현모양처의 기준으로 자주 제시되지요. (어떤 교회에서는 미혼 자매들이 모여서 '잠언 31장'이라는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자는 이 현숙한 여인의 의미를 확장해서 지혜로운 성도들이 어떻게 주님을 섬기고 세상을 섬기는가의 모델로 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얻은 영감들을 바탕으로 새로 시작할 회사의 방향과 지침을 만들었지요. 그 회사의 경영철학은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됩니다.

"We exist to help those in need (우리는 어려운 이들을 위해 존재한다)"


   이 책은 간증스토리면서도 절반 정도의 분량을 잠언 31장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참, 저자는 후에 신학을 전공해서 지금은 목사이기도 합니다) 특히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지요. 가끔은 좀 과도한 적용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지만 매우 신선합니다. 자신이 회사를 경영하면서 직접 경험한 일들을 예로 들기 때문에 생생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책 제목에 P31 (Proverbs 31)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잠언 31:24에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는 베로 옷을 지어 팔며 띠를 만들어 상인들에게 맡기며"

   이 구절에서 저자는 '띠를 만들어 넘기는 것'을 그냥 물건만 넘기는 것이 아니라 예쁘게 포장해서 넘긴 것이라고 해석하고, 여기에서 회사는 계약된 대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덤을 주는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 좋다고 적용합니다. 예를 들어, 현장에 10번 나가기로 계약을 했더라도 고객이 원하면 추가 비용없이 한두 번 더 현장에 나가 준다는 것이지요. 흠.. 그럴 듯 하지요? 그러면 그 고객은 다음 프로젝트도 반드시 이 회사에 맡긴다고 하더라구요.

  

   면접을 할 때도 잠언 31장의 내용으로 30분정도 설교같은 강연을 하고나서 "이런 경영철학에 동의하느냐?"고 묻고, 지속적으로 그 내용을 가르친다고 하더군요. 그런 식으로 사람을 뽑고 교육하고 동역해서, 지금 미국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가고 싶은 회사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의 가장 큰 주장은 '비즈니스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라'는 것입니다. 휴... 이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회사를 경영하시는 분들이 정말 잘 아실 것입니다. 지금 직접 사업을 하지 않는 저로서는 그분들의 고뇌를 다 알 수 없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아주 조금 간접적으로 경험할 뿐이지요. 더구나 지금은 경기까지 어려운 때라 더욱 더 힘들겠지요.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건 미국이니까 가능하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타협과 관행, 경쟁과 배신이 판을 치고 있는 이 각자도생의 자본주의 시대에 특히 비즈니스의 영역에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ㅜㅜ


   하지만, 그리스도인이란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다스리신다는 것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을 때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믿음대로 사는 사람들이 바로 그리스도인이지요.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가 하나님을 신뢰하며 그분께 순종하며 진실하게 산다면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도록 인도하신다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내게 필요한 것은 나보다 하나님께서 더욱 잘 아신다는 믿음도 필요하구요.


   이 책이 또 하나의 강요나 부담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좋은 본보기로, 그리고 용기를 내게 해주는 도구로 작용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간증이 우리 나라에서도 곳곳에서 많이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노파심에서 다시 말씀드리자면, 꼭 저자처럼 성공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나님 앞에서 진실하게 순종하는 그 자체가 이미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이미 우리는 하늘에 속한 신령한 복들을 받았으며, 썩지 않고 쇠하지 않는 산 소망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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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 한국컴패션 대표 서정인 목사의 눈물 - 한 아이를 가슴에 품을 때 들리는 하늘의 음성
서정인 지음 / 규장(규장문화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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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습니다. 틀림없이 부끄러워질 줄 알았습니다ㅜㅜ 그래도 읽어야 하는 책, 보아야 하는 영화가 있지요. 이 책은 그래도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

  

    '컴패션(Compassion)'. '함께 아파하는 긍휼한 마음'이라는 뜻의 단어인데요,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사마리아인이 강도만난 사람을 보고 품었던 마음을 표현한 단어입니다. 국제적인 구호단체이고, 2003년에 한국에도 지부가 생겼지요. 지금은 차인표,신애라부부나 션,정혜영부부 등으로 인해 많이 유명해졌습니다. 그런데 이 단체가 원래 한국 어린이들을 위해서 생긴 단체라는 것은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습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겨울, 미군을 격려하기 위해서 한국에 온 에버렛 스완슨 목사님은 전쟁으로 비참했던 한국의 실상을 보면서 가슴아파했습니다.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치던 날 새벽, 산책을 나온 목사님은 쓰레기 더미를 발로 툭툭 치고는 트럭에 던져서 버리는 인부들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휙 던져지는 쓰레기 더미 안에서 어린아이의 손이 튀어나왔지요. 깜짝 놀라서 달려가 쓰레기를 헤쳐 본 목사님은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서 죽은 아이의 시신을 보게 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쓰레기 더미마다 그런 아이들의 시신이 가득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인부들이 쓰레기 더미를 트럭에 던지기 전에 발로 툭툭 치는 것은 혹시 살아 있는 아이들이 있는가를 확인하는 일상적인 절차였던 것입니다...


