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나 돌에 글자를 새길 때도 그만큼 정성을 쏟았을 테지요. 나무의일생과 바위의 풍모를 망치지 않으려면, 여러 사람이, 여러 날의밤을 새우며 글자를 쓰는 데 매달려야 했을 겁니다.
펜이라는 말은 깃털을 뜻하는 라틴어 펜나penna에서 왔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산책길에 펜을 주운 것입니다. 이 펜은누군가의 몸이었습니다. 손 크기만한 길이로 보아선 날개깃이나꽁지깃이었을 테죠. 이 펜은 바람에 수없이 흔들리며 하늘을 날고 비가 오는 날엔 빗방울을 튕겨냈을겁니다. 경쟁자 앞에선 과시용으로 한껏 부풀려졌겠지요. 추운 날엔 우리가 주머니에 손을넣듯 새는 깃털 속에 부리를 넣으며 몸을 움츠렸을 겁니다. 펜이란 말이 깃털에서 왔다면, 우리의 펜은 날개에서 온 것입니다. 날개의 일부, 바람과 맞닿은 살이었습니다. 그러니 누구나 글을 쓰는 동안엔 날고 있다고 생각해도 될까요. 하늘을 날듯 문장을 쓸수 있을까요.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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