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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하루 - 46인의 렌즈, 5색 테마, 그리고 셀 수 없는 이야기
이철승 글, 사진을 찍는 46인 사진 / 쿠오레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사진의 하루>는 너무나 일상적이고 소소한 사진들의 모음이다. 평소에 볼 수 있는 풍경을 담은 사진, 멋을 부린 대상을 담지도 않았고 찍을 때 멋과 기교를 가득 써서 현란하지 않은, 그냥 우리가 찍어서 손에 넣을 수 있을 듯한 그런 사진. 신기한 장면도, 아름다운 장면도, 추한 장면도, 끔찍한 장면도 아닌 담담한 일상의 풍경- 보는 순간 눈을 절대적으로 사로잡지 않는 사진을 책 속에서 보는 것은 생소한 느낌이었다.
아무리 사소하고 작아 보이는 풍경일지라도, 그 풍경을 찍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진기는 우리의 눈과는 달라서 셔터를 누르지 않으면 그 풍경을 자신의 속에 담지 않으니까 말이다. 더구나 책에 선별해 실을 정도면 두 말할 나위 없다. 보는 이가 못 보고 지나갈지도 모르는, 그 순간을 가지고 싶었던 찍는 사람의 감성이 궁금해진다. 책을 덮기까지 내내, 사진을 꼼꼼히 훑으며 찍은 이의 마음을 추리하고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면 뭔가 알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사진도 있지만, 결국 사진에 대해 알아내지 못하고 싱거운 웃음을 지으며 페이지를 넘기기도 했다.
어쩌면, 보는 사람이 '이게 뭐야?'라고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는 사진이기에, 책의 제목이 <사진의 하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사는 하루하루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일상'이라는 틀에 꿰어 움직인다. 그 일상은 단조로울만큼 담백하다. 마치, <사진의 하루>에 있는 대부분의 사진들처럼.
아쉬운 점은 사진 옆에 곁들여진 글귀이다. 어깨에 힘을 빡 주고 너무나도 멋을 부린 글들. 있어보이게끔 서너 겹씩 치장하고 감싼 구절구절이 사진과 무척이나 동떨어지게 느껴졌다. 더구나 몇 개의 글은 사진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일상의 소소한 풍경을 보며 머리 속을 차지했던 담백한 기분은 글귀를 보는 순간 더부룩한 거부감으로 남았다.
2009. 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