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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내가 이 시리즈를 전혀 읽지도 보지도 않았다는 데 다소 원인이 있다), "그 영화 정말 괜찮다더라"는 소리를 전해들었다. 한 달 쯤 전에 들은 이야기라서 이미 내렸을까봐 걱정했는데, 과연 좋은 평 때문인지 아직 상영하고 있었다. 과연 명절이라서 신신신나나나나하고 몰려온 가족 관객이 많았다. 어린 아이들도 많고 해서 좀 걱정했는데, 다들 매너가 아주 좋았다. 그런데 그 매너가 이해가 될 정도로 또 좋은 평이 이해될 정도로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이 재미있었다.
시작은 유인원들을 사냥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잡혀온 침팬지는 치매를 치료하기 위한 약 A-112를 주입받고 부작용으로 눈동자 색이 변하고, '반짝이는 눈'이라는 이름을 받는다. A-112를 만든 과학자 윌이 A-112의 임상실험을 시작하기 위해 브리핑하던 때 '반짝이는 눈'은 탈출 시도를 하며 난동을 피우고, A-112는 사장당할 위기에 처한다. 그리고 '반짝이는 눈'을 비롯해 A-112의 실험에 동원된 유인원들은 모두 안락사당한다. 그러나 윌은 '반짝이는 눈'의 아기를 발견하고 집에 데려와 키우게 되고, 시저라는 이름을 받은 이 유인원은 놀라울 정도로 높은 지능을 보인다. 그리고 8년 후, 시저는 유인원보호소에 보내지고 자신이 인간과 다름을 깨닫는데.......
이야기는 단순하다. '영리한 유인원들이 나타나고 인류는 멸망의 기로에 선다'는 것이다. 이 영화가 <혹성탈출>의 프리퀄이기 때문에 어떻게 진행될지는 이미 다 알고 있다. 시리즈를 보지 않은 나 조차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은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내 감상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유인원의 시작도 윌, 인류의 끝도 윌에게서'라고나 할까. 둘이 같은 흐름이 아니라는 것이 놀랍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아무리 지능을 가진 유인원들이 있어도 인류에 비해 턱도 없이 적은 수인데 무기로 무장한 엄청난 수의 인간을 어떻게 지배할 수 있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을 품었는데 마지막의 마지막에 와서 완벽하게 해소되었다.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암시를 한다는 점이 더욱 좋았다.
그와 동시에, 이 영화는 인간의 오만에 대해서 지적한다. 윌의 여자친구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야 해."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했다. "어떤 자연?" 윌의 여자친구가 말하는 자연은 철창 우리에 유인원을 가둬놓고 시시때때로 제약회사의 실험동물로 끌려가는 자연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이 관리하는 자연'인 것이다. 그리고 시저를 보면서 인간이란 자신을 뛰어넘는 지적 생명체를 인정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시저는 뭐냐"는 시저의 질문이 떠오른다.
영화는 탄탄하다. 앞에 자연스레 스쳐지나간 장면이 뒤의 기반이 된다. 시저가 윌의 집에 처음 왔을 때, 윌의 아버지가 '줄리어스 시저'의 한 대목을 읊었다. 그의 발 앞에 무릎꿇고... 하는 부분이었을 거다. 그 대목이 영화 마지막에 그대로 재현된다.
그래서일까. 아주 극적인 사건이 있다기보다는, 천천히 잠식당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다음에 올 어떤 것'을 기대하게 만들고, 그래서 '거대한 프롤로그'라는 생각이 든다. 그 때문인지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혹성탈출> 시리즈를 전편 다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원작인 소설 <혹성탈출>도.
2011. 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