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이미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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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고 있을 때도 날파리처럼 아른거리던 흑점들은 눈을 감으니 더 선명해진다. 나이가 들면서 흑점의개수도 늘고 있다. 눈을 감고 있어도 주위가 차츰 훤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흑점의 배경이 검붉은 빛에서 노을빛으로, 그리고복숭앗빛으로 점차 옅어진다.
외출복을 입은 채 이부자리도 없이 누워 있다. 두 시간 전 일어나 집에서 십 분 거리에 있는 성당에 다녀왔다. 미사를 빼놓지 않고, 기도를 오래 드리는 내가 다들 신심이 깊다고 생각하겠지만엘리사벳 수녀의 끈질긴 권유에도 세례는 받지 않았다. 깨어 있어도 눈을 감을 수 있는 곳이어서 성당을 좋아한다. 이렇게 눈꺼풀 안쪽을 들여다보다 설핏 잠이 들기도 한다. 낱말공부를 하다가도 앉은 채 눈을 감고 있으면 진이 나를 흔들어 깨우곤 한다. 눈꺼풀 안쪽의 색은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을까 궁금하지만 물어본적은 없다. 아버지, 순덕이와 정순이, 남편들, 그리고 진에게도.
동이 완전히 트자 흑점은 더 선명해진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점에서 시작되어 길게 늘어진 검은 실처럼 움직인다. 마치붉게 물든 하늘을 향해 걸어가는 누군가의 그림자 같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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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나 돌에 글자를 새길 때도 그만큼 정성을 쏟았을 테지요. 나무의일생과 바위의 풍모를 망치지 않으려면, 여러 사람이, 여러 날의밤을 새우며 글자를 쓰는 데 매달려야 했을 겁니다.
펜이라는 말은 깃털을 뜻하는 라틴어 펜나penna에서 왔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산책길에 펜을 주운 것입니다. 이 펜은누군가의 몸이었습니다. 손 크기만한 길이로 보아선 날개깃이나꽁지깃이었을 테죠. 이 펜은 바람에 수없이 흔들리며 하늘을 날고 비가 오는 날엔 빗방울을 튕겨냈을겁니다. 경쟁자 앞에선 과시용으로 한껏 부풀려졌겠지요. 추운 날엔 우리가 주머니에 손을넣듯 새는 깃털 속에 부리를 넣으며 몸을 움츠렸을 겁니다. 펜이란 말이 깃털에서 왔다면, 우리의 펜은 날개에서 온 것입니다. 날개의 일부, 바람과 맞닿은 살이었습니다. 그러니 누구나 글을 쓰는 동안엔 날고 있다고 생각해도 될까요. 하늘을 날듯 문장을 쓸수 있을까요.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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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밥일지 - 청년공, 펜을 들다
천현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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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울림을 내심 기대한 듯 싶다. 여러 방면에서 예상보다 훨 단조롭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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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
강지희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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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산문일 줄은 알았으나, 워낙 좋아하는 주제다 보니 기대가 컷던 듯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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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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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뜻할까. 노래는 거기 그대로 있는데 삶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없다. 사랑은 식고 재능은 사라지고 희망은 흩어진다. 삶의 그런균열들 사이로 음악이 흐를 때, 변함없는 음악은 변함 많은 인생을 더욱 아프게 한다. 이 세상을 흐르는 음악이 흐르면서, 인생을 관찰하는 이야기. 그러니까, 인물들이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인물들의 얘기를 듣는 이야기. 말하자면 이 책은 음악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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