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의 밤 - 양장본
미야자와 겐지 지음, 이선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비에도 지지 않을 영혼의 고독한 열차.



 


 은하철도의 밤, 켄지, 토시, 조반니, 캄파넬라.




 어쩌면 그것은 내 취향의 극단적인 모순 중 하나일 것이다.

 더럽고 추한 이성에 혹은 비판과 고통과 공포와 지식의 탐독을 위해 읽는 것들과 반대되는 순수함의 집착이라고 해야 하나? 아마 그런 의식화된 감정이 바로 프랭크 바움이나 미야자와 켄지라는 작가들의 글을 읽어야 한다는 탈출구를 낳았다고, 나는 판단했다. 어쨌거나 섬나라의 인명이다 보니 일본에 대해 배타적인 국내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다. 그렇기에 은하철도999란 에니메이션에는 익숙하지만 원작 소설인 은하철도의 밤에 대한 것이라면 무척이나 생소할 것이다.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해 평가를 하자면, 은하 철도의 밤은 어떤 인격적 순수함이 극에 달하는 미야자와 켄지라는 인간에 의해 제조된 하나의 행위예술의 결과물이며, 동시에 여동생 토시에 대한 애정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럴 것이 그의 인생에 대한 전기를 풀이하면 더욱더 두드러진다.


 조병렬 문학박사의 켄지에 대한 작품해설을 참고 하자면 일본 근대문학의 한 축인 미야자와 켄지는 리얼리즘에 뿌리를 두고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상을 펼쳤는데, 그가 살았던 다이쇼 시대에는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난 작품을 용납하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은 죽을 때까지도 인정받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그는 고향인 이와테 현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했을 뿐, 주류 문단과는 전혀 교류를 하지 않아 죽고 난후에도 이색적인 작가로 취급받았다. 켄지는 동화 작가이기 전에 시인이었고, 처음 자비로 출판한 작품역시 봄과 아수라라는 시집이었다. 약 1000부가 출판된 봄과 수라의 시의 형태를 보자면 과학과 청년교육, 농업, 자연과 이와테 현의 풍물, 누이의 사랑 그리고 우주와 은하에 대한 내용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그 외에 주문이 많은 요리점(아래에 짧게 요약설명을 하겠다.)이 자비로 출판되었다.


 *주문이 많은 요리점은 두 명의 사냥꾼이 숲에 서양식 요리점인 들고양이 가게에 들어서면서 시작한다. 요리점을 들어서자마자 '당 요리점은 주문이 많으니 양해를 바랍니다.'라는 푯말이 붙어져 있다. 이에 개의치 않고 하나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사냥꾼에게 어떤 요구를 하는데, 그 요구란 신발을 벗거나, 총을 놔두거나, 옷을 벗고 온몸에 우유크림을 바르는 것, 식초향수를 뿌리라는 주문이었다. 사냥꾼들은 어딘지 이상한 식당의 주문에 의아함을 느끼지만 마지막에 온몸에 소금을 발라라는 식당의 주문까지 그대로 따라한다. 하지만, 문 너머에서 들리는 속삭이는 소리에, 지금껏 식당의 요구가 사냥꾼 자신들을 잡아먹으려는 주문임을 눈치 채고 사냥꾼 두 명은 겁을 집어먹고 쏜살같이 도망친다.


 은하철도의 밤은 그의 나이 서른 살에 완성된 이후, 죽기 전까지 수정과 수정을 거듭했던, 유작이자 미완성품 하나이다. 중간에 빠진 문자도 있고, 원고지 한 장이 누락되어 있기도 하다.

 짧게 줄거리를 얘기하자면, 병든 어머니와 함께 사는 소극적인 아이인 조반니는 가난한 집안에 친구들에게 놀림감이 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런 조반니에게 버팀목이 된 것은 부자 집 아들인 캄파넬라가 유일하다.

