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카스 수업의 장면들 - 베네수엘라가 여기에
서정 지음 / 난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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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카스 수업의 장면들: 베네수엘라가 여기에 

ㅣ 서정 지음


*그 내일이라는 말, ‘마냐나(내일)’에 얽힌 저주와 꿈을 나는 겨우 이해하기 시작했다. 희망을 품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인간이 아직 오지 않은 추상의 시간을 저당 잡아 지금을 지키겠다는 것! 마냐나! (p.21)


*줄 서는 데 익숙해지지 않으면 지금의 베네수엘라를 살아낼 수 없다. 체념과 망각은 놀랍게도 소극적 생의 긍정으로 이어지고 이는 일상을 허무에서 일시적으로 건져낸다. (p.32)


*처음 보는 새, 처음 보는 식물이 가득했다. 낯선 것은 내가 아니라 그들이 되어야 마땅할 것 같은 그런 환경. (p.68)


*카라카스를 경험하며 산다는 것은 카라카스의 거리를 습관처럼 걷고 카라카스에서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 역시 습관처럼 먹는다는 것이다.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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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는 나에게는 낯선 도시다. 그래서 너무나 경험해 보고 싶은 도시이기도 하다. 「카라카스 수업의 장면들」이라는 책의 서평단을 신청하게 된 건 미지의 나라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였다. 처음엔 책 제목을 보고 어떤 수업의 한 장면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라 카라카스에 살며 보고 배우는 모든 게 인생 수업이었다.


이 책은 여행 에세이지만, 베네수엘라의 다양한 역사와 음식, 음악, 미술 등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 정말 한편의 인문학 수업을 듣는 기분이 든다. 1부에서는 서정 작가님이 카라카스에 도착해서 보고 느끼고 적응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가장 먼저 언어를 배우고, 집을 구하고, 작가님에게도 낯선 도시에서 친숙한 문학가들을 떠올리는 일들. 그 시선을 따라가면서 나도 카라카스에서 생활하는 기분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더구나 어렵게 구한 집이 벌레의 온상이었다거나, 대정전으로 몇 주씩 전기가 끊긴 채로 생활하는 부분을 읽으면서는, 나는 시도조차 할 수 없을 것 같단 생각에 경이롭기까지 했다. 또한 어떤 일이든 문학과 결부해 이해하고 헤쳐 나가는 작가님의 태도를 배우려고 한다.


2부를 통해서는 베네수엘라에 관한 많은 정보를 알게 됐다. 정치나 사회 상황을 비롯해, 예술과 문화 등등. 책에 사진이 실린 덕분에 잘 모르는 예술 작품이나 도시의 풍경을 바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중에서 플란차르트 빌라가 인상 깊었다. 1부에서 나온 바리오(무허가촌) 및 토레 다비드와 대비되는 모습이기도 했고,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탈출한다는 도시의 환상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식문화에 관한 부분도 흥미로웠다. 콜로니아토바르의 시장에는 한 번쯤 가보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서정 선생님이 들려주는 카라카스 수업의 학생이었다. 카라카스는 365일 온화한 날씨가 이어져 봄기운이 가득한 도시라고 한다. 처음엔 나에게도 낯설고, 약간은 두려운 도시였지만 이제는 마냥 그런 곳만은 아니다. 뉴스에서 보는 카라카스의 현실과 다르게 마냥 봄 같은 도시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건 이 책을 통해 내게도 카라카스가 친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마냐나(내일). 내일 걱정은 내일 하는 것. 그게 카라카스를 사는 사람들의 삶이자 배울 점인 것 같다.


-서평단에 당첨되어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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