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의 잠
엥키 빌랄 지음, 이재형 옮김 / 현실문화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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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엥키 빌랄의 새로운 3부작 중 1부 야수의 잠 



나는 일본 만화를 좋아한다.(엄청 모았기도 하고) 게다가 유럽의 만화는 본 일도 없고, 내가 가지고 있던 서양의 만화래 봤자 예전에 한국에서 출판된 해비메탈 잡지. 그리고 폴 카라식과 데이비드 미추켈리의 유리의 도시와 프랭크 밀러의 씬 시티 이게 다이다. 그러던 와중에 접하게 된 니코폴은 정말 엄청난 위력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생각이 납니다. 태어난 지 열 여드레째, 병원 천장에 뻥 뚫린 구멍을 통해 밀려들어오는 미지근한 여름 공기와 굵직한 검은 파리들이 생각납니다. 나는 돌풍과 폭풍을, 박격포 포격과 T34 포격을 분간할 수 있습니다. 태어난 지 열 여드레째, 나는 내가 고아이며, 사람들이 나를 나이키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같은 침대 위, 내 왼쪽에서는 하루 늦게 태어난 아미르가 자고 있고, 오른쪽에는 겨우 열흘밖에 안 되는 막내 레일라가 울어대고 있습니다. 그들 역시 고아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고아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지요. 나는 맏이로서, 그들을 언제까지라도 지켜줄 것을, 날아가 버린 천장 저 위에 빛나는 별에 두고 맹세합니다. 그렇게 맹세합니다. ] - 야수의 잠의 시작. -

 나는 처음의 글귀를 본 직후 직감했다. 이것은 니코폴보다 더욱 굉장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야수의 잠은 엥키 빌랄의 새로운 삼부작의 이야기 중 첫 번째 이다. 나는 언제나 내가 읽은 이야기들의 줄거리를 누군가에게 설명하려 하지만 결국 더욱더 혼란스럽게 되어 버린다. 하지만 정말 짧게 설명하자면, 엄청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는 나이키(센스한번 죽여준다.) 놀라운 반사 신경을 가진 아미르, 막대한 지성의 소유자인 레일라는 사라에보에서 태어난 직후 전쟁의 포탄 속에 고아가 되어버리고, 또 형제가 되어버린다. 그들은 각각 떨어져 나이키는 자신의 기억력에 의해 엄청난 부를 얻게 되지만 어떤 집단의 후계자로 지목을 받게 되고, 천제 물리학자가 된 레일라 역시 그와 비슷한 위협을 받게 된다. 그리고 모스크바에 살고 있던 아미르는 애인인 사사와 함께 어떤 무력집단에 가입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을 위협하고 있던 것은 세 명의 자칭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이 이끄는 몽메주의 교단으로 종교와 마피아와 지하 금용의 지원을 받은 광기 어린 집단이다. 그들 셋은 어쩔 수 없이 얽혀 버려 몽메주의 교단에 과 싸우게 된다.
 정말 간단하지만 여기서 덧을 붙이면 한없이 복잡해진다. 

글의 배경은 202X년의 미래지만 현실과 과거의 사라에보 냉전을 그리고 있다. 작가 자신은 사라에보보다 코소보에서 일어난 사건이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말하고 있다. 냉전의 상황들이 말해 주듯이 현대의 전쟁과 살인이 종교와 이념의 갈등이며, 빵조각이 아닌 허구적 결함에 의한 전쟁이 얼마나 한심한지를 말하고 있다. 지금의 이스라엘과 레바논 역시 그렇다. 지금은 휴전중이지만 한때 이스라엘 군이 휴전을 거부했을 때 나는 정말 그들과 그들의 지도자가 악마처럼 보였다. 뭐. 그런 얘기는 넘어 가기로 하고.
 
 니코폴에서 그렇듯이 나는 작가가 그린 눈이 좋다. 그들의 눈은 모두 깊고, 통증을 담아내고 있으며, 눈앞의 사물을 바라보지 않은 채 멀고 먼 지평선 저편을 응시하고 있다. 핏기 없어 보이는 캐릭터들도, 무감각 해 보이는 캐릭터들도 좋다. 가끔씩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 시켜주는 조크도 좋다. 게다가 그가 풀이하는 사랑은 언제나 마음에 든다. 작가는 언제나 사랑에 대해서 얘기한다. 니코폴이 그렇듯. 주인공의 나이키며 아미르가 집착하는 것 역시 사랑이다. 

 야수의 잠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미르가 자신이 사랑하는 애인인 사샤가 몽메주의 교단이 만든 파리에 의해 세뇌를 받게 되고, 탈출한 아미르를 쫓아가 총을 겨누게 된다. 그때 아미르는 말한다.

 “자, 내가 천천히 다가갈 테니 네 파리를 보여줘 사샤. 파리랑 아미르 참치랑 바꾸는 거야. 오케이? 그리고 우리 같이 참치 회를 먹자구.” 

그리고 나이키와 레일라는 아직 오지 않는 아미르를 기다리며 누워서 얘기를 시작한다. 

 “이야기는 꼭 동화처럼 시작되지요. 생각이 납니다. 태어난 지 열 여드레째, 병원 천장에 뻥 뚫린 구멍을 통해 밀려들어오는 미지근한 여름 공기와 굵직한 검은 파리들이 생각납니다. 나는 돌풍과 폭풍을, 박격포 포격과 T34 포격을 분간할 수 있습니다. 태어난 지 열 여드레째, 나는 내가 고아이며, 사람들이 나를 나이키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같은 침대 위, 내 왼쪽에서는 하루 늦게 태어난 아미르가 자고 있고, 오른쪽에는 겨우 열흘밖에 안 되는 막내 레일라가 울어대고 있습니다. 그들 역시 고아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고아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지요. ‘나는 맏이로서, 그들을 언제까지라도 지켜줄 것을, 날아가 버린 천장 저 위에 빛나는 별에 두고 맹세합니다.’ 그렇게 맹세합니다.” -야수의 잠의 끝-
 
 어쩌면 이 만화의 모든 것은 이 한 페이지로 설명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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