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의 빛나는 순간 - 르네상스를 만든 상인들
성제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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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피렌체라는 공간에서 르네상스가 어떻게 시작되고 마무리되었는지를 상인들과 그들이 의뢰한 그림을 통해서 분석해보는 책.

 

  르네상스를 상인과 권력이라는 관점에서 본 책은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독특한 느낌이 든다. 올 컬러로 그림이 수록되어 있어서 그림에 대한 해설을 이해하기도 쉽고, 전체적으로 글이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으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적혀 있어서 좋았다.

 

  책은 '중세의 가을'을 고찰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중세의 그림들과 그 당시의 피렌체의 권력집단, 유력가문을 연결하여 설명한다. 그리고 르네상스의 초기, 중기, 말기를 따라간다. 당시 피렌체의 권력구도와 예술사의 흐름이 무관하지 않음을 아는 건 재미있었다. 읽다보면 비단 르네상스에 대한 호기심 뿐 아니라 당시 피렌체의 정치와 경제와 문화에 대해서도 지식을 채울 수 있는 책이다.

 

  "왜 상인들이 르네상스 시절 문화를 후원했을까? 어떤 이득이 있었을까?" 라는 호기심을 충분히 채울 수 있다. 각 그림에서 후원자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 독특한 부분들을 통해서, 그 그림을 후원함으로써 각 가문(혹은 의뢰자)이 노렸던 효과 등을 당시 권력 구도와 사회 분위기와 연결지어 볼 수 있다.

 

  각 가문과 예술가에 대한 정보를 각 장의 맨 앞에 간략하게 서설해주어 내용 이해가 쉬웠다. 편집도 잘 되어 있고 서술도 지루하지 않으면서 자세하게 설명해주어서 독자에게 친절한 책이다. 르네상스라는 시대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혹은 피렌체라는 공간이나 상인들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2017.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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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어지러이 나는 섬 작가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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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아리스 시리즈.

 

  고립된 섬에 불시착한 탐정과 작가, 은거한 문학가, 초대된 한 무리의 사람들, 섬을 뒤덮은 까마귀떼, 며칠 뒤까지는 오지 않는 배, 끊긴 전화 및 인터넷 선....... 불길한 기운이 감돌고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범인은 이 안에 있다'는 메시지만큼 섬뜩한 게 있을까?

 

  그런데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이 배경을 가지고 끔찍한 스릴러를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소소하다.

 

  작품의 중반이 될 때까지 시체는 등장하지 않는다. 앞부분을 견인하는 호기심은 '이 사람들은 왜 하필 여기서 모임을 가지나, 왜 모임을 가지나, 숨기는 게 뭔가'이다. 특이한 것은 이 폐쇄적인 집단에 아이들도 두 명이 있다는 거다.

 

  선장의 착각으로 잘못된 섬에 도착한 히무라 히데오와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이들의 군식구가 된다. 얼른 쫓아버리고 싶어하던 사람들은 갑자가 아이들의 청에 마음을 바꾸어 두 사람에게 하루 더 머물라고 말한다. 그리고 하늘에서 헬기를 타고 불청객이 한 명 더 나타난다.

 

  불길한 분위기, 인용된 소설과 시들, 흥미를 끌려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늘어놓지만 초반부는 솔직히 지루했다. 한 번에 읽지 못하고 들었다 놨다를 몇 번 반복했다. 호기심을 가질 만한 구석이 거의 없었다. 폐쇄성을 가진 집단 특유의 배척하는 분위기는 이상할 정도로 급격히 누그러지고, 불청객은 이 모임과 큰 관련이 없어 보인다.

 

  범인의 범행 방식과 동기, 그리고 그게 밝혀지는 과정은 추정이 많아서 추리소설 특유의 "아!" 하는 느낌이 없었다. 모임이 추구하는 바는 중반부터 짐작이 가서 별로 새롭지 않았는데, 섬을 고립시킨 사람의 정체는 뜻밖이라 재미있었다.

 

  작가 아리스 시리즈는 좀 호불호가 갈리는데, 이번 글은 불호에 가까웠다. 조금 더 속도감있게 구성하거나, 등장인물들이 외부인을 배척하는 분위기를 살리거나, 아리스의 추측이 황당하다기보다는 그럴 듯했다면 조금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2017.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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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 일상을 깨우는 바로 그 순간의 기록들
조던 매터 지음, 이선혜.김은주 옮김 / 시공아트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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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삶이 춤이 된다면>이라는 책을 서점에서 본 건 2014년이었다. 그리고 잊고 있다가 (세상에는 왜 그렇게 읽을 책이 많은지!) 얼마 전 서점에서 다시 발견하고 구입했다.

