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에서 아침을 - HD 리마스터링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 오드리 헵번 외 출연 / 피터팬픽쳐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제목을 너무 많이 들어서 보지 않았는데도 본 것처럼 생각이 되는 작품들이 있다. 주로 고전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인데, 그 중에 <티파니에서 아침을>도 있다. 오드리 햅번이 나왔다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는데도 굉장히 잘 아는 것 같은 친숙한 느낌을 주는 영화다. 

  어제 <티파니에서 아침을> 리마스터링 상영회를 보고 왔다. 옛날에 만들어진 영화인데도 지금 봐도 충분히 사랑스럽다. 

  할리 고라이틀리와 같은 아파트로 이사온 폴 바젝. 작가지만 단편집 한 권 낸 이후로 재능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핑계로 글을 쓰지 않았던 폴 바젝은, 동생의 이름을 따 자신을 프레드라고 부르는 아랫집 할리와 친구가 된다. 할리는 굉장히 매력적이지만, "한 번도 안 해본 일"이라고 말하면서 결혼을 하고, "한 번도 안 가본 곳이니까"라고 말하면서 훌쩍 뉴욕으로 떠나고, 티파니와 닮은 집에 가기 전까지는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겠다고 주장하는 엉뚱한 면이 있다. 할리를 만난 후 폴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고, 할리에게 점점 빠져드는데...... 종잡을 수 없는 할리는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갑부와 만나 결혼하겠다는 당당한 포부를 폴에게 밝힌다. 할리는 갑부와 결혼할 수 있을까? 폴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할리와 폴(프레드)은 아주 많이 닮았다. 사랑이 아닌 필요에 의해 연애를 하고, 돈과 성공을 추구하고, 발 디딜 곳이 없어 불안하고 우울해한다. 다만, 폴이 할리보다 조금 더 솔직하고 용기가 있었던 것 같다. 현실을 진짜라고 인정하면서, 한 발 내딛을 수 있는 용기. 

  티파니 매장에 가서 할리와 폴이 가져온 것은, 과자 박스에서 나온 장난감 반지 위에 티파니가 새겨준 글귀 뿐이다. 할리/폴은 마치 그 반지-티파니의 반지가 되기를 꿈꾸는 장난감 반지 같다. 할리의 친구는 할리를 가리켜 "할리는 가짜야. 하지만 진짜 가짜지."라고 말한다.

  나는 티파니 제품이라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그냥 장난감 반지일 뿐이라고 냉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반지를, 티파니가 글귀를 새겨준 특별한 장난감 반지라고 고스란히 인정하는 건 조금 힘든 일인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인정하는 것에서 뭔가가 시작되는 건 아닐까. 결국 폴은 새로운 글을 썼고, 할리는 고양이를 찾아 택시에서 내렸다.

  마지막 부분을 보며,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라는 영화가 잊히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자막에 오타가 정말 어마어마했다는 거다. 오타는 뒤로 갈수록 늘어났는데, 가끔은 대사를 해독하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 했다. 덕분에 몰입이 툭툭 깨져서 조금 슬펐다. 

 

p.s.  할리 고라이틀리 역을 맡아 아름답고 우아한 오드리 햅번도 좋았지만,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무엇보다 돋보였던 배우는 이름 없이 고양이라고 불리는 노란색 고양이다. 정말 귀여웠다.  

 

2011.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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