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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그 후 - 환경과 세계 경제를 되살릴 그린에너지 혁명이 몰려온다
프레드 크럽.미리암 혼 지음, 김은영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단이다.
<지구, 그 후>를 끝맺는 말이다. 그린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그저 우리의 '결단'이라는 말이 무척 마음에 와 닿았다.
나는 <지구, 그 후>를 펼치면서 이 책 안에는 환경보호를 위한 어떤 막연한 비전이나 아이디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나에게 있어 그린에너지라는 것은 실체가 없는 그 무엇, 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무엇, '지구를 위한 자원봉사' 개념으로 개발을 하고 있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에너지, 그 정도의 이미지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린 에너지라는 것은 생소하다. 태양열발전, 풍력발전, 수력발전. 환경을 보호하는 깨끗한 에너지들. 그 개념 자체는 내가 글을 깨치기 시작할 무렵에도 있었다. 글짓기도 하고 포스터도 그렸다. 하지만 그것은 SF소설에나 나올 것처럼 먼 이야기였다. 그린에너지라는 다섯 글자만 보면, "그린에너지, 필요하지. 하지만 굳이 편한 화력발전을 놓고 그린에너지를 힘들여 개발할 사람이 있기는 할까."라는 심술궂은 생각이 불쑥불쑥 치솟았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 실질적 소득이 돌아오지 않는 일에 팔 걷어붙이고 나설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이것이 바로 공공재의 비극 아니던가.
그런데 <지구, 그 후>는 환경보호를 위해 그린에너지 개발을 주장하는 막연한 이야기가 아니라 아주 냉정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다. <지구, 그 후>는 그린에너지를 환경보호의 측면이 아닌 경제성과 시장성의 측면에서 바라본다.
<지구, 그 후>가 제일 먼저 짚고 넘어가는 것은 '탄소배출량거래제'이다. 탁월한 아이디어가 담긴 이 법안 하나로 말미암아 그린에너지 연구에 탄력이 붙었다. 이유는? 돈이 되니까. 그린에너지는 지구를 위해 개발해야 하는(그러나 실제로 돈은 안 되는) 이상의 영역에서 단번에 현실적인 영역,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을 쓸수록 돈이 벌린다는 현실의 영역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은 현재, 지금 이 시점의 그린에너지에 관한 이야기다. 그린에너지를 만드는 여러 기술이 어느 정도 발전했는지, 연구하는 업체는 어떤 업체인지, 이 기술에 경제성은 있는 것인지, 효율은 어느 정도인지리 조목조목 따져본다. 말하자면, "현재 그린에너지는 어느 정도 와 있는가"를 재단해보는 시간이라고나 할까. 태양에너지, 바이오연료, 해양에너지, 그리고 재생가능에너지. 책을 한 장 넘길 수록 '완전히 무르익지는 않았지만 곧 다가올' 그린에너지가 떠오른다. "이건 가능성이 있다!"라고 확 현실감이 오는 것이다.
<지구, 그 후>의 매력은 바로 현실성에 있지만, 책을 읽는 나에게는 그 현실성이 조금 버거웠다. 슬프게도 나에겐 화학기호와 이름과 기술이 끝도 없이 나오는 이 책을 슬렁슬렁 읽고 이해할 기반이 없다. 아무리 설명을 꼼꼼히 해 주었다고 해도, 기본 지식이 있는 사람과 생판 낯선 사람의 이해력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힘든' 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중에 책에서 손을 놓지는 않은 것이 신기하다. 다시 한 번 읽으면 이 책의 내용을 두루뭉실하게가 아닌,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건 잘 모르겠지만.
기술을 발전시키려면 동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동기를 미국에서는 <탄소배출량 거래제>로 만들어냈다. 우리 나라에는 아직 이런 법안이 없다고 알고 있다. 당연히 그린에너지 쪽의 개발은 더딜 것이다(동기가 주어져야 일에 탄력이 붙는 법이니까). 우리나라는 아직 개발도상국으로 분류가 되어 있어서 교토의정서와 같은 국제환경협약의 제한을 심하게 받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변이 없는 한 십 몇년 이내로 개발도상국 딱지를 뗄 것이다. 게다가 새로운 산업혁명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그린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 때, 시장을 선점한다면 엄청난 경제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여러모로 생각해 볼 때, 우리 나라도 슬슬 그린에너지에 눈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지구, 그 후>를 끝맺는 이 문장이 무척 마음에 들고 또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단이다.
2009. 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