   이 끔찍한 장면에 충격을 받은 목사님은 미국으로 돌아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한국 어린이들을 돕자고 호소합니다. 한국에 고아원을 세우고, 후원자와 아동간의 1:1 결연 양육방식을 도입해서 교회와 협력하여 어린이들을 양육했지요. 1993년에 국제 컴패션이 한국에서의 미션을 마치고 철수할 때까지 41년간 도운 한국 어린이가 10만명이 넘는다고 하더군요! (스완슨 목사님의 한국 사랑은 각별해서 1960년대에 다른 나라에서 도와달라고 요청했을 때도 한국에 전념하기 위해서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분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다른 나라도 돕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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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10년 뒤인 2003년, 드디어 한국 컴패션이 설립되어서 한국은 도움 받던 나라에서 도와주는 나라가 됩니다. 2014년 말에 한국 컴패션이 후원하는 아동이 124,563명이었으니까 받은 빚은 갚았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의 저자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한국 컴패션을 이끌고 있는 서정인 목사님입니다. 어떻게 미국 대학의 교수직을 마다하고 이 일에 부르심을 받았는지, 어떻게 하나님께서 지금까지 이끌어 오셨는지, 어린이들을 만날 때 마다 경험하는 예수님의 음성이 어떤 것인지 등에 대한 이야기들과 자신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시간과 물질을 쪼개어 아이들을 돕는 후원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런 후원들로 인해 새로운 희망과 꿈을 가지게 된 아이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중간중간에 울컥하게 되지만 그래도 이 책은 꿈과 사랑, 희망의 이야기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 덕에 예상보다 훨씬 덜 울었다니까요^^ 


   저자는 아이들을 돕는 일은 성인을 돕는 일보다 훨씬 더 섬세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컴패션에서 후원을 요청할 때 사용하는 사진들은 예상과는 달리 비참한 아이들의 모습이 별로 없지요. (보통 후원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런 사진들이 많이 필요한게 상식인데 말입니다.) 아이들을 단순한 도움의 대상이 아니라 부모의 마음으로 보고 아이들의 인격과 감정을 배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단기적인 후원에 그쳐서도 안됩니다. 꾸준히 10년 이상 아이가 잘 자랄 때까지 매월 양육비를 보내야 하지요.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인격적인 관계를 맺어가구요. (처음에는 후원자님이라고 편지를 쓰던 아이들이 어느새 아빠, 엄마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더군요.) 정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으로 기도하며 도와야 하는 것입니다. 후원자들이 그 나라로 찾아가 자신이 후원하는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정말 엄청난 감동의 순간이라고 하더군요.

   또, 컴패션은 그냥 돈을 보내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아이가 그 지역에서 잘 자랄 수 있도록 지역 교회와 연계해서 컴패션 센터를 세우고 아이들이 공부하고 휴식하며 꿈을 세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지요. (종교를 강요하지는 않고 있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실제적으로 경험하고 신앙을 가지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겠지요?) 그렇게 사랑받은 아이들이 자라서 세상을 바꾸고 또 다른 아이들을 품는 놀라운 일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책 중간중간에 들어있는 저자의 생각과 묵상이 참 따뜻합니다. 그러면서 깊은 곳까지 통찰하지요. 저자가 볼 때,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축복이다.'라고 할때의 축복은 보통 말하듯 '내가 좋은 일을 했다.','저 사람이 행복해하니까 좋다.'는 보람이나 행복을 넘어서 '예수님을 아는 기쁨'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으로 하는 나눔은 상대와 상관없이 계속 줄 수 있는 마음입니다. 사랑하겠다는 의지와 결단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부어지는 마음입니다. 그 과정에서 주고 또 주는 사람이 예수님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주는 자의 가장 큰 축복이라고 말하는 것이지요. 아..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제목이 왜 '고맙다'인 줄 아세요? 처음에는 왜 '고맙습니다'가 아닐까 생각했고, 다음에는 '아, 후원자가 오히려 아이들에게 하는 말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표지에 이미 대답이 작게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한 아이를 가슴에 품을 때 들리는 하늘의 음성'  아...

