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낭독 훈련 실천 다이어리

영어 낭독 훈련 실천 다이어리 - 전3권 (책 + MP3 CD 1장) - 하루 20분 ㅣ 영어 낭독 훈련 실천 다이어리
박광희. 캐나다 교사 영낭훈 연구팀 지음 / 사람in / 2010년 5월

   영어를 손 놓은지 어언 몇 년이다. 발음에 대한 감각도 철자에 대한 감각도 잊은지 오래다. 중, 고등학생들이 쉽게 아는 단어들조차도 고개를 갸웃거리기 일쑤다. 그런 나는 문득 위기감이 느껴졌다. 이래도 되는 걸까. 어린 학생들이 영어를 공부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마 이대로 가다가 몇십년후면 우리나라도 영어를 아주 유창하게 쓸 수 있는 나라가 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속에 나는 언제나 정체된 모습일 것이다. 누군가가 물어오는 간단한 질문조차도 웃으며 답할 수가 없고 문장하나를 독해하는 데도 버거워 할 것이다. 학창시절엔 참 영어를 좋아했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 아마 다른 언어를 배우다 보니 자연스레 영어와는 멀어진게 된 것같다. 한가지 언어도 벅찬데 두가지를 동시에 공부한다는 것은 어려웠으니 말이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나니 어릴때 조금이라도 더 영어에 매달릴 걸 하는 후회만 남는다. 머리가 커지고 어느덧 공부라는 것과는 멀어진 지금, 다시 공부를 하려고 펜을 드니 조금 힘든건 사실이다.
 학창시절 영어선생님이 한 말이 생각난다. 영어는 무조건 큰 소리로 말하고 자신감있게 하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언어가 아닌 다음에야 못하는 것은 당연한데도 왠지 쭈뼛거리게 되는데 왠지 모를 나의 자격지심인 것 같기도 하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영어강사들의 공부법을 들어보면 얼굴에 철판을 깔고 무턱대고 길거리에서 외국인에게 들이대고 말했다는 것이다. 할일도 없이 이태원에 나가 외국인들을 구경하며 그들과 친구가 되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한 영어강사의 얘기에 참 대단하단 생각을 했었다. 난 과연 언어를 배우기 위해 그런 무모함마저 무릎쓸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그런 모든 생각들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던 건 이 책을 읽고 나서이다. 영어에 조금이나마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책이라고 할까. 잊었던 문법도 다시금 생각나게 되었고 발음들도 철자들도 하나씩 내 머리속에서 꿈틀대는 것 같았다. 잠자고 있는 의식들이 하나둘 깨어나는 느낌이라면 조금 우스울까. 어쨋든 난 이 책을 시작으로 영어를 다시 공부하게 되었다. 용기를 가지고 늦은 나이에 다시 회화학원을 끊어 어린 학생들과 공부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입떼는 것 조차 어려웠지만 차츰 하다보니 감을 느껴가는 것 같다.
 이 책에선 그야말로 낭독하며 배우는 공부법을 제시하고 있다. 첫번째는 오디오를 여러번 들으면서, 두번째는 텍스트와 오디오를 함께 병행해서 하고, 세번째는 오디오만 들으면서, 네번째는 텍스트만 보는 것이다. 각각의 단계로 나눠져 있어 나름 반복효과도 있고 지루하지 않게 공부할 수 있는 것 같다. 또한 이런 반복효과의 장점은 무엇보다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영어는 물론이고 모든 언어는 무조건 큰 소리로 말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최고이다. 이 책도 그런 식으로 공부하는 것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확실한 공부법인 듯 하다. 꾸준히 매일 몇분씩 정해서 한다면 어느덧 나도 영어천재란 소리를 듣게 될 지도?? 하지만 언어에는 무조건 반복과 꾸준한 연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중간에 멈추거나 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책도 분책으로 되어 있어 가지고 다니기도 편하고 구성도 매우 좋다. 마지막 편은 동화가 실려있는데 지루한 공부 틈틈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첨부된 mp3로 이동하면서 편하게 들을수 있어 언제 어디서나 공부가 가능할 것 같다. 중요한 건 개인의 노력여하에만 달려있다는 것!!
무엇보다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건 말하기에 중점을 뒀다는 것이다. 난 문법은 아는데...난 독해는 할 수 있는데...역시 말하기가 어렵다 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책이 아닐까 싶다.  
  시작하기가 어렵지 한번 손에 잡으면 쉽게 빠져버리는 내 성격이 이 책을 통해 영어배우는 데도 기꺼이 한몫했음 하는 바램이다. 또한 내년쯤에 뉴욕으로 여행을 계획중인데 그때까지 부디 영어를 조금이나마 향상시킬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찌꺼기

