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는 베르사체를 입고 도시에서는 아르마니를 입는다 - 패션 컨설턴트가 30년 동안 들여다본 이탈리아의 속살
장명숙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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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이탈리아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의 저자처럼 오랜 유학생활을 보내지도 그곳에 많은 친구들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끌리는 나라이다. 아마도 이탈리아에 대한 내 사랑은 2006년 유럽여행을 계기로 시작된 것 같다. 그 전에는 막연히 로마의 트레비분수와 오드리 햅번이 생각나는 광장이 있는 나라로만 여겨졌었다. 하지만 내 두발로 두 눈으로 그곳을 직접 보니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길 그런 나라가 되었다. 여행책에서만 보던 신비스러운 물의 도시 베네치아, 아오이와 쥰세이가 떠오르던  피렌체,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 베로나 등등... 이제는 모두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곳들이다. 언젠가는 꼭 다시 한번 가야지 하고 다짐을 하곤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당장 짐을 꾸려 떠나고 싶어졌다.

 

 

 

 

  이탈리아는 패션은 두말할 것도 없고 식문화로도 유명한 나라이다. 스파게티, 피자의 본고장이며 맛좋은 와인도 구경할 수 있다. 또한 수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한 나라로써 괴테, 셰익스피어, 바이런 등은 이탈리아를 여행한 뒤 그 느낌을 토대로 작품을 발표했다고 한다. 음악가인 바그너나 베르너 등도 그러했다. 이처럼 패션의 유행을 선도하고 맛좋은 음식이 풍부하며 아름다운 도시풍경을 지닌 이탈리아는 그야말로 매력만점인 나라이다.

 

 



 

 

  나는 비록 보름간을 이탈리아에서 보냈는데도 이렇게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는데 하물며 저자는 어떨까 싶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이탈리아에 대한 깊은 사랑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오랜 시간동안 그곳에서 패션과 무대연출을 배우며 그곳의 문화를 느끼고 친구들을 사귄 이야기들을 읽자니 적잖이 부러워지기도 했다.

 책에서는 유학시절 이야기 뿐만 아니라 친구들 이야기, 더 넓게는 이탈리아의 문화와 역사에 관해서도 다루고 있다. 게다가 생소한 용어는 마지막 부분에 깔끔하게 정리도 되어 있어 에세이인 동시에 상식서를 읽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책속에서 몇가지 흥미로웠던 이야기들 중 하나는 이탈리아 남자는 모두 바람둥이일까라는 것이었다. 이 대목에선 피식 웃음이 나왔다. 흔히 나라들마다 이미지라는 것이 있다. 중국사람은 시끄럽고 일본사람들은 친절하지만 가식적이고 한국사람들은 성미가 급하다 등등... 이처럼 이탈리아 남자들은 바람둥이다 라는 이미지가 일반적이다. 그래서인지 책이나 영화에서는 대부분의 이탈리아 남자들이 조금은 능글맞고 느끼하고 또 때론 로맨틱한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실제로 내가 여행했을 때 느낀 모습들도 하나같이 다 그러했다. 그럼 이것은 어느정도 사실이라는 이야기일지도...?

 어쨋든 책에도 나왔듯이 이탈리아 남자들은 동양인 여자들을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스개 소리로 동양인 여자가 이탈리아에 가서도 공주대접을 받지 못하면 여자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궁금한 사람들은 직접 실험해 보시길...

 

 

 

 

  또 하나는 아주 놀라웠다. 저자와 같은 클래스에 우수에 차 있는 것 같은 분위기에 항상 혼자 떨어져 앉아 스케치만 하는 남학생이 있었다. 그러나 강의시간과 과제에 대한 교수평가에는 적극적으로 임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사람이 바로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어낸 돌체 앤 가바나의 돌체였다. 돌체 앤 가바나는 시칠리아 출신 남남커플, 도미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가 만든 브랜드이다.

 이처럼 패션계에선 돌체 앤 가바나처럼 남남커플이 흔하다고 한다. 섬세하고 여성적인 작업이 많다보니 자연히 그런 성향을 지닌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탈리아가 더욱 사랑스러워졌다. 열정적이고 뜨거운 가슴을 지닌 약간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닮기도 한 이탈리아 사람들과 괜시리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또한 여행할 당시에는 밀라노를 아쉽게 빠트렸었는데 기회가 되면 꼭 가보고 싶다. 패션의 도시 밀라노답게 사람들의 옷차림도 어떠한지 살펴보고 스칼라 극장, 두오모도 직접 눈에 담아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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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해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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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껏 많은 일본작가들의 작품들을 읽어봤는데 그 중에서도 요시다 슈이치는 내게 편안함보다는 불편함을 안겨주는 쪽에 속해 있었다. 최근에 발표되었던 '악인' 을 통해서도 그랬고 '동경만경' 이란 작품 또한 그랬다. 내가 여자라서 지극히 남성적인 그의 문체를 달가워하지 않는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일지도...

