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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읽은 책 : 적의 화장법 - 아멜리 노통
˝자유! 자유! 자유!˝
1. 시간도 사람이 가장 청승을 떠는 새벽 두시, 일기를 쓰자니 얼마전에도 썼길래 이럭저럭 읽은 책 감상입니다. 목요일 아침 출근 시간 버스에서 읽기 시작해서 다 읽고도 20분은 잘 수 있었던 건 분량이 짧아서라기보다는 속도감이 장난 없어서였다고 하겠습니다.
2. 대화체 소설입니다. 제 책 취향은 편협할 정도로 소설에 맞춰져있고 그만큼 읽은 책 또 읽고 또 읽는 그런 애인데 제 책목록에서 비슷한 류의 책은 별로 못봤어요. ˝콘트라베이스˝, ˝거미여인의 키스˝ 정도일래나.
3. 아침나절, 비행기가 연착되어있는 공항 대기실에서 앉아있는 남자에게 다른 한 명이 말을 겁니다. 편집적이고 이상한, 일단 상대하기 시작하면 질리지도 않고 궤변을 늘어놓고 또 늘어놓으면서 상대를 몰아가는 미친놈이지요. 찰거머리같은 남자를 떼어낼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듣기 시작한 남자에게 이 미친 사내는 불연듯 이상한 말을 꺼냅니다. ˝20년 전쯤에 내가 한 여자를 죽였는데...˝
4. 악의와 폭력과 살인은 당하는 사람에게도 보는 사람에게도 듣는 사람에게도 똑같은 작용을 일으킵니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거요. 짜릿하고 무섭고 기괴한 이야기. 독자는 페이지를 넘기며 정신없이 쫓아가다가 페이지 끝에서 번지는 잔혹한 엔딩까지 우르르 뛰어가게 되는 거에요. 지금도 이런데 발표되었던 당시에는 더 하지 않았을까요.
5. 이야기의 충격적인 결말보다도 노래하는 것같은 문장, 대화, 흐름이 소설의 속력을 만들어냅니다. 연극같아요. 유려하고 음악같고 조금은 자극적이고.
6. 글은 전체적으로 우아하고 묘사는 과격하지 않기 때문에 드러내놓은 잔인함은 없습니다. 궤변과 묘사들이 오히려 눈에 와서 박히는 느낌이었습니다. 장광설같은 문장에 취해서 끝까지 읽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7. 책 읽고나면 저 문장은 진짜 기억에 남을 걸요.
자매 연극 : 사의 찬미
자매 소설 : 콘트라베이스, 직소(이쪽이 훨씬 취한 느낌이지만요)
자매 영화 : 추천이 스포일러감이라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