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
그래디 헨드릭스 지음, 류기일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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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 - 그래디 헨드릭스


-파이널 걸들이 무슨 일을 겪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경찰이 그들을 용의선상에서 제외하고 난 뒤에 어떻게 되는지 말이다. (p.16)


-남자들은 우리처럼 주변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남자들은 자기들 실수로 죽는다. 그럼 여자는? 우리는 여자라서 죽는다. (p.43)


-“넌 죽지 않아.” 그건 스테퍼니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 누구도 죽지 않아. 내가 약속할게.” (p.297)


-시스터들은 수년간 서로 연락을 유지하고, 서로 더 가까워지기 위해 이사하고, 서로의 삶에 머무른다. 서로를 구원하는 것이다. (p.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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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걸(Final Girl)은 공포영화에서 마지막으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를 일컫는 말이다. 공포영화가 끝난 후 살아남은 주인공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결말 이후의 삶은 흔히 상상하지 않지만, 이 소설은 거기서부터 출발한다. 


주인공 리넷은 끔찍한 사건에서 살아남은 파이널 걸이다. 캐럴 박사가 운영하는 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의 참가자이기도 하다. 리넷은 사건 이후로 항상 불안 속에서 살아왔다. 집에 돌아갈 때도 누군가 쫓아올까 봐 빙빙 돌아서 가고, 집 현관에는 철창을 설치해 놓고 커튼도 열지 않는다. 총을 휴대하는 건 필수고 언제나 도망칠 준비를 한 채 살아가고 있다. 어느날 이 그룹의 멤버이자 파이널 걸인 에이드리엔이 살해당한 후, 리넷은 파이널 걸들을 노리는 살인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생존하기 위해 도망치기 시작한 리넷의 이야기가 숨 가쁘게 펼쳐진다. 리넷은 마침내, 저 자신과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우는 ‘파이널 걸’이 된다.


나는 언젠가부터 지나치게 잔인한 영화는 보지 않게 되었다. 영상에서 그리는 피해자가 거의 여성인 데다, 잔인하고 적나라한 장면을 자세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영화는 사실을 묘사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오락을 위한 폭력적인 판타지로 보인다. 이 소설에서 그래디 헨드릭스는 매체의 상당수가 여성을 죽이는 내용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해준다. 소설 챕터의 사이사이에 넣은 기사나 책 내용이 이런 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어서 좋았다. 또한 캐럴 박사의 아들들이 가진 문제점이나 남자에게 빠진(속은) 여성이 어떻게 하는지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잘 짜인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이 좋았던 점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자매를 지켜줘야지.’ 리넷의 어머니가 한 말로부터 시작된 이 문구는 소설이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리넷이 최근 파이널 걸이 된 소녀 스테퍼니를 구하고자 했던 마음도, 그리고 범인이 밝혀진 이후에도 자매들과 계속해서 싸운다는 점이 결국 연대의 힘을 가장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결코 약하지 않은 연대의 힘이 여성들을 살게 한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시스터’들이 서로를 구원하고 구원해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여성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 그리고 사건 피해자에 대한 성찰과 또 다른 관점이 돋보이는 소설이었다. 이야기적으로도 스릴 있고 흥미진진한 소설인 만큼 올여름 독서 책으로 추천합니다.



-이 게시물은 문학동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파이널걸서포트그룹 #그래디헨드릭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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