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나 돌에 글자를 새길 때도 그만큼 정성을 쏟았을 테지요. 나무의일생과 바위의 풍모를 망치지 않으려면, 여러 사람이, 여러 날의밤을 새우며 글자를 쓰는 데 매달려야 했을 겁니다.
펜이라는 말은 깃털을 뜻하는 라틴어 펜나penna에서 왔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산책길에 펜을 주운 것입니다. 이 펜은누군가의 몸이었습니다. 손 크기만한 길이로 보아선 날개깃이나꽁지깃이었을 테죠. 이 펜은 바람에 수없이 흔들리며 하늘을 날고 비가 오는 날엔 빗방울을 튕겨냈을겁니다. 경쟁자 앞에선 과시용으로 한껏 부풀려졌겠지요. 추운 날엔 우리가 주머니에 손을넣듯 새는 깃털 속에 부리를 넣으며 몸을 움츠렸을 겁니다. 펜이란 말이 깃털에서 왔다면, 우리의 펜은 날개에서 온 것입니다. 날개의 일부, 바람과 맞닿은 살이었습니다. 그러니 누구나 글을 쓰는 동안엔 날고 있다고 생각해도 될까요. 하늘을 날듯 문장을 쓸수 있을까요.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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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밥일지 - 청년공, 펜을 들다
천현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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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울림을 내심 기대한 듯 싶다. 여러 방면에서 예상보다 훨 단조롭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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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
강지희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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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산문일 줄은 알았으나, 워낙 좋아하는 주제다 보니 기대가 컷던 듯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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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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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뜻할까. 노래는 거기 그대로 있는데 삶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없다. 사랑은 식고 재능은 사라지고 희망은 흩어진다. 삶의 그런균열들 사이로 음악이 흐를 때, 변함없는 음악은 변함 많은 인생을 더욱 아프게 한다. 이 세상을 흐르는 음악이 흐르면서, 인생을 관찰하는 이야기. 그러니까, 인물들이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인물들의 얘기를 듣는 이야기. 말하자면 이 책은 음악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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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담을 잘 타다니. 나는 놀라웠다. 아픈 무릎이 다시 시큰거리는것만 같았다. 언니가 박수를 쳤다. 학교앞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아무 곳도 문을 열지않았다. 하긴 누가 아침 일찍 나와 떡볶이를 먹고 등교를 할까. 어차피 몇 년 후면 지하철역 앞에서 샌드위치를 사먹고 출근을 하는 직장인이 될 텐데. 학교에서 1교시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학교 앞에 살면매일 수업 종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학교 앞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와 나는 편의점에서 우유를 사먹었다. "지각하는 아이들을 보지 않으면 난 미쳤을 거야." 우유를 마시면서 언니가 말했다. 새벽마다 우두커니 홀로 앉아 미움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미워하지 않을 것도 미워해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니 전속력으로 달리기를 해 아슬아슬하게 교문을 통과하는 아이들이라도 봐야해."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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