찌꺼기
톰 매카시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갑자기 나에게 거액이 주어진다면?? 한번쯤 이런 상상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로또에 당첨되어 생각지도 못한 액수를 가지게 된다면 과연 내 삶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상상만 해봐도 행복해지는 순간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우연한 사고로 850만 파운드라는 거액의 보상금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 사고가 도대체 어떤 일인지는 잘 모른다. 단지 아는 것은 주인공이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을 잃었고 그로 인해 거액을 손에 쥐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머릿속에 잠재되어 있는 기억의 파편들을 모아 하나하나 재연을 해 나간다. 걷잡을 수 없는 그의 행동들은 결국 극으로 치닫게 되는데...
 처음부터 모르는 것 투성이다. 확실히 주인공의 존재도 밝혀지지 않고 핵심이 되는 사건도 무엇인지 모르겠고 그가 하는 행동의 당위성도 잘 모르겠다. 그렇게 이 책은 조금 어렵게 내게 다가왔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의문점은 계속 되었다. 주인공은 왜 밝혀지지 않았으며 사건이란 무엇이며 모든것이 물음표 투성이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가짜라고 생각하고 부정하는 탓에 일부러 주인공의 이름마저 설정해 놓지 않은 것인지... 그는 흔히 우리가 하는 상상과는 다른 행동을 한다. 예를 들어 거금이 생기면 나는 우선 좋은 집을 살테고 가보고 싶었던 곳을 여행도 하고 부모님께 얼마씩 드리고 등등...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일반인이 가지는 상상의 범주를 넘나는다. 오로지 자신의 어렴풋한 기억에 따라 모든 것을 재연하기 일쑤다. 심지어는 살인과 강도까지 서슴치 않게 되니 당췌 주인공의 마음을 헤아리기가 어려웠다. 이런 것이 흔히들 말하는 블랙유머일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솔직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주인공의 행동에 어느정도는 공감이 가야 할텐데 그러기가 어려웠으니 말이다.

 

 

 

 

  주인공이 그렇게 모든 행동을 재연해나가는 이유는 바로 진짜를 찾기 위함이다. 그런데 도대체 그 '진짜' 란 무엇일까. 책소개에 이 책이 짐캐리의 '트루먼쇼' 를 떠올리게 한다고 되어 있었다. 아주 예전에 봐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짐캐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사실은 전 세계에 방영되고 있는 티비쇼에 불과했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자신의 모든 것은 가짜고 아류라고 생각하는 이 책 속의 주인공의 행동, 그래서 오로지 진짜만을 원하는 삶은 어느정도 트루먼쇼와 닮은 듯도 했다. 하지만 그 정도밖에는 모르겠다. 이 책의 내용이 정확이 어떤 걸 말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현대사회의 병페를 잘 꼬집은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돈이면 다 통하는 세상, 권력에 의해 울고 웃는 사람들,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는 가짜는 진짜를 찾으려 계속 노력해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현상... 내용을 다 이해하기엔 어려운 책이었지만 어느정도 우리 사회를 비판한 점도 있다고 생각하니 씁쓸해진다. 밝혀지지 않은 주인공의 모습은 바로 내 모습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원작소설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4월

  사실 이 책을 읽기가 겁이 났다. 부모님에 관한 책을 읽으면 항상 마음이 아파 힘이 들기 때문이다. 많이 울게 분명한데 공공장소에서 읽기도 그렇고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짬내서 읽기도 그렇고... 이래저래 고민이 가는 책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희경 작가의 글은 선뜻 뿌리칠 수 없을 만큼의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드라마로 방영될 당시 가끔 티비로 채널을 돌릴때 나오던 걸 잠깐 잠깐 본 기억은 있다. 언뜻 봐도 가슴아픈 내용이라 생각되었기에 그냥 지나쳤더랬다.
 책 서문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녀에게 바치는 글이라는 노희경 작가의 말만으로도 눈물이 나오게한다. 이 글을 쓰면서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추억했을 그 마음이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하다.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잃어본 사람들이라면 그 아픔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기에 더욱 더 이 책이 더 큰 아픔으로 다가왔다.

 책의 내용은 어찌보면 뻔하다. 가부장적인 아버지, 자신들밖에 모르는 자식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그 모두를 껴안는 건 바로 어머니다. 평생을 가족에게 헌신하며 살아오신 어머니. 그런 어머니가 암에 걸렸다. 그녀의 사랑을 뒤늦게 깨달은 가족들. 그녀에게 진 빚을 어떻게 다 갚을 수가 있을까. 단순히 보면 이런 내용이지만 그 속엔 절절한 아픔들이 숨어 있다. 또한 원래 드라마로 만들어졌던 이야기라 그런지 모든 내용들이 영상으로 먼저 다가온다.

