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사진관
김정현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오래전에 읽었던 '아버지' 라는 책은 참으로 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었다. 읽고 나서 어찌나 울었던지 눈이 퉁퉁 부었던 기억도 난다. 아버지라는 존재를 과연 글로, 혹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있을까. 내겐 그토록 어려운 것이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그에 관한 영화나 책을 접할때면 반가움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또 한없이 눈물만 쏟을까봐, 힘든 시간들이 어느새 기억날까봐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고향사진관이라는 다소 촌스러운 듯한 제목과 표지 또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디지털 사진이 보급화된 요즘과는 달리 예전에는 사진 한번 찍는 것에 온갖 정성과 시간을 들였었다. 지금은 액정화면으로 들여다보며 수정할 수 있어 편하지만 그때는 사진사 아저씨 손에 의해서만 결정되기에 더욱 그랬다. 물론 지금보다는 많이 불편하긴 했지만 왠지 그때는 따뜻한 정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왠지 책속의 사진관이 나와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전작 '아버지'로 그야말로 열풍을 일으켰던 저자는 다시한번 아버지 이야기로 우리에게 찾아왔다. 이번엔 그의 친구인 '서용준' 이라는 인물의 실제 얘기라고 하니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병석에 계신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모든걸 포기하는 남자, 용준. 그는 변변한 직장에 다녀본 적도 없고 나이먹도록 사랑한번 제대로 해본적이 없는 사람이다. 오로지 그에겐 가정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과 아버지를 극진히 보살펴드려야 한다는 책임감만으로 똘똘 뭉쳐있다. 자식으로서 그것이 당연한 일인데도 젊은 나이에 그 젊음을 누리지 못하는 아들의 모습이 한없이 안쓰럽기만 하다. 희순과의 결혼도 사랑이라는 감정은 배제된 채 이루어진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요즘 여자답지 않은 희순 역시 용준의 가족에게 지극정성이다.

 이런 착한 사람들에게 하늘은 복을 내려도 마땅찮을텐데 용준에게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일이 닥치고 만다. 사실 이 이야기를 소설로 놓고 봤다면 진부한 설정에 뻔한 결말이라고 불평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건 저자의 친구 이야기를 쓴 것인만큼 불행한 결말에 소리없이 눈물만 흐를 뿐이다. 왜 하필 그여야만 했나. 사는 동안 가정과 병석의 아버지에게 누구보다 충실했던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모든걸 포기하고 체념하고 마지막엔 담담하게 끝냈던 그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한번도 열정적으로 인생을 살아보지 못한 아쉬움이 크게 남지 않을까.

 

 

 

 

  이 책을 읽는데 문득 티비프로그램 하나가 생각이 났다. 부모와 자식간에 일어나는 숱한 폭행들, 심지어는 칼부림까지 행해지는 사건들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보면서 그들의 폭력성에 치를 떨었던 적도 있고 안타까운 사연에 눈물 흘렸던 적도 많이 있었다. 물론 그것들은 특별한 경우이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아날로그식 사진관을 고수하며 진정한 효를 실천하는 용준의 모습이 더욱 빛을 발한다.

 이처럼 이 책은 나에게 따뜻함을 안겨주었다. 또한 가족이라는 의미와 그속에 아버지라는 존재에 관해서 깊은 생각을 갖게 해주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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