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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1 : 성경대로 비즈니스하기
하형록 지음 / 두란노 / 2015년 5월
평점 :
저 솔직히 이런 책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책이냐구요? 간증스토리지요. 특히나 '어려웠는데 하나님에 대한 믿음으로 역경을 이기고 성공했다.'는 류의 책은 잘 안 읽습니다. 왜 그러냐구요? 흠.. 저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당장 '그럼 신약성경에서 말하는 고난은 뭐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들거든요. 거기에 더해서 '그럼, 지금 어려운 사람들은 믿음이 부족해서라는 말이야?'라는 반감도 들어요. 사실 실제로 '하나님을 열심히 믿으면 (게다가 믿음으로 헌금까지 많이 하면) 하나님께서 성공하게 해 주신다.'는 식의 간증이 판을 쳐서 안그래도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더 상처주고 힘들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잖아요.
그런데, 저도 나이를 먹은 걸까요..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꼭 그렇게만 볼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지요. 어쨌든 그 분들도 어려움 가운데서 정말 진실하게 하나님께 매달렸고, 하나님께서 그 분들에게 물질적인 축복을 내리시고 은혜의 통로로 사용하실 수도 있는 건데 말입니다. 제가 한쪽 극단의 폐해에 대해 분노한 나머지 반대쪽 극단으로 넘어갔을 수도 있겠더라구요. 제가 좀 욱하는 성격이 있어서 말이지요. 하지만 세상의 일들이 어디 그렇게 단순하게 나눌 수 있겠습니까.
아무튼, 세상적으로 성공하고 물질적으로 복 받는 것에 대해서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기로 마음을 바꾸고 있는 때에 친구가 이 책을 선물했습니다. 작은 회사의 CEO를 하고 있는 친구인데요,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뜻대로 회사를 이끌어갈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하며 기도하다가 우연히(!) 서점에서 이 책을 보게 되었고 조금 읽어보고는 마음에 들어서 서점에 있던 재고 5권을 다 사서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이전 같았으면 고맙다고 하고 받아서는 그냥 안 읽었을텐데 마음도 조금씩 바뀌고 있는데다가 '이런 책은 어떤 이야기들을 하고 있나?'하는 궁금증도 들어서 책을 죽 읽어보았습니다. 그런데, 괜찮더라구요. '열심히 기도하면 복 주신다'는 식의 간증은 아니었습니다.
저자는 제법 유명하더군요. KBS의 글로벌 성공시대에서도 방영해서 더욱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한센병 환자촌에서 목회하신 부모님 아래에서 어렵게 자랐지만, 미국 선교사의 도움으로 13살에 미국으로 건너가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미국 최고의 주차빌딩 건축 설계 회사인 워커사에 입사해서 29세의 나이에 중역의 자리에 오를 정도로 승승장구합니다.
그런데 33세가 되던 해 (그러고 보니 예수님이 돌아가신 해로군요),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어버리는 사고를 당했고, 심실빈맥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2년의 투병생활을 보내면서 그동안 자신이 하나님의 자녀로 살기는 했지만 하나님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살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것을 저자는 자신의 신앙이 '수직적'이었다고 표현하더군요. 하나님과의 관계에는 이상이 없다고 확신했지만 그 사랑 안에서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자신만 바라보았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하나님과의 수직적인 관계는 반드시 이웃을 향해 수평적으로 나타나지 않습니까? 저자는 병상에서 성경을 읽으면서 이 사실을 깊이 깨닫고 삶의 중심을 자신이 아닌 남에게 두기로 결심을 합니다. 그리고 심장이식수술을 받고 퇴원해서 그 결심을 실현할 수 있는 회사를 창업합니다.
저자가 병원에서 성경을 읽다가 특히 감명을 받은 성경은 잠언 31장이라고 합니다. 잠언 31장에는 현숙한 여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데요, 그래서 성경적 현모양처의 기준으로 자주 제시되지요. (어떤 교회에서는 미혼 자매들이 모여서 '잠언 31장'이라는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자는 이 현숙한 여인의 의미를 확장해서 지혜로운 성도들이 어떻게 주님을 섬기고 세상을 섬기는가의 모델로 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얻은 영감들을 바탕으로 새로 시작할 회사의 방향과 지침을 만들었지요. 그 회사의 경영철학은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됩니다.
"We exist to help those in need (우리는 어려운 이들을 위해 존재한다)"
이 책은 간증스토리면서도 절반 정도의 분량을 잠언 31장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참, 저자는 후에 신학을 전공해서 지금은 목사이기도 합니다) 특히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지요. 가끔은 좀 과도한 적용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지만 매우 신선합니다. 자신이 회사를 경영하면서 직접 경험한 일들을 예로 들기 때문에 생생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책 제목에 P31 (Proverbs 31)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잠언 31:24에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는 베로 옷을 지어 팔며 띠를 만들어 상인들에게 맡기며"
이 구절에서 저자는 '띠를 만들어 넘기는 것'을 그냥 물건만 넘기는 것이 아니라 예쁘게 포장해서 넘긴 것이라고 해석하고, 여기에서 회사는 계약된 대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덤을 주는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 좋다고 적용합니다. 예를 들어, 현장에 10번 나가기로 계약을 했더라도 고객이 원하면 추가 비용없이 한두 번 더 현장에 나가 준다는 것이지요. 흠.. 그럴 듯 하지요? 그러면 그 고객은 다음 프로젝트도 반드시 이 회사에 맡긴다고 하더라구요.
면접을 할 때도 잠언 31장의 내용으로 30분정도 설교같은 강연을 하고나서 "이런 경영철학에 동의하느냐?"고 묻고, 지속적으로 그 내용을 가르친다고 하더군요. 그런 식으로 사람을 뽑고 교육하고 동역해서, 지금 미국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가고 싶은 회사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의 가장 큰 주장은 '비즈니스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라'는 것입니다. 휴... 이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회사를 경영하시는 분들이 정말 잘 아실 것입니다. 지금 직접 사업을 하지 않는 저로서는 그분들의 고뇌를 다 알 수 없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아주 조금 간접적으로 경험할 뿐이지요. 더구나 지금은 경기까지 어려운 때라 더욱 더 힘들겠지요.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건 미국이니까 가능하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타협과 관행, 경쟁과 배신이 판을 치고 있는 이 각자도생의 자본주의 시대에 특히 비즈니스의 영역에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ㅜㅜ
하지만, 그리스도인이란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다스리신다는 것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을 때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믿음대로 사는 사람들이 바로 그리스도인이지요.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가 하나님을 신뢰하며 그분께 순종하며 진실하게 산다면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도록 인도하신다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내게 필요한 것은 나보다 하나님께서 더욱 잘 아신다는 믿음도 필요하구요.
이 책이 또 하나의 강요나 부담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좋은 본보기로, 그리고 용기를 내게 해주는 도구로 작용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간증이 우리 나라에서도 곳곳에서 많이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노파심에서 다시 말씀드리자면, 꼭 저자처럼 성공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나님 앞에서 진실하게 순종하는 그 자체가 이미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이미 우리는 하늘에 속한 신령한 복들을 받았으며, 썩지 않고 쇠하지 않는 산 소망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