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말 속에는 특수한 논리 하나가 감춰져 있다. 즉 상대방이 처한 상황이 나보다 나쁘면 우리는 너무 행복하거나 즐거운 티를 내서는 안 되며, 희생과 양보의 정신을 발휘해야만선량하고 관용 있는 사람이라고 불릴 수 있다는 논리다. 그래서 이들은 피해자를 지지하기보다는 약자를 동정하는 데 익숙하다. 심지어 때로는 피해자에게 지나치게 잇속을 따지지 말것을 요구한다.
가령 병원에서 환자의 보호자들이 가족의 병세가 걱정스러운 나머지 의사나 간호사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주먹다짐을 할때가 있다. 그러고는 나중에는 마음이 너무 다급해서 이성을잃었다면서 이해를 구한다. 이때 만일 의료종사자들이 화해를거부한다면 매정하다‘는 압력을 받기 쉽다(백의의 천사는 마땅히 대중에 대한 서비스 정신이 투철해야 한다는 대중의 고정관념이 주는압력이다). 그러한 잠재적인 규칙이 의료종사자들의 열정과 존엄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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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우리라는 말로 억압되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토요일 오전 열한시라는 묵자의 세계를 사는 사람은 묵자를 읽지 못하는 누군가가 용산역 1번 플랫폼에도 있을 수있으며 그가 동행인 없이 홀로 서서 열차를 기다릴 수도있는 상황을 가정하지 않는다. 보는 이는 보지 못하는 이를 보지 못한다. 보지 못하는 이가 왜 거기 있는가? 그는 고려되지 않는다. 용산역 1번 플랫폼의 상식에 그는 포함 되지 않는다. 그는 거기 없다…..… 나는 아직 그것을 볼 수 있었으므로 거기 있었지만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 상식의 세계라는 묵자의 플랫폼에서, 다시 한번.

 ‘상식적으로‘ 에서 상식은 본래의상식, 즉 사유의 한 양식이라기보다는 그 사유의 무능에가깝지 않을까. 우리가 상식을 말할 때 어떤 생각을 말하는 상태라기보다는 바로 그 생각을 하지 않는 상태에 가깝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것은 역시 생각은 아닌 듯하다…… 우리가 상식적으로다가,라고 말하는 순간에 실은얼마나 자주 생각을… 사리분별을 하고 있지 않은 상 태인지를 생각해보면 우리가 흔하게 말하는 상식, 그것은 사유라기보다는 굳은 믿음에 가깝고 몸에 밴 습관에 가깝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그건 상식이지,라고 말할 때 우리가 배제하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너와 나의 상식이 다를 수 있으며 내가 주장하는 상식으로 네가 고통을 당할 수도 있다는 가정조차 하질 않잖아.

 말할까 말하지 말까를 계속 망설였는데 왜냐하면 지금 우리가 우리니까.…모두가 좋은 얼굴로 한가지 목적을 달성하려고 나온 자리에서 분란을 만드는 일을 거리끼는 마음이 내게 있었고 그래서 결국은 그 팻말 앞을 그냥 지나쳐 왔는데 오늘 밤집에 돌아가서 이 일을 계속 생각할 것 같다고 나는 말했다. 내가 그 말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말하자면 그걸 말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자꾸 할 것 같다고.
우리가 무조건 하나라는 거대하고도 괴로운 착각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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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으로 여기 남은, 내 이웃들… 여소녀가 이해하기로는 그것이 세계의 기운이었다. 여기를 제대로 재생하려면 거짓말하지 말고 그것을 보여주어야 했다. 그들이 되살리려는 것을 그들이 제대로 알아야 했다. 제대로 알려면 말이지 제대로 하려면……… 최소한 이 공간에서 인생을 보낸 사람들의 이야기 정도는 펼쳐져야 하는 거 아니냐……

이것을 읽을 사람들이 결국은 너희들 계획의 콘텐츠들인데 그렇지 내가 콘텐츠이고 이것들아……… 내가이 상가와 사십년간 맥을 함께한 인간인데 내게 질문 하나 해오지 않는 프로젝트는, 됐다고 여소녀는 생각했다.
담배를 피우며 구조물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이것은 참으로…… 훌륭한 상징이라고 여소녀는 생각했다. 뜬금없고 남의 일 같다는 점에서 훌륭하게 상징하는 바가 있었다.
드문 일은 아니었다. 이번 것을 비롯해 도시의 이름으로 계획되는 프로젝트는 여소녀에겐 음모이자 꿍꿍이일 뿐이었다. 공적 기관의 예산이 책정되고 집행되는 프로젝트일 뿐. 나와는 무관한, 어디까지나 내가 소외된 상태로 전개되는, 언제나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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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두개골은 각각의 패턴으로 맞물려 있지. 열명의 사람이 있다면 열가지, 백명의 사람이 있다면 백가지 패턴으로, 백만이라면 백만의 패턴으로, 각각은 오로지 그것 하나뿐이니까 한개의 두개골, 그것이 붕괴되었을때 세계는 유일했던 한가지, 방금 부서진 그 패턴을 상실한다. 억겁으로 세월이 흐른다고 해도 돌아오지 않을 그패턴을. 그러나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런 상실쯤 세계에……… 그런 일은 그렇게 일어난다. 그냥 그렇게. 어떻게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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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손을 잡아줄 수 없어 엄지장갑을 떠서 선물하는것입니다. 엄지장갑은 손의 온기를 대신 전해주는 마리카의 분신입니다.

마리카는 야니스의 장갑에 가만히 왼손을 넣어보았습니다. 장갑 안에서 야니스의 손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만같았습니다.
천천히 손가락을 펴보았습니다. 그러자 야니스의 손에 살포시 감싸인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야니스와 손을 잡고 걷던 시절이 그리웠습니다. 그때는너무 당연해서 손을 잡는다는 것이 이토록 소중한 사랑 행위인 줄 몰랐습니다. 마리카는 장갑을 낀 손을 꼭 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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