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
은유 지음 / 읻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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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 ㅣ 은유

-한국 시 번역가 인터뷰 산문


*시는 나를 나로 돌려놓는 마법이다. 혼자 읽어도 좋지만 같이 읽으면 두 배로 좋다. (p.6)


*내가 잘할 수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뭔가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느낌. 번역하고 싶은 글을 만났을 때, 피가 돌고 약간 상기되는 기분, 그런 기분이 생기면 하게 돼요. (p.29)


*시를 많이 봐야죠, 한자가 중요한 것 같고요, 책을 많이 읽고요, 모든 걸 완벽하게 읽고 써야 된다는 강박을 안 가지려고 해요. (p.77)


*‘본인의 서랍을 많이 준비해 둬라. 나중에 꺼내 볼 수 있도록 많이 보고 저장해 둬라’ (p.133)


*작은 기쁨을 많이 느끼고 계속하는 게 중요하네요.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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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은유 작가님이 일곱 명의 한국 시 번역가(호영, 안톤 허, 소제, 승미, 알차나, 새벽, 박술)과 나눈 인터뷰를 실은 책이다. 평소 시를 잘 읽는 편이 아닌 데다, 한국어로 된 시를 외국어로 번역한다는 것에 흥미가 생겨 이 책을 선택하게 됐다.


예전에 엄마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너도 외국 연예인을 좋아하지 그랬어.” 엄마 친구 딸이 외국 연예인 덕질을 하다가 외국어를 완벽하게 익혔기 때문이었다. 덕질 상대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란! 아무런 대가 없이 오로지 애정만으로 그 일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 같다. 이 책의 인터뷰이 일곱 분도 모두 시를 덕질하듯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사실 나한테는 시가 어렵다. 그런데 인터뷰들을 읽고 있으면 어느새 나도 시를 사랑하게 된다. 시를 몰라도 어려워도 시가 읽고 싶어진다.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이 약간은 묘했다. 인터뷰 내내 느껴지는 애정 때문이었을까. 그 시가 좋아서, 소설이 좋아서, 그걸 다른 나라의 언어로 번역하여 보여주고 싶은 거다.


내가 아는 많은 소설들과 시가 어떻게 외국어로 번역되었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인터뷰를 읽으며 내가 몰랐던 세계를 많이 알게 됐다. 외국어로 바꿀 때 한국어의 말맛을 살리기 위해 하는 노력들, 그리고 안톤 허님이 직접 번역권을 따내는 과정이 놀랍고 흥미로웠다. 인도계 미국인인 알차나님의 인터뷰도 기억에 남는다. 한국과 한국 시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은유 작가님이 ‘소수성’과 ‘자기 돌봄’, 그리고 ‘감탄하는 능력’과 ‘운동으로서의 예술’ 이렇게 네 가지 키워드로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하셨다. 그중 소수성에 관한 내용이 주로 눈에 띄었다. 퀴어, 페미니즘, 이민자로서의 정체성과 생각에 관한 깊이 있는 인터뷰가 좋았다. 우리가 생각한 순수한 것도 시 그 자체, 순수하게 시를 사랑하는 마음이지 싶다.


그냥 이 책은,, 너무 좋다. 인터뷰가 유쾌해서 편하게 읽을 수 있는데, 공감되는 부분도 많아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은유 작가님의 사람에 대한 존중과 애정이 바탕으로 이루어진 문장들도 좋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 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문학이 어떻게 번역되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읽히는지 알 수 있고, 그 속에서 나도 이렇게 가슴 뛰는 일, 사랑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읻다 서포터즈 넘나리 2기 활동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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