 원양어선을 타고 고기를 잡으러 간 아버지를 기다리며 또 제본소에서 일을 하며 살던 어느 날, 켄타우로스 축제의 밤에 참석하지 못하고 어머니의 약과 우유를 타러가던 길에 놀림을

 당한 조반니는, 캄파넬라와 멀리 떠나고 싶은 생각을 하며 어두운 언덕으로 달려가다 은하를 여행하는 열차를 만나 우연히 탑승하게 된다. 열차는 친구 캄파넬라도 함께 탑승하는데, 두 사람이 탄 은하를 여행하는 열차는 북십자성과 플라이오세해안을 지나 여러 사람을 만나며 여행을 한다. 열차가 켄타우르스에 위치한 남 십자(서던 크로스라는 어감) 정거장을 지났을 때 조반니는 친구인 캄파넬라가 곁에 없는 것을 확인한다. 조반니는 극심한 슬픔을 느끼며 캄파넬라를 외치다가 꿈에서 깨어난다. 그제야 조반니는 그것이 꿈인 것을 알아챈다. 마을로 내려온 조반니는 마을 아래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을 확인하고 가까이 다가가 보니 조반니의 유일한 친구인 캄파넬라가 강에 떨어져 죽은 소식을 듣지만, 조반니는 캄파넬라가 죽은 것이 아닌 은하 속에 아직 살아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확신을 한다. 자신도 캄파넬라가 떠난 그 은하로 가고 싶은 마음을 한편에 숨겨놓고, 죽은 캄파넬라의 아버지가 조반니의 아버지가 곧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어머니에게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다시 강변 들판으로 달리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은하철도의 밤 초기형에는 아버지가 바다에서 밀렵일 을 하다가 감옥에 들어가 있다고 놀림감을 당한다.

 *91년에 동쪽나라에서 출판되었던 서적에서는 초기형과 후기형이 조금 뒤섞여 나오기도 했는데, 때에 따라서 9장에 볼카니로 박사가 나오는 에피소드가 있기도 하다. 최근 바다 출판사에 것은 확실히 위와 같은 최종 원고형 이었다.


 은하철도의 밤에 대한 작가 내면의 세계의 가장 큰 축은 바로 여동생토시가 아닐까 한다.1896년 일본 이와테현 하나마키에서 불교를 믿는 독실한 가정에서 태어난 미야자와 켄지와 2살 때 태어난 여동생 토시는, 그녀의 나이 24세의(켄지 26세) 젊은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그의 종교의 후원자와 정신적 지주역할을 해왔다. 살아 있을 당시 문학에 대한 폐쇄성으로 인해 그의 문학과 시들은 주변사람과 그가 살고 있는 지역 외에는 출판되지 않았고, 그를 인정해주는 이 역시 동생이 유일하다 싶을 정도였다. 그런 감정의 표현들은 보살상이라고 이름 지은 동생의 자화상이나 은하철도의 밤의 조반니의 친구이자 조반니를 살리고 자신을 희생하는 캄파넬라를 토시로 투영해서 쓴 캐릭터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은하 철도의 마지막에 보면 조반니가 캄파넬라가 있는 은하로 자신도 함께 갔으면 했는데, 그것은 작가인 켄지가 동생인 토시코가 떠난 죽음마저 함께 하길 원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단 위의 것은 일반적인 견해로, 다른 견해는 종교적 문제로 갈라졌던 친구 호사카 카나이가 아닐까 하는 추측도 있다.


 여동생인 토시가 죽은 후 켄지는 사할린으로 배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여행의 목적은 토시를 잊기 위한일이 아닌 그녀를 다시 찾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어찌 됐든 그가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 남겨진 작품들은 여동생에 대한 그리움에 대한 시들과 많은 만가가 있다. 동시에 은하철도의 밤은 죽음이란 부정할 수 없는 곳으로 떠난 이에 대한 자신만의그리움과 삶과 죽음, 그리고 그 뒤에 있을 구원이란 형태의 자신만의 풀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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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근 2008-01-19 0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린시절에 대한 향수라고나 할까 '*** 은하철도 999 *** '로 마감되는 노랫말! 책을 좋아한다 하면서도 '은하철도의 밤'을 알기엔 너무도 긴 시간들 이었다.그를 안다 하기엔 아직 미흡한 면이 많지만 이것을 계기로 그(?)에게로 한발 더 가까이 가는 계기가 되길 넘 바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