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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의 49재 - 2024 제171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아사히나 아키 지음, 최고은 옮김 / 시공사 / 2025년 2월
평점 :
< 도롱뇽의 49재 >
- 아사히나 아키 지음
- 188p
-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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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울에 비친 건 하나의 몸을 가진 인간이었다. 몸은 하나지만 한 사람은 아니다. _ p.41
- 책의 주인공 ‘안’과 ‘슌’은 몸의 모든 부분이 붙어 있는 결합쌍둥이다. 좌뇌와 우뇌 사이에는 작은 뇌가 있고, 자궁은 정상보다 크고 육벽으로 나뉘어 있다. 이런 내부 장기 탓에 몸도 남들보다 두툼하다. 남들이 보기에는 장애인이구나 싶은 정도이지, 결합쌍둥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대화할 땐 서로 번갈아 가며 듣고 말하며, 둘의 성격은 한 몸이지만 조금씩 차이가 있다. 조금 더 적극적인 성격의 ‘안’, 상대적으로 지켜보는 성격의 ‘슌’.
✔ “이 아이, 임신부의 눈을 하고 있어요.” _ p.22
- 이 자매의 가족에는 어느 기이한 점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아버지와 큰아버지의 관계이다. 아버지는 큰아버지의 몸에서 태어났다. ‘태아 내 태아’였다는 말이다. 쌍둥이 형의 뱃속에서 형의 영양분을 빼앗아 먹고 자란 아버지. 그런 아버지 때문일까, 큰아버지는 항상 병약했다.
그런 큰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쌍둥이 자매는 큰 혼란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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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껏 상대의 심장을 쥐면 상대의 온몸에 피가 돌며 활기차진다. 그리고 기운이 생긴 상대가 자신의 심장을 많이 주물러주면 자신도 다시 활력을 되찾는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상대의 심장을 주무르지 않으면 자기도 죽습니다.” _ p.108
✔ 그 설명이 머릿속을 맴돌면서 나와 슌은 흑과 백의 도롱뇽이 되었다. 서로의 꼬리를 먹으려고 쫓고 쫓기는 두 마리 도롱뇽. _ p.109
- 큰아버지의 몸속에서 아버지가 분리돼 나온 이후로도 이 둘은 어딘가 연결된 것처럼 보였다. 언제나 하나였고, 그래서 당연히 둘은 죽음까지도 함께 할 거로 생각했는데, 자매는 그런 큰아버지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는다.
한 몸으로 연결이 되어있는 ‘안’과 ‘슌’이기에 모든 경험 또한 함께하게 된다. 하지만 하나의 몸에는 자아가 둘이다. 한 몸에 자아가 둘, 이는 둘이라고 해야 할까 하나라고 해야 할까, 육체와 의식은 독립되어 있다는데, 하나의 육체에서 한 명의 자아가 먼저 사망하면 우리 둘 다 죽게 될까? 남은 한 명은 어떻게 되는 거지? 아버지와 큰아버지는 항상 하나라고 이야기했는데, 그럼 ‘안’과 ‘슌’도 하나인 걸까?
큰아버지가 돌아가시고 49재가 될 때까지 ‘안’과 ‘슌’은 분리될 수 없는 몸과 정체성의 혼란 사이에서 끊임없이 사유하고, 불안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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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의식으로 하나의 몸을 독점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걸 모른다. 생각이 자신이고, 느낌도 자신이며, 몸과 그 감각도 자기 자신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_ p.77
- ‘태아 내 태아’, ‘결합쌍둥이’라는 독특한 소재만 생각하고는 ‘오, 좀 으스스한 스릴러일까?’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 책은 188페이지라는 짧은 분량 안에 엄청 난 철학적 사유가 흘러넘칠 듯 담겨있다. 그래서 읽기 쉬웠다고는 이야기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존재와 의식, 독립된 존재에 대한 욕망 등 일상에서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들을, 책을 통해 사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온전히 이해했다고 이야기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 그래서 꼭 재독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독특한 소재의 깊이 있는 소설을 찾는다면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