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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아 ㅣ 소설, 향
최정나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1월
평점 :
로아 - 최정나
-그러다가 문득, 상처받은 사람이 이토록 많은데 상처를 준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는 걸까, 궁금했다. 이야기를 들으면 가해자가 수두룩한데 주위를 보면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수두룩했다. (p.11)
-우리는 공평하게 서로의 희생을 양분 삼아 일상을 이어갔다. (p.45)
-너는 어째서 절망 속에서 희망을 버리지 않는가? 어째서 진창에 처박혀서 하늘을 보는가? (p.79)
-전형적인 사고에 갇힌 자에게 자기 언어가 있을 리 없었다. 그러므로 생각도 없고 변호도 없는 세계, 고작 그런 세계, 고작 그런 사람, 나를 불안에 떨게 했던 이의 실체.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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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로아에 관한 소개를 읽었을 때, 읽기 쉬운 소설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었다. 아동학대를 다루는 소설이기에 더욱 무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로아의 소설 구성 방식은 조금 독특하다. 폭력의 객체와 주체가 전복되어 전개되기 때문이다. 로아는 아동학대의 피해자지만, 소설의 대부분은 가해자인 언니 상은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그래서 로아가 당하는 폭력을 제삼자의 입장으로 보게 되는 듯하다. 피해자인 로아의 감정 서술을 보는 것도 괴롭고 참담했겠지만, 가해자인 상은의 서술로 보는 것 역시 소름 끼치고 무서웠다. 책 서두에 주의 문구가 있을 만큼 폭력의 묘사가 상당히 자세하다. 그래서 읽는 내내 힘들었다. 하지만 읽어야 했다. 로아에게는, 누군가에게는 그 폭력이 현실일 테니까.
더 무서운 것은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수두룩하다는 11쪽의 서술이다. 상은을 보며 자기 연민이 얼마나 한심한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상은이 폭력을 가한 이유는 정당화되지 않는다. 그조차 로아의 탓으로 몰아붙이는 과정이 끔찍했다. 또한 둘의 엄마인 기주 역시 끊임없이 방관하기만 한다. 그러면서 난민을 돕기 위해 오천 원을 보내는 위선적인 모습도 보인다. 일종의 자기 위안 같았다. 상처 준 사람은 없고 상처받은 사람만 있다는 아이러니가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우리는 가해자와 폭력을 이해할 필요가 없다는 해설처럼 나는 상은과 기주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사실 이해도 되지 않았다. 다만 이것이 로아가 상은의 눈을 빌려 고발하는 형식이라는 것은 안다. 상은과 기주의 행동이 어디서부터 기인했는지는 애써 찾을 필요가 없다. 사회적 구조의 문제도 물론 있겠지만, 여기서는 악인의 서사를 이해하는 것보다 로아의 아픔에 중점을 두고 싶다. 그리고 이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수많은 로아가 더는 괴롭지 않기를 감히 바란다.
-이 게시물은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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