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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을 만났다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조해진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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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을 만났다 ㅣ 조해진 장편소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우리의 삶과 정체성을 증명할 수 있는 단서들이란 어쩌면 생각보다 지나치게 허술하거나 혹은 실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p.10)


*화면 속 당신이 나와 다르지 않다는 걸 느끼는 순간은 내 삶이 그만큼 처절하게 비극적일 때만은 아닐 것이다. 내가 믿어왔던 모든 것을 의심하고 부정하는 순간, 나 역시 불우한 땅을 딛고 있는 가엾은 존재가 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하게 됐다. (p.64)


*이니셜 L은 이제 더이상 새로운 세상으로 나를 이끌어주는 암호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건, 내가 내 인생 속으로 더 깊이 발을 들여놓도록 인도하는 마법의 주문에 가까웠다. (p.77)


*6유로 52센트란 로가 한국대사관에 다녀온 후 일주일 동안 숙박비를 제외한 그 어디에도 단 1센트의 돈도 쓰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p.134)


*누군가 나 때문에 죽거나 죽을 만큼 불행해졌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고작 사는 것, 그것뿐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다고 나는 이어 말한다. (p.152)


-

‘처음에 그는, 그저 이니셜 L에 지나지 않았다.'로 시작되는 소설. 탈북인 로기완의 행적을 따라 벨기에 브뤼셀을 찾아간 방송작가 K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이다. 김작가이자 ‘나’는 로기완의 기사에 실린 어떤 문장을 읽고 그에 대한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먹게 됐다. 김은 브뤼셀에서 로기완을 도왔다는 ‘박’을 만나 자세한 사연을 전해 듣는다.


소설 초반부를 읽는 동안 김의 마음을 울린 ‘한 줄의 문장’과 로기완이 가진 ‘방수포에 싸인 돈의 의미’가 궁금했다. 김이 그토록 로기완의 행적을 좇는 이유 역시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자신의 어떤 죄책감에서 기인한 거였다. 김이 가진 윤주와 재이에 대한 부채감, 그리고 로기완이 브뤼셀에서 난민 신청을 하기까지의 사연이 자연스럽게 교차돼서 술술 읽혔다.


세 사람에게는 각각의 죄의식이 있었다.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로, 방송 날짜를 미루느라 윤주의 악성 종양이 늦게 발견되게 만든 김, 말기암에 걸린 아내를 안락사시킨 박. 셋은 누군가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의식에서 생긴 공감대로 인해 서로를 도우며 또 서로를 이해한다.


로기완과 비할 수는 없겠지만, 가끔 낯선 여행지에서 이방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얼마나 난감하고 막막했을지. 그 기분을 상상만 해도 숨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대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나쁜 사람도 많지만 좋은 사람도 많았다. 로기완을 따라가는 동안 김도, 그리고 독자인 나도 치유받는 느낌이 들었다.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이방인 로기완을 통해 그 어떤 지옥이라도 살아낼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김과 로기완이 만나는 마지막 장면은 눈부시게 애틋했다.


3월 1일에 넷플릭스에서 송중기가 주연인 영화 ‘로기완’이 공개된다고 한다. 예고편을 보니 소설과는 다르게 각색된 부분이 있어 기대된다. 소설로도, 그리고 영화로도 그의 여정을 함께할 생각이다.


-서포터즈에 선정되어 창비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로기완을만났다 #로기완 #조해진 #넷플릭스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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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키
요헨 구치.막심 레오 지음, 전은경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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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키

ㅣ 요헨 구치, 막심 레오 장편소설


*"나는 아스팔트가 적당하게 따뜻할 때 큰길을 터벅터벅 걷는 걸 좋아해. - 그리고 또 햇살을 받으며 누워서 하늘도 봐야지. 지금처럼 말이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잖아."

"아무것도 아니지 않아." (p.115)


*인간은 누군가의 나이도 늘 알려고 하고 거기에 대해 한없이 이야기한다. 나이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누군가 거기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은가. (p.183)


*누군가를 좋아하면 바로 이게 문제다. 더 나은 걸 원하지 않는다는 것. (p.230)


*인간은 웃으면 행복해진다. 안 그런가? (p.242)


.

고양이와 인간의 우정을 다룬 따뜻한 책. 고양이 프랭키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독특한 소설이다. 인간의 말을 할 줄 아는 영리한 프랭키는 어느 날 골드라는 남자가 끈을 가지고 노는 것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건 고양이의 시선일 뿐, 사실 골드는 아내 린다가 떠난 후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던 찰나였다. 삶의 의미가 없던 골드에게 프랭키의 등장은 새로운 일상을 가져다 준다. 


고양이의 눈으로 보는 인간과 인간 세상의 모습들이 읽는 내내 시종일관 유쾌하게 펼쳐진다. 특히 두 사람의 우연한 동거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재밌다. 프랭키의 사료를 사러 간 동물용품 가게에서 새장에 갇혀 있던 앵무새를 풀어주기도 하고, 할리우드에 진출해 소스 잔치의 고양이 모델이 되기도 한다. 또한 프랭키가 짝사랑하던 암고양이를 위해 시를 지은 일, 너구리와의 혈투 등 끊임없는 사건의 연속이다. 그 와중에 골드는 프랭키와 함께하면서 조금씩 '작은 삶의 의미'를 알아가게 된다.


삶의 의미가 거창한 게 아니라는 메시지가 좋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뭔가를 하는 거란 것. 그저 소소한 하루의 일상 속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삶은 나쁜 것이 아니라 좋은 거니까,  주인공 골드는 커다란 상실을 겪었지만 그걸 또 다른 존재로 채울 수 있었다. 프랭키의 서술로 바라보는 골드의 변화 과정이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지쳐 있던 나에게도 굉장히 큰 위로가 되는 책이었다. 가끔 삶에 대해 복잡하게 생각하다가 괴로워질 때가 있는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걸 프랭키가 알려주었다. 그리고 곳곳에 블랙 유머가 산재해서 책 자체가 재밌다! 힐링이 필요하거나 어떤 것에 부재를 겪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작은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약간의 행복만으로도 삶의 의미는 충분하다.



*서평단에 당첨되어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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