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목에 사랑
최미래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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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사랑을 하고 싶지만, 진짜 사랑이 아닌 ‘연애’에만 빠져있던 미진이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고 자아 성찰로 나아가는 표제작 <돼지 목에 사랑>, 개꿀로 돈을 번다고 생각했던 일이 돌봄 노동으로 치환되어 짐이 되는 순간을 담은 <항아리를 머리에 쓴 여인>, 타인보다 낫다는 우월감을 즐기는 선주와 그런 선주의 호의를 이용하는 이채의 이야기 <쉽게 잘살고 싶다 33화>, 자기혐오에 빠져있는 미달의 이야기를 담은 <오래된 원숭이, 현재의 손님>까지 대체로 비관적 상태에 빠진 인물들의 이야기가 그려진 소설집이었고, 나열한 단편들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오래된 원숭이, 현재의 손님>을 읽으면서 저글링하는 원숭이를 볼 때만 해도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하는 느낌이었으나, 자신을 혐오하는 미달의 상태를 비유하는 것이란 느낌이 들고부터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잘’하는 일을 찾지 못하는, 삶의 방향을 잃은 것 같은 ‘나’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어떤 한도에 이르지도 미치지도 못한) ‘미달’의 마음을 잘 알 수밖에 없을 터. 그런 미달이 잘하는 일이 있다면, 바로 뜨개질이었다. ‘코를 잘못 꿰면 풀었다가 다시 반복하고, 어느 날은 잘못 꿴 코 그대로 계속 이어나가(p.301)’는 일을 반복하는 미달은 정확히 그게 무엇인지 모를지라도 무언가를 다시 시도하고 이어간다는 것에서만큼은 부족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의 인물 중에 가장 마음이 갔던 인물은 미달이 아니었나 싶다.

단편 소설 속 이름처럼 대체로 미진하거나 미달 상태의 부족한 이들의 모습이 담긴 내용이라 조금은 비관적이지만, 그 취약하고 무른 모습이 오히려 잔상을 남기는 소설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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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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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스물한 살의 쥐스틴 네주는 오르탕시아 요양원의 요양보호사다. 그녀는 노인들이 들려주는 특별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19호실의 엘렌의 이야기. 소설은 쥐스틴이 작성한 ‘엘렌’의 과거와 쥐스틴의 가족사가 번갈아 서술되며 이들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는 과정이 담겨 있다.

앨렌과 뤼시앵의 사랑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이들의 사연이 너무 안타깝고 절절하게 다가온다. 반면 쥐스틴 가족사에 얽힌 사랑 이야기는 또 다른 방향의 안타까움(N)을 자아낸다. 그래서 이 소설은 사랑의 명암을 다 담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소설을 읽고 있으면 냉탕과 온탕을 계속 오가는 느낌이랄까.

한쪽은 아름다운데 한쪽은 아름답지 못합니다. 전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거든요. 아니,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무슨 말인지 궁금하시죠.. 읽어보시면 알아요. 전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겠습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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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들
매트 존슨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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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 [매트 존슨]

목성 궤도 탐사선 딜레이니호에 탑승하게 된 응용사회학자 날리니는 드웨인과 함께 목성의 위성 에우로파에 있는 돔도시 ‘뉴로어노크’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납치된 상태로 뉴로어노크로 거두어지게 되는데.....

뉴로어노크에 오게 된 어슐러 50호의 로이드는 도착 이후에 희귀한 현상으로 죽음을 맞게 되지만, 뉴로어노크인들은 그의 죽음마저도 ‘심장마비’라 지칭하며 사실을 왜곡하기 바쁘다. 도대체 ‘보이지 않는 것들’의 존재는 무엇이길래 그들은 이토록 언급을 회피하는 것일까?

지구의 모습과 유사한 돔 내의 ‘뉴로어노크’의 모습은 인간 군상과 전혀 다를 게 없다.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계급 사회, 정치적 당파 갈등은 여전하다. 소설 내내 인물들이 쉬쉬하며 궁금함을 자아내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존재는 소설의 막바지에 밝혀진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형태’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보이지 않는 것’의 존재를 외면하고, 왜곡하려고 하는 인간들의 행태를 고발하는 것이 저자의 목적이 아니었을까. 인간의 이기심과 자본주의의 거대 욕망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비유되어 끔찍한 모습을 이루었을 뿐이라고 말이다.

어떠한 현상을 설명하기 어려울 때 종교적 의미로 해석하려고 하는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을 이 책에서도 볼 수 있다. 나는 그 풍자가 너무 와닿았던 것 같다. 조지 오웰의 서늘한 통찰, 커트 보니것의 날카로운 유머가 결합되었다는 홍보 문구를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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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 빌런 고태경 - 2020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정대건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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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초록사과>라는 영화를 보고 영화감독의 꿈을 키우게 된 혜나는 실패한 영화감독이 되었다. 어느 날 GV행사에서 만난 고태경과 설전을 벌인 뒤, 그를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결심하는데...

무언가에 실패해 본 사람이라면 ‘일인분의 사람이 되지 못했다는 생각(p.233)’을 하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혜나와 승호가 그렇다.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선택했지만, 그 선택으로 인해 오히려 자신을 미워하게 되는 순간들이 오자 두 사람은 자신의 선택에 수없이 흔들리게 된다. 인생이란 게 원래 그렇지 않은가. 뜻대로 되는 일은 생각처럼 없고, 내가 열정을 쏟아부었다고 늘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것은 아니니까.

이 책은 ‘사랑하는 걸 더욱 사랑하는 방향으로(p.234)’ 나아가기 위해 분투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오랜 시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고태경’을 보며 계속 나아가야 하는 길을 찾게 되는 혜나의 이야기는 방황하는 청춘들에게도, 실패를 반복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나침반이 되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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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희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8
조해진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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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조해진 작가가 이번에는 어떠한 이야기를 담았을까 궁금했다. 누군가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번 소설도 역시 좋았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낯선 땅에서 견뎌야 했던 이들의 삶과 정체성, 소속감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로기완을 만났다>의 탈북자 로기완과 <단순한 진심>의 문주의 이야기가 그랬고, 이번 소설 <우리 세희>에 담긴 이들의 삶 또한 그렇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가 살게 된 이민자의 이야기를, 자이니치로 불리는 이민 2세대의 이야기를 다루며 이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마주 보게 한다.

이들에게 고향은 ‘마음이 다치고 몸이 상한 채로 돌아가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곳’이었으나 고향은 이들의 믿음을 언제나 배반한다. 박태식과 이순애, 서정우의 형, 연주의 외삼촌, 류성철의 삶이 그랬으며, 세희의 삶 또한 다르지 않다.

이들은 어느 사회에도 속하지 못하고, 배제된 채로 삶을 이어간다. 일본에서는 일본인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한국에서는 ‘쪽바리’나 ‘매국노’라고 불리는 삶을 이어갈 뿐이다. 이들은 평생 타자화된 시선 속에서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저자는 이들에게 행해진 국가적 폭력이 어떻게 다음 세대에게까지 이어지는가를 가장 조해진 다운 방식으로 보여준다. <단순한 진심>, <로기완을 만났다>가 좋았다면, 이번 작품도 역시 좋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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