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마취 상태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9
이디스 워튼 지음, 손정희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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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책의 제목인 ‘반마취 상태’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궁금해하며 읽기 시작했다.

반마취 상태란 완전히 무감각하지는 않지만 아픔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상태.
고통을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의학적 방법이다.
이 개념을 1차 세계대전 이후라는 시대적 배경에 놓고 보면
‘전쟁의 상처와 혼란을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채로
소비와 쾌락을 통해 감각을 마비시켜
고통을 잊고자 했던 상태’를 가리키는 은유처럼 보인다.

💡
- 책을 읽으며 거트루드 스타인이 말한 ‘길 잃은 세대’가 떠올랐는데,
옮긴이의 말에서도 이 부분이 언급된다.
이 소설의 인물들은 전쟁 이후의 세대가 느꼈던 정신적 공백과 공허를
각자 다른 방식의 ‘반마취 상태’로 회피하며 견디고 있는 듯 보인다.

먼저 폴린은 하루 일정을 정확히 계획하며
가정과 체면, 질서를 유지하는 것으로 고통을 없던 일로 만드는 데 집중하고.

덱스터는 삶을 사건처럼 대하며 감정적 교류 없이 관계에서 거리를 둔다.

리타는 쾌락과 소비로 권태와 공허를 견디는 재즈 시대 젊은 여성의
상징처럼 보인다.
‘지루하다’라는 말로 모든 것을 밀어내며 가장 적극적으로 현실에서 달아나려 한다.

반면 노나는 유일하게 고통을 느끼는 인물처럼 보이고,
그래서 가장 정상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노나의 미래도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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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의 결말은 유의미한 극복보다는 아주 정교하게 함께 회피하는 방식에 가깝다.

그렇게 본다면 난 노나의 미래 역시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노나도 결국 사회에 편입되고 결혼하고 어른이 되며
폴린의 길을 따라가게 되지 않을까? 🧐

100년 전에 쓰인 소설이지만,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소비와 즉각적인 즐거움으로
불안을 낮추며 버티는 지금의 한국 사회와도 겹쳐 보인다.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

✔ “물론 출산에 ‘고통’이 있어서는 안 되지.... 그저 ‘아름다움’만이 있어야 해....” (p.23)

✔ 중년인 사람들은 낙관적으로 결심을 하고 하나같이 슬픔과 악을 무시하려는 것 같았다. 그들은 슬픔과 악이 마치 계몽된 미국인들에게는 가당치 않은 유럽의 폐기된 미신들이 노쇠한 악귀처럼 다시 살아난 것인 양 ‘생각에서 몰아내 버리려’ 했다.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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