 

 

 

 

 

  얼마나 울었는지도 모를정도로 눈이 퉁퉁 부었다. 공공장소에서 읽었더라면 큰일날뻔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책을 읽는 도중에 티비에서 이 작품이 연극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짤막한 소개와 함께 연극영상을 보여주는데 그것마저 어찌나 슬픈지 또 엉엉 울게 되었다.

 이런 책들을 읽으면 항상 엄마께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동시에 내게는 결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음 하는 바램도 든다. 하지만 모든 일이 작심삼일로 끝나는 것처럼 이내 또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하곤 한다. 그래놓고 다시 후회를 하는 일의 반복이다. 모든 세상의 엄마와 딸이 그렇지 않을까 하고 괜히 합리화시켜보기도 한다. 아무리 자식이 죽을 죄를 지어도 그걸 감싸안아 줄 사람은 엄마밖에 없을정도로 맹목적인 사랑을 보여주는데...  이 책을 읽고 난 뒤 지금껏 살아온 우리 엄마의 인생이 한없이 쓸쓸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불효를 해서 엄마한테 죄송해서 어쩌나 하는 생각에 많이도 울었다.

  평소에 엄마가 같이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는 얘기에 시간상, 또 개인적인 일 때문에 못한다고 딱잘라 말했던 일이 생각난다. 그래놓고 ' 그럼 어쩔 수 없지 ' 하며 돌아서던 엄마의 뒷모습도 생각난다. 참 못된 딸이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불효를 다 갚을려면 어느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걸까. 아마 평생을 갚아도 모자라겠지...

 노희경 작가가 만약 지금 엄마가 살아계시다면 거친 손부터 잡아드려야겠다는 말을 했는데 나도 우선 그것부터 실천해봐야겠다. 또 같이 여행도 가고 맛있는 음식도 직접 해드리고.... 하나하나 손에 꼽자니 그동안 못해드린게 너무 많아서 앞으로 할 일이 너무 많을 것 같다. 그때까지 제발 건강하시길...

 

 

 

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

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 ㅣ In the Blue 2
백승선 / 쉼 / 2010년 1월

  내 기억 속에 벨기에의 브뤼헤는 동화속에나 나올법한 그런 곳이었다. 여행하는 내내 정말 어떻게 이런 도시가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줄곧 들었었다. 여행을 하고 몇년이 지난 지금, 그곳이 참 많이 그리웠는데 이렇게 책으로 만나게 되다니... 벨기에에 관한 책을 시중에서 만나보긴 처음인 것 같다. 유럽여행자들에겐 그저 다른 나라를 거쳐가기 위해 들리는 곳인데 이렇게 한권의 책으로 나올만큼 벨기에에 그렇게 볼 곳이 많을까. 처음 내 생각은 그랬다. 똑같은 맘으로 벨기에에 들렸었고 남들 다 가보는 브뤼셀보다는 그보다 몇배로 더 아름답다는 브뤼헤를 들렸었다. 그런데 별로 기대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일까. 그곳의 아름다움이 거의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생각보다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브뤼셀도 가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정해진 시간때문에 발길을 돌렸어야 했다. 그런데 책에 나온 브뤼셀의 유명 와플집을 보니 그때 안간게 두고두고 후회가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와플을 본고장에서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쳐버렸으니 말이다.   
 

 

 

 

 

  이 책에는 벨기에의 모든 것이 나와 있다. 브뤼셀을 비롯해 브뤼헤, 겐트, 안트베르펜의 모습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이다.  벨기에는 브뤼셀 와플로도 유명하지만 플란다스의 개, 스머프, 어린왕자로도 알려진 곳이라고 한다. 어릴적 내가 즐겨보던 만화영화의 배경도시라고 하니 왠지 벨기에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동화 속 마을같은 그런 곳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내가 동화나 만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질 것만 같다.

 

 

 

 

 

  브뤼셀은 벨기에에서 가장 현대적인 도시이다. 아마도 그래서 내 여행지에서 과감하게 뺐던 기억이 난다. 현대적인 모습은 서울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곳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의 손길을 건네는 곳이기도 하다. 바로 그 유명한 벨기에 와플! 벨기에까지 가서 와플한번 안 먹는다면 섭섭하다고 하는데 난 거기까지 가서 뭘 한건가 싶기도 하다.

