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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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독서로서 익히 알고 있던 책,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부끄럽게도 아직 읽지 않았던 책이다.
제목 속 ‘싱아’가 뭔지도 몰라 검색부터 해보며
조심스레 책장을 넘겼다.
책을 읽으며 ‘싱아’가 단순한 풀이 아닌,
잃어버린 유년과 그 시대의 상징임을 깨달았다.
✔ 나는 마치 상처 난 몸에 붙일 약초를 찾는 짐승처럼 조급하고도 간절하게 산속을 찾아 헤맸지만 싱아는 한 포기도 없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p.89)
🌿 <자전적 소설>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소설이라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작가의 실제 경험이 거의 그대로 담겨 있는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읽다 보면 문득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그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작가 자신이 겪은 시절의 이야기를 토대로 하고 있어서인지,
문장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 <성장소설>
- 이 책이 보여주는 ‘성장’의 방식이 인상 깊다.
이야기 속 소녀는 단순히 나이를 먹으며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비극과 억압 안에서 삶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1930~1950년대.
일제 강점기의 억압, 2차 세계 대전과 해방 후의 혼란,
그리고 6.25 전쟁이라는 현실까지.
그 안에서 세상에 대한 시각을 넓혀가고,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며, 냉소와 절망 또한 배우게 된다.
그래서 이 책 속의 성장은
나이 듦이 아닌, 정신적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원해서가 아닌, 시대에 의한 성장이라는 점이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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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마치 나를 짐승이나 벌레처럼 바라다보았다.
나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돼 주었다. 벌레처럼 기었다. (p.292)
- 읽는 동안 이 작품이 ‘증언 문학’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해설과 후기에도 언급이 되기도 하고, 책을 읽는 누구나
자연스레 체감하게 될 것 같다.
✔ 그래, 나 홀로 보았다면 반드시 그걸 증언할 책무가 있을 것이다.
그거야말로 고약한 우연에 대한 정당한 복수다.
증언할 게 어찌 이 거대한 공허뿐이랴.
벌레의 시간도 증언해야지.
그래야 난 벌레를 벗어날 수가 있다. (p.308)
- 하지만 그런 무거움 속에서도
박완서 작가의 문장은 늘 ‘읽는 맛’이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금의 문학에서는 보기 힘들다 싶은 깊이 있는 문장과 단어들
뼈 있는 위트. 그리고 유려한 서술.
박적골에서 서울로 옮겨가며 적응해 나가는 과정은
유쾌하고 생생하게 느껴져, 소설의 생기를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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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독서니까 읽어야 한다’라는 말보다는
이제라도 읽게 되어 다행인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어지는 소설인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도 읽어봐야지 싶다.
역사의 아픔을 증언하면서도, 순수한 성장의 순간들을 담아낸 소설.
📚 문장의 깊이와 여운을 사랑하는 독자
📚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