 이번에 그의 최신작이 나왔다. '사랑을 말해줘' 란 제목을 보니 연애소설임에는 틀림없겠다. 달달하면서 잔잔한 사랑이야기에 길들여진 나는 또 한번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를 모험에 나섰다.

 슌페이는 공원에서 한 여자를 만난다. 폐장시간이 다가오는데도 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그녀에게 자연스레 눈길이 갔다. 처음엔 왜 그런가 하고 의문을 가졌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취재를 하는 슌페이에겐 소리가 없는 세상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모든 것이 시끄럽게 돌아가는 지금, 교코의 주위엔 정적만이 가득했다. 그것이 그에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때부터 교코에 관한 관심의 싹이 조금씩 자라나게 된다. 둘은 말로는 통하지 않지만 글로 써서 대화를 해 나간다. 참 아름다워 보였다. 통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이리저리 손을 써가며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말이다. 왠지 그들 주위만 투명한 막으로 둘려싸여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사랑이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 한계점이 있기 마련이다. 슌페이는 글로 나누던 대화들도 지나고 보니 온전히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 있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또한 말을 말로써 표현하는 것과 글로 표현하는 것은 엄연히 다름을... 그녀에게 느끼는 감정들을 정리해 글로 옮겨놓고 보면 처음에 가졌던 생각들이 그대로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처음엔 그저 연애소설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의외로 심오한 문제가 숨겨져 있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

 그래서인지 항상 소리를 접하며 취재를 하는 슌페이와 정적속에 살아가는 교코의 모습이 대비된다. 줄곧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왔다고 생각한 슌페이는 교코에게 함께 살자는 제안을 한다. 하지만 교코는 아직은 무리라고 말한다. 그렇게 그녀는 그 앞에서 자취를 감춰버리고 만다. 슌페이는 그녀에 대해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떠나버린 그녀를 찾기 위해 나서보지만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눈앞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그녀를 향한 깊은 사랑을 느끼게 된다.

 

 

 

 

  이 책에서는 사랑을 말할 수 있으나 그것을 듣지 못하는 청각 장애인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들 사이에는 소통의 부재가 뒤따라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그들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정상적인 언어능력과 청력을 가진 사람들도 소통의 어려움을 느낀다. 상대방에게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또한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들어 그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도 그만큼 어렵다는 것도...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는 다소 무거웠지만 이야기의 분위기는 잔잔한 일상 그 자체이다. 내가 작가에게 가졌던 불편함도 조금은 사라진 것 같기도 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퍼레이드' 를 비롯해 그의 다른 작품들도 하나씩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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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의 네버엔딩 스토리
금나나 외 지음 / 김영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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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버드하면 참 멀게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곳은 철두철미한 완벽주의자들, 밤새 공부에만 매달리는 샌님들로 가득할 것만 같다. 우리나라의 최고의 미인에게 주어지는 영예인 미스코리아 진을 당당히 거머쥔 금나나는 그런 하버드에서 4년을 버텨냈다. 보냈다는 말보다 버텨냈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는 건 아마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해가 될 것이다. 공부 스트레스로 한국에서의 날씬했던 모습은 어느새 살이 붙어 여유롭게 변해있었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더 아름다워보였다. 그만큼 그녀가 자신의 일에 열중했다는 증거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여유라 말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초콜릿을 먹어댔고 점점 폭식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정말 하버드에서의 생활을 보자니 그녀의 그 폭식증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엄청난 과제들, 그녀를 항상 압박감으로 짓눌러대는 페이퍼, 그리고 가장 큰 문제였던 영어라는 큰 벽... 듣기만 해도 이내 버거워진다.

 

 

 

 

  그녀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정말 노력이란 게 무엇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미국이란 나라에서 그것도 명문 하버드에서의 생생한 체험담은 내 나태한 정신을 일깨우게 해줬다. 페이퍼 쓰는 것이 고역이라 언제나 조교와 교수님을 찾아가 성가실 정도로 질문했던 것, 대학의 낭만은 뒤로한채 오로지 성적에만 매달려야만 했던 것, 학업스트레스로 인해 초콜릿을 입에 달고 살다보니 점점 몸이 불어나게 된 것... 하버드대 학생이란 멋진 타이틀 뒤에는 이런 남모를 고통들이 뒤따라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목표와 또 그것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나가는 모습이 참 멋있어 보였다. 국제학생은 미국의대에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집념은 더욱 그러했다.

