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맞춤법 때문에 전화했습니다 - 국립국어원 상담실 연구원의 365일 노동기
이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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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10년간 상담 연구원으로 근무한 경험을 담은 에세이다. 일단 이 책을 읽으면서 국립국어원에서 맞춤법 관련하여 전화 상담을 운영하고 있는지 처음 알았다. 생각보다 많은 문의 전화가 오고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어디에나 진상은 있다는 것도)

요즘은 이상하게 틀린 맞춤법이 유행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한 사람이 되’ 라던가, ‘외않되’ 같은 표현이 그렇다. 오늘도 제법 유명한 유튜브 채널에서 ‘왜 않 돼’ 라는 자막을 발견하고 틀린 표현 아닌가 생각하다가 왜 이런 맞춤법 파괴 문화가 유행하는 것인지 친구와 한참을 이야기했다. 이런 맞춤법 파괴 유행에 관한 이야기는 이 책에도 등장해서 반가웠다. 이걸 언어유희라고 봐야 할 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지만, 일단 나는 반대하는 입장이긴 하다. 문해력 논란이 일기도 하는 상황에서 정확하지 않은 표현은 누군가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다시 한 번’과 ‘다시 한번’의 논쟁과 ‘못해’와 ‘못 해’의 논쟁이다. 국립국어원 상담사들에게도 연찬회 회의 안건으로 자주 오른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맞춤법은 여전히 어렵고, 띄어쓰기도 쉽지 않다. 난 가끔 내가 0개 국어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럴 때마다 이런 책이 꽤 유용하게 읽힌다. 사람들이 자주 헷갈리고 많이 문의하는 내용들이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어 더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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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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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의붓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저자가 써 내려간 증언이자 회고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첫 장에서 그를 객관적으로 묘사하며, 가해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려 하지만 이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피해자인 저자가 묘사하는 가해자의 모습이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데 그래서 더 끔찍하다. 트라우마가 남긴 기억이 이토록 선명하다는 사실이 마음을 더 찢어지게 만든다고 해야 할까.

저자는 1986년부터 91년까지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의붓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 전반적으로 흐릿한 다른 기억들과 달리 학대의 기억들은 선명하게 남았다. 저자는 장소와 세부 사항까지 “무서울 정도로 선명(p.186)하게 기억이 난다고 전한다. 성적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는 시간이 흐른다고 잊힐 수 없고, 피해자의 인격 형성에까지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이겨내야 한다는 사고방식도 철저히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이런 사고방식도 피해자가 지녀야 할 태도로 강요하는 것처럼 보였다. 저자는 “내가 역경을 딛고 회복하는 것 역시 그에게 도움을 주는 요소, 그가 저지른 일에서 그의 책임을 면하게 해주는 요소”(p.258)라고 말하며, “한번 피해자는 영원한 피해자.”(p.259)라고 이야기한다. 트라우마에서 진정으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는 그의 글을 읽으며 외부의 시선에서 가타부타 논할 수 없는 문제라는 사실을 뼈아프게 느꼈다.

그가 이 회고록을 쓰기까지 쉽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내가 이 책을 쓰고 싶지 않은 이유>에 충분히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의 저자는 이 책을 쓴 확신을 찾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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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행복 톤 텔레헨의 어른을 위한 철학 동화
톤 텔레헨 지음, 김고둥 그림, 유동익 옮김 / arte(아르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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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고슴도치라는 동물을 통해 ‘나다움’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고슴도치는 가시가 있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기도 하고, 쓸모없는 존재로 여긴다. 현실로 치면 불안정형 인간이라고 해야 할까. 때론 그런 모습이 답답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부족한 면을 부각해서 보기도 하니까 이해는 됐다.

우화의 형태로 쓰인 이 책을 읽으며 나다움이 무엇인가를 고찰하게 되었다. 나를 나답게 하는 것, 나를 나로 인정하는 것, 나를 조금 더 아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나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는 이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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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출근합니다 - 식물과 함께 쓰는 나무의사 다이어리
황금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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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천리포 수목원의 나무 의사가 된 저자가 수목원의 사계절을 담은 에세이다. 식물의 생장을 가까이에서 볼 일이 없는 사람에게는 흥미로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식물마다 자라는 환경이 다르고, 꽃이 피는 계절도, 과정도 다르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도심에서 볼 수 있는 나무 외에도, 어렴풋이 이름만 알고 있던 나무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퀄리티 좋은 사진까지 더해져 종종 보아왔던 나무의 정확한 이름을 알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읽을수록 인간이 자연에 얼마나 해로운가를 보게 되기도 한다. 도심의 환경에서 자라기 힘든 소나무를 가로수로 심는 사업을 진행한 서울 도심의 수목 사업 이야기도 그렇고, 저자가 목격한 화살나무 순을 따고 있던 사람의 이야기가 그렇다. 수목원의 열매를 따가거나 화단의 식물을 캐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보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태안에 있는 다른 식물원은 가봤지만, 여태 천리포 식물원만 못 가봤는데 저자의 글을 읽으며 이번 해에는 꼭 천리포 수목원에 다녀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저자의 글을 통해서 겨울 식물원의 모습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새로웠다. 식물원은 늘 봄꽃이 필 무렵이나 가을의 단풍이 질 무렵만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알지 못했던 겨울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저자가 도심의 회사 생활을 접고, 수목원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은 글이었다. 자연이 주는 위로와 평온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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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개, 그리고 죽도록 쓰기
앤 패칫 지음, 정소영 옮김 / 복복서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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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외국 작가의 에세이는 많이 읽어보지 않았는데 앤 패칫의 소설이 궁금하던 차에 읽게 된 에세이다. 작가의 글을 읽으며 가장 놀랐던 부분은 <도주 차량>에 담긴 내용이었다. 첫 문장이 “나는 언제나 작가가 될 사람이었다.”(p.37)인데,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 그만큼 확신이 차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타입이 바로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알고, 한 가지 길을 꾸준히 걸어온 사람’이니까. 나는 여전히 나의 재능에 대해 확신이 없는 사람 중 하나라서 작가의 단단한 고백이 부러웠다.

무엇보다 작가의 글 중에 가장 좋았던 문장은 “독서는 사적인 행위이고, 그 책의 저자조차 들어갈 수 없는 사적인 영역이다. 일단 소설이 나오면 저자는 이제 중심이 아니다. 이제는 독자와 책이 각자의 관계를 맺게 되니, 둘이 알아서 해나갈 수 있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p.280)라는 문장이었다. 사실 책을 읽을 때 내가 느낀 대로 생각하고 싶어도 ‘작가의 의도가 이게 맞나’를 생각해야 할 때가 있었는데 그런 의무감을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문장이라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나와 책이 각자의 관계를 맺는다는 말이 리뷰를 써야 하는 일에 대한 고민을 조금 덜어낼 수 있게 해줬달까.

가장 따듯하게 느껴졌던 꼭지는 <자비들>이었다. 니나 수녀님과의 관계와 시간의 깊이가 느껴지는 글이라 좋았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그가 글을 쓰며 쌓아온 시간을 볼 수 있어서 좋기도 했고, 이런 확신을 가진 사람의 소설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제 저자의 소설을 만나볼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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