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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려고 겨울을 견뎠나 봐 - 봄을 맞이한 자립준비청년 8명의 이야기
몽실 지음 / 호밀밭 / 202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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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설에서 함께 생활하다가 졸업한 보호 종료 아동 8인이 어린 시절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인데요.
이들은 ‘몽실’이라는 모임으로, 자립 준비 청년들을 채용하는 기업을 꿈꾸며 부산에서 ‘몽실 커피‘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고, 멘토 역할로 멘토링 봉사를 하는 모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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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자칫하면 잠잘 곳이 없어질 수 있었다. 그저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었다. ( p.53 )
-아빠는 항상 화가 나면 내가 가장 아끼는 것부터 부쉈다. 난 아무것도 좋아할 수가 없었다. 가장 소중하면 먼저 망가진다는 것을 배웠다. 나는 시설에 들어와서야 무언가를 마음껏 좋아할 수 있었다. ( p.84)
-“저 하나도 안 힘들었어요. 진짜 괜찮았어요.”
내가 어머니의 행복에 방해되는 사람 같았다. 나는 어머니를 더 이상 힘들게 하지 않기로, 어머니의 행복을 지켜 주기로 했다. 이제는 어머니와 진짜 이별이었다.
“엄마, 행복해!”
그렇게 누나와 나는 서울에서 어머니를 만난 후 경찰서를 찾아갔고, 부산에 있는 보육 시설 로 가게 되었다. ( p.154 )
책을 읽는 내내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글쓴이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쭉 보니 시설로 간 나이들은 6살, 7살, 많아야 초등학교 고학년.
이 아이들이 이 시설, 저 시설 옮기며 계속해서 힘들게 적응하고 고학년 형, 누나들에게 두들겨 맞으면서도 울지 못하고 참는 모습들이 눈앞에 그려져 마음이 너무 안 좋았어요.
옆자리에 앉아있던 우리 아이가 보이는데 우리 아이도 8살, 딱 요만한 아이들이었을 텐데 힘들어도 말도 못 하고, 시설로 가기 전 그 힘든 시간들을 다 겪었을 생각을 하니, 옆에 있다면 꼭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엄마를 찾아 만 원짜리 한 장 들고 동생과 서울까지 갔는데,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를 봤던 그 어린 마음이 어땠을지, 아무렇지 않은 척 엄마에게 괜찮다 이야기하고 스스로 경찰서로 가 보육 시설로 들어간 어린아이가 너무 안타까워 눈물도 한참 흘렸어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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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냈으면 좋겠다. 수고했으니, 고생했으니 이젠 내가 살고 싶은 나로 살아야 한다. ( p.33 )
-해는 늘 떠 있다. 먹구름에 가려져 있을 뿐. 먹구름이 걷히면 늘 비추는 햇살을 발견한다. 얼마나 맑아지려고 우리에게 이런 먹구름이 몰려왔을까 생각하며 기다려 보자. ( p.42 )
-환경보다 더 큰 꿈을 품자. 살기 위해서 헤엄치고 표류하다 보면, 언젠가 내 꿈의 빙산에 다다를 것이다. 그러면 내 인생이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한 이정표가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 ( p.159 )
-정답을 알려 주는 ’이정표‘는 되어 줄 수 없을지라도, 믿어 주고 지지하는 관계 안에서 마음껏 실패하고 또 도전할 수 있도록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 주고 싶다. ( p.166 )
시설에서 생활하며 방황도 하고 힘든 시간도 겪었지만 자립을 하고 저마다의 삶의 이유를 찾아 묵묵히 사는 모습. 용기 있게 나아가는 모습. 그리고 본인들에게 내밀어 주었던 손길들을 잊지 않고, 시설에서 지내고 있는 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노력하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고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과 자립을 준비하면서 겪는 어려움, 이런 것들을 잘 모른 채로 무관심하게 살아온 제가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겨울에 읽기 좋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었어요 :)
많은 분들이 한번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