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아래 올리브 - 김초엽
-이레는 사랑에 빠졌다. 처음으로 여기가 자신이 있을 곳이라고 느꼈다. 잘못된 장소에 잘못 자라난 골칫덩어리가 아니라. (p.22)
-증명하고 싶지 않았나? 자신에게도 속할 곳이 있다는 것을. 잘못된 곳에 잘못 자라난 올리브가 아니라는 것을. (p.93)
-그러니까, 영혼을 증명하는 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p.103)
-이레가 알 수 있는 건 딱 하나, 자신의 마음뿐이다. 뽑혀나가고 싶지 않다. 설령 자신이 잘못된 올리브라고 해도.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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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나무는 야생에서 홀로 자랄 수 없다고 한다. 이레는 있어서는 안 될 곳에 자란 올리브를 봤다. 마치 그 올리브가 자신 같다고 느끼는 이레는 그동안 자신이 있을 곳을 찾아 헤매다 수녀가 되었다. 이레에게는 오래전 어떤 사건으로 멀어진 친구 솔민이 있다. 어느 날 솔민은 푸른아녜스 수녀회를 조사해 달라는 의문의 의뢰를 받게 된다.
시작부터 흥미진진했다! 김초엽 작가님의 장편 소설을 오래 기다려 온 만큼 재미있었다. 성격도 다르고, 믿음과 신앙을 바라보는 태도도 다른 두 사람이 떠난 동남아 로드트립에 살짝 신나기도 했다(두 사람은 도망치는 중이었지만..). 그만큼 전개가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었다. 처음엔 비교적 현실적인 배경이라 의아했는데, 현실과 밀착된 SF를 잘 쓰시는 분인 만큼 이번 이야기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너무 좋았다. 가제본 서평단 신청 조건이 ‘절대 스포 금지’였던 것처럼, 후반부 반전이 정말 중요한 소설이었다.
스포하지 않는 선에서 감상을 남기는 게 어렵기도 하다. 우선 이 책은 인간의 본질을 찾는 여정이다. 합성된 뇌에 영혼이 깃들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렇게 끊임없이 묻는다. 이레의 뇌는 합성 뇌였고, 인간의 영혼이 깃들지 않은 뇌를 가진 이레는 수녀회에서도 배척당하게 된다. 이레가 태국으로 떠나게 된 건 어릴 적 자신을 가르친 준 이모를 만나기 위함이다. 그라프트라는 조직에 쫓기는 동안에도 이레는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 생각한다. 독자도 계속 생각하게 된다. 과연 인간의 영혼은 어떻게 증명할 수 있고 어떤 것이 인간다운 것일까. 나는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이레의 따뜻한 마음씨가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영혼이라고 생각했다.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기차에서 약자에게 자리를 바꿔주는 이레의 행동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행동이 아니었을까. 인간의 다정함을 믿고 싶어지게 만든다.
377페이지의 마지막 문장이 이 소설을 관통하는 것 같다. 깨달은 올리브처럼 씩씩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다짐을 주는 소설이라 더욱 이 책이 더 좋았다.
-서평단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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