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런어웨이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 출판사를 통해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간서치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엠마>, <모든 것의 이름으로>등 역사적 시대와 함께 그 시대 중심에 있는 여성들을 만나다 보니, 그녀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그러자 이와 같은 소설을 더 읽고 싶어졌는데 때마침 <라스트 런어웨이>를 만나게 되었다. <라스트 런어웨이>는 가장 미국의 어두운 시절 노예가 존재하고 산업화가 물결이 흐르는 180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엠마, 앨마에 이어 <라스트 런어웨이>의 여주인공 아너와 만나게 되었다.

 

신께서 허락하신 가장 순조로운 항해를 그렇게 견딜 수 없었다면 영국으로 되돌아갈 수 없으이라는 사실을 그 순간 깨달았다. 그레이스가 부두에 무릎을 꿇고서 미국에 무사히 당도하게 해주신 신계 감사 기도를 올릴 때, 아너는 영국과 두고 온 삶을 그리워하며 울기 시작했다. 이제 도저히 건널 수 없는 바다가 고향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곳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21)

 

아너 브라이트는 결혼하는 언니 그레이스를 따라 고향 영국을 떠나 미국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아너의 약혼자 새뮤얼은 다른 사람을 사랑해 파혼했고 그 파혼 때문에 퀘이커 교도였던 아너는 종교사회에서 불쌍한 여인네로 보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딜 수 없었다. 그 시선들을 피해 도망치고 싶었던 것이다. 아너의 평소 침착하고 순종적인 성격으로 볼 때 이 무모한 결정은 가족들을 놀라게 했지만 파혼을 생각할 때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배를 타고 고향을 떠나 미국으로 갈 때, 아너는 언제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여겼지만 배 멀미가 심해 항해 내내 난간을 붙잡고 토했다. 그래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 도착하자 갑작스럽게 그레이스가 황열병으로 죽음을 맞고, 이 소식 형부에게 전하기 위해 아너는 홀로 페이스웰로 향한다. 그 길 가운데 잠시 벨 밀즈 모자 상점에서 신세를 지게 된다. 모자상점 여주인인 벨은 노예를 숨겨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러한 지하 연락망을 지하철도라고 불렀다. 벨이 노예를 숨겨주는 반면에 동생인 도너번은 노예사냥꾼이었다. 그는 아너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너는 앉아서 반짇고리를 열고 물건을 꺼냈다. 이 과정만은 적어도 낯익었다. 반짇고리는 할머니 것이었는데, 시력이 약해지자 손녀들 중에서 바느질 솜씨가 제일 좋은 아이에게 물려준 것이었다. 호두나무로 만든 반짇고리 안쪽에는 초록색, 노란색, 하얀색 은방울 꽃 문양으로 만든 안감이 대어져 있었다. 이 문양을 아너는 어렸을 때부터 봐왔다. 눈을 감고도 그 문양을 완벽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53~54)

 

영국에서는 퀼트로 이불을 만들어 시집을 가거나 멀리 떠날 때 그들의 천 조각을 대어 선물하곤 했다. 그녀는 그 이불을 가져왔고 반짇고리와 어머니가 준 여러 개의 천 조각까지도 가져왔다. 그것을 볼 때마다 어느 곳에서 있더라도 가족과 함께 있는 느낌을 가질 수 있어 안심이 되었다. 그렇기에 모자 상점에서 자신이 가져온 반짇고리로 일을 도우면서 그녀는 차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모자 상점에 도착한 형부 애덤은 아너가 같이 온다는 소식을 듣지 못해 의아해 했고 애덤의 형도 병으로 죽었고 형수인 애비게일과 애덤, 아너 이렇게 살게 될 것을 아너에게 알려주었다. 셋의 삶이 시작되자 퀘이커 교도로써 주변에서도 아너도 이러한 관계를 지속시킬 수 없다고 여겼고 자신에게 사랑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잭과 도너번 중 잭을 선택해 결혼한다. 잭은 같은 퀘이커 교도였기에 종교적 마찰이 없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퀘이커 교도는 만민평등을 내세우기에 노예를 도와야 하고 그것이 그들의 종교적 실현이라 생각했는데 잭의 가족들은 그렇지 않았다. 음식을 밖에 두어 도망치는 흑인노예를 돕는 아너의 소극적인 행동에는 뭐라 하지 않았지만 점차 집에도 노예를 들이는 모습에서는 그들은 아너와 뜻이 다름을 강하게 표현했다. 게다가 아너는 처음에는 퀄트보다 시간이 절약되고 실용적이지만 정교함이 덜 한 아플리케를 하는 미국의 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들에게 순종하기 위해 노예문제, 아플리케 등 모든 것을 따르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차차 내면에 노예문제에 있어서는 그들도 한 생명이기에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 집을 떠나기까지 이른다. 노예와 같이 그녀도 뜻이 다른 가족에게서 해방되기를 원했다. 가출한 그녀를 찾아온 남편에게 말한다. 전처럼 살 수 없으며,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이제 그들은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딸 컴포트와 함께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아너는 처음에는 도망치듯 고향을 떠났다. 도망 끝에 언니의 죽음, 미국이라는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 결혼, 시어머니와의 의견충돌 등 더 많은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큰 시련이었던 노예문제에 있어 실제로 퀘이커 교도들은 법을 어기는 것을 염려해 퀘이커 교도 다수는 도망치는 노예들을 돕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반해 아너는 옳은 것을 실현하는 소수의 퀘이커 교도였다. 이러한 옳은 행동은 잭의 가족들과 불화를 낳았다. 이에 아너는 가족을 존중해 그들 뜻에 따랐지만 죽어가는 노예도 모른척한 그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화를 느꼈으며 집을 나왔다. 만삭이 되어 집을 나온 것은 잘못된 행동이지만 의견이 다른 것에 대해 매번 충돌하는 것보다는 잭과 함께 독립을 택한 것에 대해 그녀의 삶이 앞으로 더 기대하게 되었다. 이처럼 그녀는 삶에 순종해 결국, 삶을 개척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녀가 먼저 자신의 뜻만을 내세웠다면 나는 그녀의 독단적인 선택에 답답해하며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인내하며 순종하며 자신을 낮출 줄 알았고,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한 것을 보며, 아너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너처럼 항상 지금에 감사하며,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순종하며 인내하며, 좋은 결론에 이르고 싶다고 말이다.

 

물론 불안하기도 해. 오늘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생각하느라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하지만 언니랑 브리드포트를 떠날 때와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기분이야. 그때는 달아나는 것이었고, 눈을 감은 채 의지할 곳도 없는 것 같았어. 이제는 눈을 크케 뜨고 있고, 잭과 컴포트를 잡고서 앞으로 걸어 나갈 수 있어. 미국인들은 그렇게 살아. 나도 결국 그렇게 되고 있는 것 같아. 도망치는 것과 달려 나가는 것의 차이를 배우고 있으니까.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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