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브덕션 - Abducti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어브덕션>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벨라에게 어장관리를 당하는 역할로 나오는 테일러 로트너가 나오는 액션 영화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요즘 액션에 좀 굶주려 있었기 때문에 시사회 당첨되어서 신나라 하고 가서 보고 왔다. 그리고 나서 고개를 갸우뚱.

  <어브덕션>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어른들 사정에 휘말려서 고생하는 출생의 비밀이 있는 십대 소년과, 십대 소년의 옆집에 살고 소년과 썸씽이 있다는 이유로 같이 생고생하는 소녀의 이야기다. 액션이면 주인공이 때리고, 쏘고, 도망치고, 깨부수고, 악당을 처단하는 장면이 나와야 할 텐데 고등학생이 주인공이고 묘하게 리얼리티를 살려서 그런지 소년은 줄곧 장기판의 말처럼 굴려질 뿐(이지만 그렇게 심하게 굴려지지는 않는다)이다. 소년은 나름 뭔가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결국 사태를 일으킨 것도 어른, 사태를 해결하는 것도 어른이다.

  초반의 심각한 설정과 달리 이야기는 상당히 가볍게 흘러간다. 주인공이 진짜 죽거나 진짜 다치거나 진짜 조마조마할 정도의 위험은 주지 않는달까? 그래서인지 영화를 다 본 후 좀 싱거웠다. 위기와 절정은 어디에 던져주고 발단-전개-결말로 끝이 난단 말인가. 이건 설마 어떤 시리즈의 프롤로그인 걸까? 그렇다기에는 뒷 시리즈를 암시하는 부분이 전혀 없다. 역시 고개가 갸우뚱.

  이야기 속에서 말하는 심각성과는 달리 상당히 말랑말랑하게 돌아가는 상황, 그리고 열차에서의 키스씬에 몇 분이나 투자하는 과감함 때문인지, <어브덕션>은 액션이라기보다는 하이틴 로맨스라는 느낌이 더 많이 들었다. 단지 그 로맨스가 피어나는 상황에서 출생의 비밀과 연관된 생명의 위기가 있는 액션이 가미된 정도다. 그래서 하이틴 하면 으레 떠오르는 중2스러움(소위 말하는 겉멋)도 갖추고 있다. 그래서일까, 액션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꽤 귀여웠다. 

  사실 이 영화의 진가는 배우들의 미모라던가 강도높은 액션, 치밀한 스토리라기보다는 유머에 있는 듯 하다. 심각한 척 하면서 이 영화는 곳곳에 유머를 깔아놓는데, 그 유머를 보면서 웃고 가끔 튀어나오는 액션에 두근두근하면 한 시간 사십분 정도가 훌쩍 지나가 있다. 스토리와 캐릭터, 그리고 대사에 큰 점수를 줄 수는 없지만, 기분을 전환하고 나오기에는 꽤 괜찮은 영화였다. 일단 심각한 액션이 싫고, 십대 애들의 말랑말랑 오글오글한 연애도 좀 보고 싶고, 일단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늑대인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꽤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듯 하다.

  내가 십대 때에는 뭘 했더라? 열심히 강을 헤치고 숲을 올라가고 야구장 데이트를 하는 주인공 소년과 소녀를 보면서 어쩐지 나이를 실감하게 된다. 내가 십대에 봤으면 오오... 하면서 즐거워했을까, 아니면 사람이란 쉽게 바뀌지 않으니 "개그는 괜찮지만 액션은 노력해야겠어. 그리고 키스씬은 좀 짧아도 될 거 같아."라고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을까.

  어쨌든 나는 영화관을 나오면서, '카렌과 네이븐, 리포트는 잘 써서 냈는지 모르겠다.' 따위를 걱정하고 있었더랬다. 역시 난 십대에서 너무 멀리 와 버린 것 같다.

  

덧붙임. 

  스타일리스트는 카렌 역을 맡은 여배우의 안티가 틀림없다. 아니면 저런 화장과 헤어를 하게 둘 리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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