 

 

 

 

  이 책이 흔한 자기계발서들처럼 '이 사람은 이렇게 해서 성공했다' 는 얘기만 있었더라면 별다른 감동을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그녀의 좌절과 실패에 관한 이야기들도 나와 있다. 미국의대에 도전하기 위해 프리메드의 길로 들어서지만 그 길은 결코 쉽지가 않았다. 자신의 난적인 영어와 싸워야 했고 국제학생이란 타이틀도 장애라면 장애였다. 그래도 포기하긴 싫어 끝까지 노력했지만 결국은 패배를 맛보아야만 했다. 그러면서 많이 방황하고 좋았던 성적은 바닥을 기게 되고 우울증까지 오게 되었다. 그런 실패를 겪은 그녀이지만 그렇다고 거기서 주저앉지는 않는다. 그 실패를 딛고 일어서서 긍정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그녀를 응원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원대한 꿈이었던 의사라는 길은 아직 잠정 보류해둔 상태이지만, 사람 인생은 어찌될 줄 모르는 것 아닌가. 하버드에서 격렬히 4년을 버텨낸 모습을 보니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꼭 자신의 꿈을 이룰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녀의 그 열정과 노력이 한없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내 인생에서 그토록 열정적으로 매달렸던 일이 있나 하고 자문해본다. 부끄럽게도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저 막연한 기대감으로 꿈을 바라보기만 하며 살았던 것 같다. 왠지 새해를 맞자마자 이 책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표와 계획을 확고하게 세워 나도 무엇인가에 매달려 열심히 노력해보고 싶어졌으니 말이다.

 

 

 

  책에서 또 한가지 돋보였던 점은 그녀의 경험을 통해 미국과 한국의 교육제도 비교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 하버드의 엄청난 교육시스템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되었다. 교수 1인당 맡게 되는 학생의 수가 한국보다 현저히 적으며 학업을 잘 이끌어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많은 프로그램들, 심지어 정신건강을 위한 카운슬러까지 존재한다는 것이 놀랍기까지 했다.

 

 

 

   그녀는 이제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다가서고 있다. 비록 의대는 아니지만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영양학을 공부할 것이라고 한다. 하버드에서 4년을 꼬박 고생한 것처럼 그곳에서도 똑같은 시간을 반복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그때마다 부석사의 큰스님께서 해주신 말을 떠올릴 것이다. "난행을 능히 행하는 자만이 힘을 얻을 수 있다"  이 말은 단지 나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번도 치열하게 살지 못한 나에게, 혹은 지치고 힘들어하는 당신에게 필요한 말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녀가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를 마치 열흘과 같이 살았듯이 나도 한번 그렇게 살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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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사진관
김정현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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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에 읽었던 '아버지' 라는 책은 참으로 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었다. 읽고 나서 어찌나 울었던지 눈이 퉁퉁 부었던 기억도 난다. 아버지라는 존재를 과연 글로, 혹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있을까. 내겐 그토록 어려운 것이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그에 관한 영화나 책을 접할때면 반가움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또 한없이 눈물만 쏟을까봐, 힘든 시간들이 어느새 기억날까봐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고향사진관이라는 다소 촌스러운 듯한 제목과 표지 또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디지털 사진이 보급화된 요즘과는 달리 예전에는 사진 한번 찍는 것에 온갖 정성과 시간을 들였었다. 지금은 액정화면으로 들여다보며 수정할 수 있어 편하지만 그때는 사진사 아저씨 손에 의해서만 결정되기에 더욱 그랬다. 물론 지금보다는 많이 불편하긴 했지만 왠지 그때는 따뜻한 정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왠지 책속의 사진관이 나와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전작 '아버지'로 그야말로 열풍을 일으켰던 저자는 다시한번 아버지 이야기로 우리에게 찾아왔다. 이번엔 그의 친구인 '서용준' 이라는 인물의 실제 얘기라고 하니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병석에 계신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모든걸 포기하는 남자, 용준. 그는 변변한 직장에 다녀본 적도 없고 나이먹도록 사랑한번 제대로 해본적이 없는 사람이다. 오로지 그에겐 가정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과 아버지를 극진히 보살펴드려야 한다는 책임감만으로 똘똘 뭉쳐있다. 자식으로서 그것이 당연한 일인데도 젊은 나이에 그 젊음을 누리지 못하는 아들의 모습이 한없이 안쓰럽기만 하다. 희순과의 결혼도 사랑이라는 감정은 배제된 채 이루어진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요즘 여자답지 않은 희순 역시 용준의 가족에게 지극정성이다.

