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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 개정판 ㅣ 스토리콜렉터 40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5년 4월
평점 :
👻 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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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앞에 보이는 저 집에 분명 뭔가 있다......” (p.30)
- 이 책은 단순히 귀신이 튀어나오는 자극적인 공포가 아니다.
공간 자체에서 느껴지는 기묘함과 낯섦.
그로부터 오는 정서적인 불안감이 이야기 전체를 지배한다.
집과 마을에 대한 섬세한 묘사는 독자에게 생생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그 세밀함 덕분에 독자는 마치 그 공간 안으로 들어간 듯한 몰입감을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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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편안한 일상을 보낼 수 있어야 할 ‘집’은 불길한 공간으로 변모한다.
화자가 초등학생이기에 괴이한 일을 겪고도 마을을 떠날 수 없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공포, 현실과 아이의 상상이 뒤섞이며 혼란은 점점 커지고,
그 혼란과 공포는 그대로 독자에게 전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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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묘한 분위기가 떠도는 검은 숲이 그곳에 웅크리고 있었다. 새로 이사 온 가족 중에서 다른 가족보다 감각이 날카로워 보이는 소년을 한입에 꿀꺽 삼키려는 듯이 시커먼 입을 벌리고 있었다.” (p.69)
✔ “산에서 뭔가 안 좋은 것이 이쪽으로 내려온대.” (p.98)
- 집 자체에서 오는 불길함뿐 아니라,
집을 감싸고 있는 ‘도도산’이라는 존재 역시 이 소설의 공포를 크게 담당한다.
뱀 신이 깃들었다는 도도산.
무언가를 집어삼키려는 듯 길게 혀를 내민 산의 형상.
그곳에서 ‘험한 것’이 내려온다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뱀처럼 기어다니는 누나와의 만남.
이 모든 요소는 뱀이라는 존재가 주는 축축하고 끈적한,
기분 나쁘고 불쾌한 감각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나도 그 감각을 고스란히 겪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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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나 물건에 상관없이, 폐가라는 자리가 공통적으로 빚어내는 냄새 같은 것이다.
그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영고성쇠라는 인생이자 시간의 흐름이자 사람의 운명이 아닐까?
반대로 말하면 그런 다양한 것들의 무수한 잔재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폐가다.” (p.144)
- ‘흉가’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것은 낡고 허름한 집, 먼지 쌓인 창틀,
거미줄처럼 엉킨 세월의 흔적들이다.
그러나 이 책 속의 ‘흉가’는 깔끔하고 넓은 이층집이다.
겉모습은 멀쩡하지만, 그 안엔 세 가족이 겪은 기이한 경험들이 축적되어 있다.
그것들이 바로 이 집을 ‘흉가’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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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흉가>는 아주 섬세하고 잘 짜인 공포 소설이다.
평온했던 일상이 미세한 균열을 겪으며 무너져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독자는,
이 소설을 ‘읽는 것’을 넘어서 직접 체험하는 것에 가까운 감각을 받는다.
결말 역시 아주 ‘일본다운’ 공포로 마무리된다.
명확한 해명은 없지만,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 <이런 독자에게 추천!>
📚 정통적 호러보다 분위기나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공포 소설을 찾는 독자.
일상 속의 공포에 흥미가 있는 독자.
일본 괴담이나 설화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단, 낮에 보기를 권한다.
집이 배경이라 그런지 밤에 보다가 너무 무서워서
난 잠을 설쳤으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