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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택트 1
칼 세이건 지음, 이상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2월
평점 :
1977년 한 장의 레코드판을 우주로 날려 보냈다. 목적은 우주에 지구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었다. 지구인의 존재를 전하기 위해 115장의 사진과 22곡의 음악, 그리고 지구의 소리가 담겼다. 그 안에는 우리와 우리가 사용하는 기호, 과학, 낮과 밤의 풍경, 그리고 우리의 인사말이 담겨 있었다.
1977년 보이저 1호는 이 음반을 싣고 우주로 향했다.
“우주여행을 하는 문명만이 이 음반을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칼 세이건-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우주를 떠돌던 보이저 1호는 명왕성을 지나 태양계를 벗어나기 전에 한 장의 사진을 전송했다.
보이저 호가 찍은 한 장의 사진 안에는 온통 검은색의 바탕에 0.12픽셀의 무척이나 작고 하얀 점이 중앙에 놓여 있다. 그리고 사진의 별칭은 바로 <창백하고 푸른 점(Pale Blue Dot)>이다.
이 넓고 넓은 원형의 품이여. 콘택트.
철이 들기 전에 읽거나 봤던 한편의 영화와 소설은, 그 인간의 나머지 세계를 보는 시선 자체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는 좋은 역할이 되기도 한다. 나에게 있어 콘택트는 그러한 소설이고 영화였다. 동시에 나는 이 소설을 끝으로 SF소설을 오랫동안 읽지 않았다. 단순히 어떠한 이유가 있어서도 아니고, 더 이상 흥미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이들 만큼 콘택트는 나에게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칼 세이건에 대해서는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인류의 지성중 하나이니 넘어가도록 하자.
영화의 줄거리는 많이 알고 있을 테지만, 소설은 몇몇 부분이 영화와 다르거나 좀 더 자세히 나열되어 있다. 가장 틀린 부분은 우주선을 탑승하는 이들이 여주인공인 엘리만이 아니라는 점과 종교와 과학과의 대립적인 시각을 영화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준다는 점과 미국이 시각이 아닌 지구의 시각으로 본다는 점이다. 종교와 과학과의 대립은 글의 주제를 꿰뚫고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줄거리를 설명하지만 영화와 소설의 줄거리가 달라서 조금 뒤죽박죽이다.
천체 물리학자가 된 엘리는 외딴 관측소에서 우주로부터 올지 모르는 신호에 매달려 살고 있다. 그녀가 그렇게 천체 물리학자가 된 원인은 어렸을 적 아마추어 통신을 함께하던 아버지와의 추억 덕뿐이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직녀성에 전체 모를 메시지를 받게 된다. 그 신호는 히틀러의 연설이 나오는 영상이기에 많은 사람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신호의 뒷면에는 또 다른 신호가 하나 더 섞여 있었다. 그 숨은 신호를 해독한 이들은 그 신호가 정체모를 거대한 기계의 설계도임을 알게 된다. 그로인해 각계의 반응과 문제들이 순식간에 불어나 기 시작했다.
이 거대한 기계는 무엇일까? 우주선? 아니면 외계인들이 지구침략을 위한 워프장치? 아니 그러한 문제만이 아니다. 정말로 이것은 현재의 인간에게 유익한 것인가? 이 신호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완벽한 이유가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히틀러의 영상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이 기계를 만들자는 데에 합의를 보지만, 만들기 위한 자금은 단순히 한 나라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엄청났다. 이것은 전 세계가 나서서 해결해야할 문제였다. 5인이 탑승할 수 있는 이 기계는 잠정적으로 우주선이 아닐까 하는 도출된 결과를 내게 된다. 그렇게 기계를 만들지만 난관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었다. 5인의 탑승자는 어떻게 뽑아야 하는가? 남성과 여성의 비율은? 수십억명이 넘는 인구가 종교를 믿고 있는데 무신론자를 탑승시켜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소설은 그러한 문제들을 쉴 틈 없이 부딪치며 서로간의 논쟁과 대화를 하고 있다. 가장 큰 것이 역시나 종교와의 대립이다.
인간이 수천 년 전부터 믿어왔던 그것이 부정당한다면 지금 현재의 인간의 삶은 얼마나 바뀌게 될 것인가? 혼돈? 아니, 그것이 종교와 상관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에 벌어져야 할 일들은 종교에서 무시할 수 있는 것인가?
여주인공인 엘리와 그와 모든 것은 종교와의 수많은 논쟁에 휩싸이게 된다. 결국 우주선을 탑승하는 대표자들 중에 엘리는 탑승을 하지 못하고 자신이 스승이었던 드럼린이 탑승자로 우선시 된다. 하지만 테러 사고로 인해 우주선과 드럼린은 엘리를 구하고 죽게 되고, 모든 일들이 물거품이 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몰래 만들고 있었던 또 다른 우주선이 일본에 존재하고 있었다. 결국 엘리와 다른 이들은 그것을 타고 윔홀을 거쳐 우주 저편의 직녀성으로 가게 된다.
