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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 - Unbowed
영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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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아름다운 겁니다." - by. 김경호 교수
이 영화는 5년 전 석궁사건을 소재로 제작된 영화이다. 이 영화는 사법 폭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법계가 어떻게 똘똘 뭉쳐서 죄 없는 사람을 죄 있는 사람으로 모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거기에는 어떤 논리도, 증거도, 변호사도, 심지어 법도 필요 없다. 결론은 이미 나와있기 때문이다. 재판은 그저 형식일 뿐이다.
그러나 억울한 일을 당한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법은 아름다운 겁니다." 사법 폭력에 대항하는 그의 무기는 아이러니하게도 형법이다.
<부러진 화살>의 통쾌함은 여기에서 나온다. 법을 대행한다는 판사와 검사 측의 억지주장과 거기에 맞서는 용의자 교수의 무기가 형법이라는 아이러니. 교수가 하는 말 하나 하나가 속을 시원하게 해 준다. 문제는 그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판사와 검사는 부러진 화살이 어디 갔는지, 와이셔츠에 왜 피가 묻어있지 않은지 설명하지 못한다. 묻은 피가 동일 인물의 피인지, 그리고 사건의 피해자인 판사의 증언이 왜 자꾸 바뀌는지, 검사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왜냐면 교수는 석궁을 들고 판사에게 찾아가 항의했고, 사법부가 그것을 '사법부에 대한 중대한 테러행위'로 이미 결론내렸기 때문이다.
김경호 교수의 논리는 명쾌하다. 법대로 하자. 그러나 김경호 교수의 무기인 법은 현 사법체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김경호 교수와 박준 변호사가 제시한 증거와 증인은 채택되지 않는다. 재판은 서둘러 마무리된다. 그래서 그들은 결국 졌다.
법이 통하지 않는 사법부라는 아이러니는 오히려 웃음을 자아낸다. 진실은 명확한데 폐쇄적인 법정에서는 아무 것도 통하지 않는다. 그 곳은 사법부의 왕국이고, 그곳에는 사법부의 독재가 있다.
그래서 <부러진 화살>의 주인공은 김경호 교수나 박준 변호사, 혹은 재판장이나 검사나 사건 피해자인 판사가 아니라, 사법부 그리고 현재 우리의 법조계 자체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은, 세상에 정의가 없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과연 무엇이 정의인가? 답답할 정도로 원리원칙주의자인 김경호 교수의 말을 보며 통쾌한 이유는, 그가 철저히 법에 기반하여 법의 논리로 사법부에 항변하기 때문이다. "법은 아름다운 겁니다." 법이 문제가 없다면, 문제는 인간이 아닐까. 이 영화는 "우리 사회의 정의는 무엇인가?"라고 묻고 "정답은, 권력."이라고 대답한다. 권력이 있으면 법은 아무 것도 아니다.
처음에는 무거운 내용이 아닐까 걱정하면서 갔다. 하지만 많이 웃었다(무고한 사람이 졌는데도 통쾌하다니!). 2011년 영화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될 듯 하다. 흐름에도 모난 구석이 없고 배우들의 연기도 안정적이다. 영화 속에 도사리고 있는 아이러니가 웃음을 자아내고(재판이 개그 못지 않다) 교수의 대사와 행동 한 마디 한 마디는 통쾌하다. 그러면서도 내용의 무거움은 훼손되지 않았다. 석궁사건이라는 한 가지 사건에 국한되지 않고 법과 사회라는, 전반적인 세계를 보여준 느낌이다. 게다가 재미있다. 재미만 기대하고 가도 성공할 것 같다. 이 영화가 많이많이 입소문을 타서 흥행했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든 한 가지 궁금증. 왜 우리 사회는 사건이 벌어지면 '용의자'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그가 진짜 '범인'인지에 대해서는 알아보려 하지 않고 잊어버리는가? 정말 중요한 것은 용의자가 아니라 범인일텐데 말이다.
* 여기서 말한 법은 형법을 지칭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