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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
바버라 F. 월터 지음,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평점 :
<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 바버라 F. 월터 지음
- 3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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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당연하다고 믿어왔던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것을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성인이 된 이후 ‘민주주의 참 아슬아슬하다.’ 생각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닌 것 같다.
열린책들의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는 민주주의 국가들이 겪고 있는 위기와 내전이 발생하게 되는 이유, 어떤 위험신호들이 있는지를 적절한 예시와 함께 책에서 설명해 준다.
■ <아노크라시>
- 책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아노크라시’라는 개념이다.
*아노크라시 : 정치체 점수–5점~+5점 사이의 중간 구간의 국가를 <아노크라시>로 부르게 되었다. 독재국가도 아니고 민주국가도 아닌 중간 구간의 국가다.
이 중간 구간에서 대개 내전이 일어난다고 책에서는 이야기한다.
■ <내란의 원인>
“반란이 일어나는 주된 이유는 민주주의 이행이 새로운 승자와 패자를 낳는다는 사실이다.” _ p.38
- 독재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옮겨갈 때 기존의 권력층이 권력을 잃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행 과정의 불안정함 속에서 반란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시아파인지 수니파인지 물어보기 시작했어요.
나는 이라크인이에요.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죠?”_ p.49 ~50
-이라크의 학생 ‘누르’는 내전 폭발 전의 변화에 대해 위처럼 대답한다.
친구들을 사귈 때, 결혼을 할 때 종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던 아이. 그저 같은 나라에 사는 사람들과 평화롭게 살기를 원했던 아이에게 종교로 인해 변한 세상이 얼마나 혼란하고 두려웠을까. 그걸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 <민주주의 쇠퇴>
“21세기에 손꼽히는 걱정거리는 민주주의가 쇠퇴한다는 것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몇몇 거대한 민주주의가 쇠퇴한다는 것이다.”_ p.80
- 내전의 원인은 아노크라시 국가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권력을 잡기 위해 종교, 종족, 언어를 이유로 파벌을 나눠 극단적 선동을 통해 내전에 이르는 경우도 여럿 존재한다.
실제로 하룻밤 사이에 이기적 파벌이 조직되는 것이 아니며,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 또한 많아 파벌주의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전에는 군 장성들이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독재가 생겨났다. 하지만 지금은 유권자들 스스로가 독재를 탄생시킨다.” _ p.151
- 책에는 SNS에서의 선동, 알고리즘 문제, 공동체 폭력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충돌이 고조되는 시기와 <페이스북이 지배하는 인터넷 접속의 급증 시기>가 일치하는데, 알고리즘을 통해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반대 관점은 배제하며 폭력적 성향이 강해지게 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민주 절차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면 대안적 체제 지지 성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나에게도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 나 또한 유튜브만 들어가도 내가 흥미를 갖고 있는 영상들만 던져주는 형상이니, 위험성을 항상 인지하고 있어야겠다.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 <현재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 책에 나온 이야기 중 <2021년 트럼프 지지자들에 의한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 사건은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던 <서울서부지방법원 점거 폭동>을 떠올리게 했다.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물론 어느 사회든 현재 모두의 입맛에 맞는 민주주의, 정의는 없을 것이고, 각자가 생각하는 애국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이유에서는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떠날 생각은 전혀 없다. 어딘가로 떠나기에는 우리는 이 나라를 너무나도 사랑한다.” _ p.277
- 나 또한 그렇다. 매번 뉴스를 보다 보면 환멸을 느끼고 이민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도 많지만, 나는 그러지 못할 거란 걸 너무 잘 안다. 부디 우리 아이가 커서 살아갈 때 부끄러운 나라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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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웠다고는 할 수 없으나, 난이도가 적절하다고 생각이 된다.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이었다. 모두 꼭 한 번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