  

   기회가 될 때 우리 교회에서도 컴패션의 사역에 동참해서 한 가정이 한 아이씩 후원하자고 이야기해봐야 겠습니다. 우리 교회도 하나님께 '고맙다'는 말 좀 들어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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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가야 할 길 아직도 가야 할 길
M.스캇 펙 지음, 최미양 옮김 / 율리시즈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유명한 책을 이제야 읽었습니다. 지금 보니 1978년에 처음 발간되었군요. 어휴, 40년쯤 전에 나온 책을 이제야 읽었습니다. (하긴 수천년전에 나온 유명한 고전들도 대부분 안 읽었지만요.^^;;)

   "인생은 고해(苦海)다"라는 유명한 말로 시작하는 이 책은 '심리학과 영성을 매우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사실, 요즘 나온 심리학 책들이 대부분 무신론적 관점에서 나온 것에 비하면 대놓고 하나님의 은혜를 이야기하는 이 책은 매우 신기했습니다. 소위 뇌과학과 심리학이 더 많이 발달했을 지금도 그의 이론이 유효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런데, 이 책을 읽었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은 '뭐야, 여기에 다 있잖아?!' 였습니다. 특히 사랑에 대한 chapter를 읽어보니 여기저기서 주워 듣던 이야기들이 거의 다 들어 있더라구요. (어떤 청년은 심지어 저자의 다른 책들도 다 이 책에 나온 이야기들을 반복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아니, 그런 것보다 훨씬 더 쉬우면서도 내용이 깊었습니다. 어쩌면 심리학은 40년 동안 별로 발전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런 거겠죠?^^;;)


   이 책의 궁극적인 주제는 사실 '영적 성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우리가 영적으로 성장해서 하나님과 같아져서 하나님과 함께 책임을 맡는 것이라고 이해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지요. 그리고 사실 그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성장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게 되고 회피하려고 합니다. 그러는 와중에 크고 작은 다양한 정신질환에 직면하게 되지요. 그런 의미에서 정신질환은 개인의 의식적 의지가 무의식적 의지인 하나님의 의지에서 상당히 벗어날 때 일어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런 증상이 나타났을 때 자신을 점검하며 재정비하면 문제를 해결하고 영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요. 그렇게 본다면 심지어 정신질환의 증상은 하나님의 은총이라고까지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누구도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이지요..)  


   이 책에서 가장 신기하고 독특한 부분은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정신적 문제를 하나님의 은혜와 연관시킨 (심리학과 영성을 결합한) 4부 "은총"이지만 제가 제일 감탄하면서 읽었던 부분은 2부 "사랑"이었습니다. 


  사랑을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뭐, 별별 이야기가 다 나오겠지요? 고린도전서 13장의 감동적인 표현에서부터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는 광고 카피까지. 그런데 저자의 사랑에 대한 정의는 매우 독특합니다. "사랑이란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영적 성장을 도울 목적으로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이다."라고 말하거든요. (여기서도 영적 성장이 중요하게 나타나지요?)

  사랑에 대해 이렇게 정의를 내리고 나면 무엇이 사랑이 아닌지가 잘 드러나게 됩니다. 저자가 말하는 '사랑이 아닌 것'이 어떤 것들인지 살펴볼까요?    


   '사랑에 빠지는 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좀 이상한 표현이 되고 말았네요.) 오히려 아기 때 어머니와 하나 되었던 경험으로 돌아가는 일종의 퇴행이지요. 사랑에 빠지면 그것을 통해 자아가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자아경계가 붕괴되며 영적 발전을 지향하기 보다는 '지금 여기에' 만족하기 쉽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사랑이 아니지요. 저자는 연인들이 그런 사랑의 감정에서 벗어날 때 비로서 참사랑이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사실 저자는 사랑에 빠지는 것은 '유전적으로 결정된 성적 본능의 발로'라고 다소 시니컬하게 표현합니다.)

 

   의존도 사랑이 아닙니다. 저자는 아주 극단적인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저는 그 없이는 살 수 없어요. 그를 정말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당신이 말하는 것은 기생이지 사랑이 아닙니다."라고 말하거든요.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면 기생충이라는 것이지요. 으악! 그러면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사랑은 선택의 자유로운 실천이다. 서로가 없어도 잘 살 수 있지만 함께 살기로 선택할 때만이 서로 사랑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도 '영적 성장을 지향하는가'하는 문제가 중요한 시금석이 됩니다.


  또한 사랑은 느낌이 아닙니다. 느낌은 애착이라고 구분하더군요. 그리고 사랑과 애착의 차이는 '의지'에서 드러납니다. 진정한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의지에서 나온다는 것이지요. (이건 정말로 성경적인 관점인데요!) 사랑의 느낌이 있으면 더욱 좋지만, 진정한 사랑은 그것을 초월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예를 들었더군요. "어쩌면 나도 매우 끌리는 여성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외도는 나의 결혼 생활을 파괴할 것이므로 나는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나는 당신에게 사랑을 느낍니다. 하지만 사랑하지는 않으렵니다.'"


   자, 그럼 이제 무엇이 사랑인지 알아볼까요? 자세한 이야기를 다 쓸 수는 없구요,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key word들을 들어본다면 노력, 독립, 모험, 독립, 헌신, 충고 등등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풍부한 사례들을 사용해서 매우 쉽게 전달하고 있지요. 특히 이 책에 나온 사례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아니, 우리 자신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읽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감탄하게 됩니다.


   '아직도 가야할 길 (The Road Less Traveled)'라는 이 책의 제목은 우리의 영적 성장은 멈춤 없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나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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