 브뤼헤는 이름만 들어도 사랑에 빠질 것 같은 '사랑의 호수' 가 있다. 그 전 여행지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찾은 기대치 않은 브뤼헤라는 곳에서 만난 사랑의 호수는 내 안식처가 되었었다. 설렁설렁 하염없이 그 주변을 걷기만 해도 마음이 안정되었었다. 책에 소개된 '킬러들의 도시' 라는 영화의 배경장소가 된 곳이기도 하다는데 기회가 되면 꼭 보고 싶다. 제목을 보자니 왠지 브뤼헤랑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느낌도 드는데 그러니까 더욱더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된다. 또 안트베르펜은 플란다스의 개의 배경이 된 곳이고, 꽃의 도시 겐트는 꽃박람회로 유명하다. 이렇듯 면적은 넓지 않지만 벨기에라는 나라에는 특색있는 도시들이 있다. 이 책을 읽고 벨기에에 빠져들었다면 아무 의심없이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내가 보장컨대 후회는 하지 않을 곳이다.

 시장기가 도는 오후가 되니 벨기에의 와플이 먹고 싶어진다. 따뜻한 커피한잔에 와플하나 먹으면서 이 책을 읽으면 금방 벨기에로 날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인 '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 란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도 없겠다. 보자마자 딱 이건 벨기에다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전에 읽었던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 도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역시나 이 책도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아마 이 다음에도 다른 나라를 겨냥해 시리즈물로 계속 나올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이왕이면 다음에는 이탈리아로 나왔으면 하는데 과연 어떨지... 
 

제주 올레

제주 올레 - 느리게 행복하게 걷고 싶은 길
이해선 지음 / 터치아트 / 2009년 12월

  마냥 걷고 싶을 때가 있다. 일에 지쳐 힘들때 또는 일상이 지겨워 도피하고 싶을 때 쭉 뻗은 길을 그냥 홀로 걸어보고 싶어진다. 칠레의 유명한 산티아고로 떠나볼까 아니면 무작정 어디라도 나서볼까. 그래, 이젠 우리나라 제주에도 좋은 길이 생겼으니 그리 가보는거다. 제주 올레길. 여기서 '올레' 란 집앞의 좁은 골목이라는 뜻이다. 요즘 많은 이들이 배낭여행 장소로 선택하는 곳이다. 책에 펼쳐져 있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사진을 보고 있으니 나 역시 배낭 하나 메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걷는 것이라면 무척이나 싫어하는 나지만 책을 읽으니 그런 귀찮음은 벌써 사라져버렸다. 그곳에서는 올레길을 걷는 것 자체가 기쁨이고 행복이 될 것만 같다.
 

 

 

 

 

  이 책은 1년간 제주올레를 걸으며 겪은 일들과 생각을 풀어놓았다. 글쓴이가 사진작가여서 그런지 책 곳곳에 찍힌 제주도의 사진이 정말 그럴듯했다. 그저 어디어디를 다녀왔다는 기행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자연과 사람, 또 사색 그 모든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이제껏그저 올레길이라는 말밖에 모르고 있었는데 책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좋았다. 저지오름에서 한림항까지 14코스나 있고 각각의 길을 걸을 때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들을 따로 정리해놓아 그야말로 실용적이다. 또한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설이 숱하게 많다는 것도 놀라웠다. 설문대할망을 시작으로 한 생소한 이름의 이야기들은 그 자체가 제주도의 역사가 되었다.

 그 외에도 제주도하면 대표적인 것이 방언인데 그 내용이 재미있었다. 우리는 삼촌이라는 말을 남자에게 쓰는데 그곳에서는 할머니나 연세가 지긋한 분에게 쓴다고 한다. 남자에게 쓰는 말을 제주에선 여자에게 쓴다고 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올레길을 걸으며 만난 해녀들, 할머니, 할아버지는 부모님을 생각나게 했다고 한다. 또 도시에서는 절대 생각지못한 사람과 사람사이에 순수한 정을 길을 걸으며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여행지에서의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 지 잘 알기에 괜시리 내 마음이 짠해졌다. 이런 따뜻한 글들과 멋진 풍경을 담아낸 사진들은 보면 볼수록 나를 그곳으로 이끌게 했다. 나도 오랜시간동안 한길을 걸어보고 싶다. 그 길이 제주올레라면 더없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개인적인 바램이라면 이 길이 산티아고의 순례길처럼 많이 알려졌음 좋겠다. 우리나라에도 더없이 멋지고 아름다운 길이 있다는 것을 되도록이면 많은 이들이 함께 했으면 한다.

 오랜만에 읽은 여행서라 그런지 한참을 아껴아껴 읽었다. 사진과 짧은 글들이 더욱 그렇게 만든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작가와 함께 걷는 것처럼 느리게 한장 한장 읽어나갔다. 여유가 생긴다면 주저없이 올레길을 걸어봐야겠다. 여행은 꽤 해봤지만 완전한 도보여행은 해보질 못했다. 그래서인지 남들의 도보여행기를 읽으면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그 체력과 용기가 부럽단 생각이 들었었다. 재충전 여행으로 제격일 올레길 도보여행. 언젠가는 하고 막연하게 꿈꿀 것만이 아니라 기필코 가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