 이런 착한 사람들에게 하늘은 복을 내려도 마땅찮을텐데 용준에게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일이 닥치고 만다. 사실 이 이야기를 소설로 놓고 봤다면 진부한 설정에 뻔한 결말이라고 불평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건 저자의 친구 이야기를 쓴 것인만큼 불행한 결말에 소리없이 눈물만 흐를 뿐이다. 왜 하필 그여야만 했나. 사는 동안 가정과 병석의 아버지에게 누구보다 충실했던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모든걸 포기하고 체념하고 마지막엔 담담하게 끝냈던 그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한번도 열정적으로 인생을 살아보지 못한 아쉬움이 크게 남지 않을까.

 

 

 

 

  이 책을 읽는데 문득 티비프로그램 하나가 생각이 났다. 부모와 자식간에 일어나는 숱한 폭행들, 심지어는 칼부림까지 행해지는 사건들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보면서 그들의 폭력성에 치를 떨었던 적도 있고 안타까운 사연에 눈물 흘렸던 적도 많이 있었다. 물론 그것들은 특별한 경우이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아날로그식 사진관을 고수하며 진정한 효를 실천하는 용준의 모습이 더욱 빛을 발한다.

 이처럼 이 책은 나에게 따뜻함을 안겨주었다. 또한 가족이라는 의미와 그속에 아버지라는 존재에 관해서 깊은 생각을 갖게 해주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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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터 -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선물
글렌 벡 지음, 김지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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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적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괜시리 마음이 설레곤 했다. 자고 일어나면 내 머리맡에 산타가 다녀간 듯한 흔적이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갖고 싶었던 바비인형, 소꿉장난 세트 등등이 놓여 있어 어떻게 내 맘을 그리도 꿰뚫어본건지 신기하기만 했다. 그렇게 부모님께서 산타의 역할을 너무도 충실히 해주셔서인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난 후에도 쭉 산타의 존재를 믿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한없이 웃음만 나온다.

 

 

 

  에디도 어릴적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손꼽아 기다리는 크리스마스날 기대하던 허피자전거가 '짠'하고 눈앞에 나타나주기를 고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낡은 스웨터 한장만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엄마가 손수 정성스레 짜주신 그 선물이 에디는 싫기만 했다. 그보다는 허피자전거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다. 그 자전거만이 자신에겐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던 것이다.

 

 

 

  에디는 참 많은 것을 가진 아이로 보인다. 자상한 어머니와 인자하신 할머니, 친구같은 할아버지, 함께 뛰어놀수 있는 친구 테일러 등등...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이들이 있다. 단지 에디 자신만 모를뿐이다. 곁에 있을때는 그 사람의 소중함을 모른다고 했다. 에디의 눈엔 자신이 가지고 싶은 물건들과 환경들때문에 아무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낡은 스웨터보단 허피자전거가, 낡고 허물어가는 할아버지의 집보다는 모든걸 다 갖추고 있는 테일러네 집이 부럽기만 했다. 물론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은 에디가 딱하긴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 과거에 이끌려 살 수만은 없는 것 아닌가. 냉정하고 아픈 말이긴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현실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에디는 결국 모든 것을 부정하기로 한다. 신을, 가족을, 친구를, 또한 러셀 할아버지를... 사실그는 자신에게 화가 났는데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모든걸 부정하고 세상을 등지려 했던 것이다. 나 역시 에디와 같은 일을 겪고 세상을 원망했던 적이 있어서인지 그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러셀 할아버지가 에디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며 남겨준 말들이 내게도 많은 영향을 끼치게 했다.

 

 



 

  하지만 책의 홍보문구에 나왔던 '미국에서 숱한 화제를 낳으며 전 세계를 사로잡은 감동대작' 이라고 할 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특히나 마지막의 허무한 이야기 설정은 더욱 할말없게 만들었다. 에디를 통해 인생에서 지금 자신이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또 곁에 있는 사람들을 나로인해 힘들게 한 적은 없는지.. 그런 점들을 충분히 생각하게끔은 했다. 하지만 딱 그정도였다. 별다른 감동도 감흥도 없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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