직녀성에서 엘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아름다운 해변과 그곳에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아버지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아니라 엘리의 기억을 읽고 만들어낸 외계인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존재의 증명을 할 뿐인 중계의 역할을 할 뿐이었다 그들도 모든 것을 알지 못했다. 메시지를 보내는 것과 우주를 여행하는 우주선 역시 외계의 존재가 있기 오래전부터 이미 그런 장치가 존재해 왔고, 자신역시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장치를 쓰고 있는 뿐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엘리는 여러 가지 사실을 알게 되고, 파이(π) 안에 오래전 사라졌던 어떤 존재가 남겼던 메시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그리고 18시간의 긴 꿈에서 깨어나듯이 여행은 끝나게 된다. 모든 것이 갑작스럽게 중단된 것처럼 지구로 돌아온 이들은 주위의 상황에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지구에서 보기엔 발사된 우주선은 전혀 변화가 없었고, 엘리와 탑승자는 지구에서 떠나지 않은 것으로 촬영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디에도 가지 않았고, 우주선은 바다로 풍덩 떨어진 것이 끝이었다.
온 세계가 이러한 사실에 모두 속은 것이라고, 비난이 쏟아졌다. 지금까지 모든 일들은 누군가의 소행이며 그것으로 인류 전체가 그의 사기극에 걸려든 것이라고 결론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탑승자들은 18시간 동안 촬영된 비디오테이프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그 안에는 온통 시커먼 암흑밖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청문회와 수많은 회의를 거듭해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모두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우주선에 탑승 한 것은 단한 순간일 뿐인데, 어째서 비디오테이프에는 18시간짜리 암흑이 녹음되어 있었을까? 어쩌면 외계인은 존재하면 그들은 우주로 간 것이 아닐까 하는 의견이 조심히 제기 되었지만, 아직 그러한 일들은 인간이 접근할 수가 없는 것이고, 믿지도 않을 것이며, 그러한 사실들과 진실들을 다음세대가 판단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불만이 없었다. 증명은 할 수 없지만 그들은 분명히 우주로 갔으며 외계의 존재가 있다는 것과, 자신들이 우주에 홀로 존재하는 외톨이 생명체가 아님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엘리는 그러한 진리들을 파헤치기 위해 여태까지 소홀이 했었던 새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나게 되고 지금까지의 갈등과 틀어졌던 마음까지 바로잡게 된다. 그리고 어머니가 숨겼던 것과 자신의 잘못 나아가 파이(π)안에 숨었던 비밀까지 알게 된다. 그것은 단지 수학에 평균적인 재능만 갖게 되는 단순한 공식이었다. 숫자들이 서로 바뀌는 유형 속, 초월수 그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것은 다름 아닌 완전한 형태의 원이었다. 해답은 모든 것이 풀렸다. 엘리는 자신이 찾던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소설은 단순히 우리 개인이나 나라가 아닌 이 지구에 펼쳐진 수많은 문제에 대해 묻고 있다. 핵이라든지, 기근, 종교 여타의 것에 대해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물음을 끊임없이 주고 있다. 인간은 진리를 찾는 나그네이다. 정말로 이 우주에 인간의 존재는 무엇인가? 그에 대한 대답은 과학자도 종교에서도 비슷하다. 인간은 우주에서 귀한 존재인 생명체이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단순한 이유는 모든 자성체들이 각기 다른 형태를 가지고, 각기 다른 문명과 지식과 거리에 살고 있지만 그들은 하나이며, 하나의 완벽한 원 안에 존재하는 이였다. 소설 안에 등장하는 외계인이며, 사라졌던 오랜 존재이며, 지구인 역시 모두 같은 존재였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엘리는 다름 아닌 칼 세이건의 본인을 그린 것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죽는 날 까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개종을 하지 않던 칼 세이건의 가족과 친구들은 그를 개종시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그에 관한 일화도 있다. 그 일화는 소설과 영화에도 직접적으로 등장하며 주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엘리와 엘리의 남자친구인 파머 조스와의 대화가 있다. 신학을 공부한 파머 조스는 엘리에게 신의 존재에 대해서 설명을 하지만 엘리는 자신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에에 파머 조스는 묻는다.
“아버지를 사랑해?”
엘리는 물론 “그렇다.”고 대답한다.
이에 파머 조스는 이렇게 또 묻는다. “그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보라고.”
엘리가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것은 과학적으로 말 할 수 있는 법칙을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칼 세이건이 자신은 과학자이기에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만 믿는다고 했다. 이에 그를 개종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친구이자 전미 개신교 협회장이 그와 똑같이 물었다. “당신은 가족을 사랑합니까?”
역시나 칼 세이건은 가족들을 무척이나 사랑한다고 했다.
이에 개신교 협회장 역시 이렇게 또 물었다. “그럼 가족을 사랑하는 그것을 과학적으로 증명을 할 수 있습니까?”
우리의 존재와 관계된 수많은 물음조차 대답할 수 없다. 진리란 무엇인가? 그것은 단순히 믿음이 아니라, 의문과 이해와 탐구와 도출로 얻어낼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그러한 것들을 이해야 한다는 점과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한다는 점을 소설은 말해 주고 있다.
태양계를 벗어나기 전에 보이저1 호에서 보내온 한 장의 사진인 창백하고 푸른 점(Pale Blue Dot)을 보며 칼세이건이 이렇 시(詩) 지었다.
“여기 있다. 저것이 우리의 고향이다. 저것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봤을 모든 사람들,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이 그곳에서 삶을 영위했다. 우리의 기쁨과 고통이 총합, 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 이데올로기들, 경제적 독트린들,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도덕의 교사들, 모든 타락한 정치인들,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의 지도자들, 인간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저기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 에서 살아있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