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시지와 광기
야콥 하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평점 :
🐽🌿 소시지와 광기
▪️ <책 소개>
✔ “형사님,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저는 도저히 고기를 끊지 못하겠어요.”
- 채식주의가 사회의 주류가 된 가까운 미래의 독일.
정육점들은 거의 사라졌고, 몇 안 남은 곳은
유해시설로 분류되어 미성년자는 출입마저 금지되었다.
주인공 ‘나’는 자신을 미개인 취급하는 주변 시선에
고기를 끊어보기로 결심한다.
▪️
✔ 고기를 사고 싶다면,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할복할 것이냐 아니면 실제로 할복할 것이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는 거였죠. 그렇게 멀리 와 있더란 말입니다. (p.17)
- <소시지와 광기>는 채식이 대세가 된 세상에서,
고기를 사랑하는 한 남자가 겪는 광기 어린 이야기이다.
이 책은 책장을 넘기면서 웃음과 씁쓸함이 함께 오는 책이었다.
작가가 그린 세계는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어쩌면 정말 우리가 맞닥뜨릴지도 모를 가까운 미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
✔ 압박과 강제. 그렇게 저는 채식주의자가 되었습니다. (p.27)
- 주인공은 주변 시선의 압박에 못 이겨 채식주의자가 된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채식을 하게 된 주인공.
채식을 시작한 주인공에게 생기는 일들은 그의 삶을 갉아먹는다.
건강도 잃고, 살도 빠지고, 인간관계도 끊기고, 심지어 거세까지...😱
괴로운 줄 뻔히 알면서도 대세를 거스를 수 없는 주인공의 모습이
안타깝고도 우스꽝스럽게 다가온다.
▪️
✔ 나는 ‘채식주의자’이기 때문에 너희보다 나은 사람이다, 그렇게 믿는 순간, 채식주의는 이데올로기화된다. 참여하지 않으면 나만 도태될 듯한. (p.132 옮긴이의 말)
- 특히 육식주의자 베르트라는 인물이 등장해
‘채식 카르텔’에 대한 음모론을 늘어놓는 장면은 황당하지만,
묘하게 설득력(?)도 있어 웃음이 절로 난다.
(이게 말이 돼? 싶으면서도 어쩐지 끄덕이게 됨😂)
<소시지와 광기>는 단순히
채식주의와 육식주의에 대해 찬성, 반대하는 책이 아니다.
책은 어떤 이념과 가치가 이데올로기화가 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
채식주의가 유행이나 도덕적인 행위로 여겨질 때
개인이 억압당할 수 있는 상황.
선민의식 등을 풍자하고 있다.
▪️
- 이 책에 등장하는 채식주의자, 육식주의자
모두가 광기 어린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런 모습이 이 책의 재미이기도 하지만,
‘그래,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선 안 되겠구나’ 생각하기도 했다.
개인의 신념 없이 유행이라고 편승하는 것도
지양해야겠단 생각도.
어떤 신념이든 강요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서 비롯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을 선택하던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꼭 필요하다는 생각도 확고해졌다.
하지만 이전에 읽었던 육식 관련 책들이 떠오르면서,
나 역시 고기를 조금 줄여볼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
- 짧지만 강렬한 풍자와 유머 속에
웃으며 시작했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선 조용히 생각에 잠기게 되는 그런 책.
채식과 육식이라는 단순한 주제를 넘어
우리가 어떤 신념을 ‘왜’ 믿고 따르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
풍자 소설을 좋아하는 분
채식/육식에 관심이 있는 분
짧지만, 강렬한 독서를 원하는 분
디스토피아 장르에 흥미가 있는 분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