 

  나는 사진에 대해 잘 모른다. 무용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느끼는 건 아는 것과는 좀 별개의 일인 것 같다. 이 책은 무용수들이 '평상복을 입고'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동작을 취한다(혹은 어떤 동작 중의 한 순간을 카메라가 잡아낸다). 사진들은 아름답고, 그래서 한참 쳐다보게 만든다.

 

  무용이라는 건 리듬에 따른 연속적인 동작을 보는 게 아닌가? 그건 아마 내 편견이었던 것 같다. 무용수의 멈춰있는 한 순간의 장면은 한 곡의 무용을 본 것처럼 경탄을 자아낸다. 사진가가 촬영 뒷이야기를 적어놓은 부분을 읽으면 경탄은 배가 된다.

 

  하지만 이 사진집이 가장 좋았던 건 우리가 일상생활을 보내는 배경이 무대가 된다는 점이다. 이 책은 예술이 삶과 멀리 있지 않다는 걸 직접적으로 느끼게 한다.

 

  다만 작품 제목을 심하게 의역한 부분들이 있어 좀 거슬렸다. 영어 원제를 밑에 붙여놓아서 그나마 좀 나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직역을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사진에서 의도한 점을 제목으로 붙일 테니까. 어느 제목은 번역가가 사진에서 느낀 점을 적어 붙였나 싶을 정도의 의역도 있었다. 재미는 있었지만 제목도 작품의 일부라는 점을 생각할 때 상당히 아쉽다.

 

  한 번 보면 후회하지 않을 책이다. 아름답고 경탄스런 사진 속에는 일상을 색다르게 보게 만드는 즐거움이 있다.

 

 

p.s.

  각 챕터마다 작가는 짧은 이야기를 적어놓았다.

  그 중 작가 아들의 '기타 천재' 이야기가 인상깊다. 놀이가 일이 되는 순간을 그보다 절묘하게 포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2017.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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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에드 맥베인.로런스 블록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이리나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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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일본 추리풍 라이트 노벨 같은 제목이다.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하는 점원이 추리 활약을 펼치며 어쩌고저쩌고 하는 이야기(음, 생각해보니 이 비슷한 설정의 책이 이미 나와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책 소개가 중요하다. 책 소개를 보니 영미추리소설단편집이었고, 뉴욕에 실제로 있는 '미스터리 서점'의 주인이 추리작가들에게 의뢰하여 1년에 1편씩 크리스마스 시즌 소책자로 나눠줬던 단편 17편을 모아 펴낸 책이었다. 서점 주인 오토 펜즐러가 의뢰하며 요구한 것은 두 가지. "크리스마스 시즌이 배경일 것" "최소 한 장면 이상은 미스터리 서점을 배경으로 할 것".

 

  이 주문은 놀라운 효과를 낳는다. 각각의 개성을 뽐내는 작가들의 단편을 한 곳에 모아놨음에도 불구하고,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놀라운 통일성을 보인다. 연작 단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단편집은 여러 이야기를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편에는 장편과 다른 독특한 어법과 흐름이 있다. 짧은 이야기이기 때문인지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특징이 두드러진다. 그래서인지 여러 작가의 단편을 모아놓은 단편집을 단번에 읽어나가다보면,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느낌(좀 정신사나운 느낌)이 남는다. 작가마다 다른 관심사, 다른 캐릭터, 다른 필법이 있으니 어쩔 수 없고, 사실 그게 매력이기도 하다. 대신 한 권의 책을 읽었다는 통일감과 만족감을 느끼기는 좀 어렵다.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아놓은 모양새다. 오토 펜즐러가 작가들에게 한 주문이 톡톡히 효과를 발휘한 것 같다. 각 단편마다 꼭 얼굴을 미추는 미스터리 서점, 그리고 감초처럼 등장하는 오토 펜즐러라는 캐릭터가 각 단편을 한데 묶어놓는다. 쟁쟁한 경력을 가진 작가들이 비슷한 배경으로 다른 이야기를 풀어놓는 솜씨를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단편집에서는 몇 개는 괜찮고 몇 개는 그럭저럭이고 몇 개는 별로라는 감상을 가진 적이 많은데,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에 실린 17편의 단편은 전체적으로 다 재미있게 읽었다.

 

  한편으로 이 책을 펴내게 된 동기는 좀 슬프다. 미국에서도 서점은 살아남기 힘든 모양이다. 워낙 책을 안 읽는다고 소문이 난 대한민국에서만 그런 줄 알았더니. 뉴욕의 미스터리 서점이 다시 17년을 살아남아서,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2>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17.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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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에드 맥베인.로런스 블록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이리나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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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각각의 개성이 살아있으면서도, 책 전체를 꿰뚫는 묘한 통일성이 있는 단편모음집. 17편의 단편 모두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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