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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할 땐 문어
정진아 지음, 김지현 옮김 / 복복서가 / 2025년 3월
평점 :

< 이별할 땐 문어 >
■ < 저자 >
- 저자 정진아 작가는 미국 뉴저지 태생의 한국계 미국인 작가이다.
한국계 작가 하면 생각나는 몇몇 작가의 책은 배경이 한국이었는데,
<이별할 땐 문어>는 한국계 작가가 쓴 미국 이민 가정이 배경이라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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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덜로리스가 내 머릿속에서 헤엄친다. 그의 총명하고 교활한 눈. 내 팔을 부드럽게 더듬는 빨판. 물속의 해초처럼 일렁이는 다리.” _ p.37
- 덜로리스는 아빠가 베링 소용돌이에서 데려온 대왕문어다. 아빠가 실종된 후 돌아오길 기다리며 수족관에서 덜로리스를 돌보는 일을 하게 된다.
덜로리스에게 먹이를 주고 헤엄치는 모습을 보며 ‘로’는 외로운 마음에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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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행복을 믿어본 적이 없고, 그 개념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
그것은 밤이 되면 나에게 의문과 하염없는 아픔만 남기고 사라져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_ p.105
✔ “나는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데 익숙했기에, 태 같은 사람이 나 같은 사람의 곁에 남아 있을 거라고 상상하지 않았다.” _ p.233
- 서른이 된 ‘로’는 어린 시절부터 여러 번 상실을 경험했으며, 부모님의 모습은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계속된 상처와 외로움에 갇혀버린 ‘로’는 지독한 회피형의 모습이 되어버렸다.
아빠가 사망 했을 거란 사실도 회피하고, 엄마와의 대화도, 친구와의 틀어짐도, 남자 친구와의 이별도 모두 회피하려 한다.
그리고 그런 모습에 덜 상처받기 위해 머릿속으로 온갖 나쁜 일을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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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때예요.” _ p.356
✔ "에리코와 내 상황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에리코는 선택의 여지 없이 갇혀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더 이상 갇혀 있을 필요가 없다.“ _ p.357
- 모두가 변하고 떠나는 상황에서 ‘로’는
유일하게 변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덜로리스에게 마치 매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덜로리스 마저 떠날 위기에서 자신이 변해야 할 때임을 깨닫고, 엄마와의 대화를 시작으로 상실과 변화를 받아들이고 한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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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럴 필요 없다고, 최악의 상황을 상상한다고 해서 그것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_ p.394
- 책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도 서른쯤에 이런 시간이 있었던 것 같다.
혼자만 어렵고 힘든 것 같고, 모두 회피하고 싶고.
그런 시기가 있었기에 책을 읽으며 ‘로’의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어려운 내용이나 문체가 어려운 게 전혀 없는데도 읽는 시간이 꽤 걸린 책이다.
그만큼 내가 ‘로’에게 이입하며 읽었다는 얘기가 아닐까.
서른이라는 나이를 지나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참 대견하기도, 마음 아프기도 했던 책이다.
성장소설 좋아하시는 분들 꼭 한번 읽어보시길 :)
✔ ”사실 나는 알고 있다. 아무리 간절히 바라더라도 아빠를 되돌릴 수 없고,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말이나 약속을 하더라도 상실이나 이별을 예방할 수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이 세상에는 볼 것도, 붙들 것도, 돌보고 마음을 쏟을 것도, 사랑할 것도 너무나 많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아주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 수 없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_ p.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